순항을 계속해오던 아드보카트호가 뜻밖의 암초를 만나 골머리를 앓고 있다.

아드보카트 감독의 변함없는 신뢰속에 98년 프랑스월드컵 이후 8년만에 월드컵 출전이 유력시 되던 이동국(포항스틸러스)이 무릎 십자인대 부상을 당해 월드컵 출전이 불투명한 상황이 됐고, 붙박이 수비수 김동진(FC서울)은 지난 A매치 경기에서의 경고누적으로 독일월드컵 '1승 제물' 토고와의 월드컵 1차전에 출전할 수 없다.

이 뿐 아니라 유럽에서 활약중인 '4강신화'의 주역 안정환(뒤스부르크), 차두리(프랑크푸르트), 설기현(울버햄튼) 등 유럽파 선수들이 소속팀에서 부진의 늪에서 헤메고 있어 당초 아드보카트 감독이 구상했던 대표팀 구성에 일정 부분 메스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부동의 '타겟맨' 이동국 부상 마땅한 대안 보이지 않아

독일월드컵을 준비하는 대표팀의 구성에 있어 이동국의 부상은 '마른하늘에 날벼락'과 같은 충격을 던져줬다. 팀의 '타겟맨'으로서 그의 역할은 대체가 불가능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신임을 얻고 있던 터였다. 축구협회 차원에서 기민한 움직임을 보이며 그를 독일의 재활전문기관에 보내 남은 60여일간의 기간동안 부상에서 회복시키는데 총력을 쏟고 있지만 지금으로선 비관적인 전망이 우세한 것이 사실.

이동국의 대안으로 거론되는 후보로는 박주영(FC서울), 안정환(뒤스부르크), 조재진(시미즈), 우성용(성남일화) 등이 거론되고 있으나 박주영은 전담마크맨을 극복할 수 있는 파워가 부족하고, 안정환은 소속팀에서의 부진이 마음에 걸린다. 또한 J리그에서 연일 득점포를 뿜어내고 있는 조재진과 K리그 득점선두를 달리고 있는 장신공격수 우성용 등은 앞선 박주영과 안정환에 비해 검증이 덜 된 상태다.

최근에는 오스트리아리그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날쌘돌이' 서정원(리트)의 대표팀 발탁 의견도 심심치 않게 제기되고 있어 변수로서 작용할 수 있을지 관심을 갖게 하고 있다.

붙박이 수비수 김동진 경고누적 '1승 제물' 토고전 결장

김동진의 토고전 결장은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스스로 자신의 플레이를 조절못해 정작 가장 중요한 경기에서 뛸수 없는 상황을 만든 것은 일차적으로 김동진 본인에게 큰 잘못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경고누적이라는 상황에 대한 정보를 미리 체크해서 알려줄 수 있어야했던 협회나 대표팀 코칭스텝의 무감함도 비난받아 마땅하다.

어찌되었든 김동진이 왼쪽 수비수 역할을 맡는 대신 오른쪽으로 자리를 옮겼던 이영표가 본래 자기의 자리인 왼쪽으로 복귀하게 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다. 그렇다면 오른쪽 수비수 자리가 공백으로 남는다. 지금으로선 이을용(트라브존스포르)이 대안이라고 할 수 있다. 양 발을 모두 잘 사용하고 대인마크능력이 뛰어나며, 오른쪽 왼쪽 가릴것 없이 다양한 포지션 소화가 가능하다.

여기에 최근 부상에서 회복세에 있는 송종국(수원삼성)도 물망에 올릴만 한데 부상후유증이 염려되고 경기감각도 아직 완전하게 회복되지 않은 상태로 보이는 것이 걸리는 부분이다.

부진의 늪 헤메고 있는 유럽파 3인방 "뽑을까 말까?"

대표팀 엔트리 구성에 있어 코칭스텝을 가장 어지럽게 만드는 부분이 유럽파 3인방 안정환, 차두리, 설기현의 컨디션이다. "소속팀에서의 활약이 중요하다"라며 이들의 분발을 촉구했던 아드보카트가 최근 인터뷰에서 "2002년의 경험을 고려하겠다"는 말로 이들 3인방에게 병도 주고 약도 준 상황이다.

안정환은 최근 소속팀의 정규리그 두 경기에 연속 교체출장, 녹슬지 않은 기량을 보여주며 부활의 희망을 보여주었고, 설기현도 부상공백에서 벗어나고 있는 중이다. 차두리는 최근 독일 FA컵 준결승전에 소속팀의 오른쪽 윙백으로 출전하여 팀이 결승에 진출하는 데 일조를 했다.

그러나 이들의 이런 정도의 활약은 아드보카트의 기대치에는 사뭇 못미치는 활약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일단 안정환은 이동국의 대안으로 대표팀 합류에는 무리가 없어 보이나 차두리는 아드보카트 감독이 '공격수 차두리'를 원하는 상황이어서 최근 출전경기처럼 수비수의 모습만 보여가지고는 어딘지 불안하다. 다만 독일이 제2의 고향일만큼 독일 현지사정에 밝고 월드컵이 열리는 푸랑크푸르트에서 뛰고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설기현은 아드보카트의 '2002년 경험존중'발언으로 한시름 놓은듯하나 여전히 회복된 자신의 면모를 확인시키지는 못하고 있다.

'럭비공' 이호에 포백수비진 불안정 산넘어 산

이밖에도 김남일과 함께 신-구 더블볼란치를 구축, 많은 기대를 모았던 이호(울산현대)가 K리그 경기 중 비신사적인 파울로 퇴장당하면서 본선경기에 이호를 선발출장 시켰을 때 자제력을 잃고 플레이할 경우 자칫 퇴장당할 수 있는 위험성을 안고 있는점, 포백수비를 구성할 선수들이 아직도 유동적인 점 등 대표팀 코칭스텝을 고민스럽게 만들고 있다.

이제 독일행 엔트리가 확정되는 5월 11일까지는 채 1개월도 남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대표팀의 내부를 들여다보면 대표팀 합류가 확실해 보이는 선수는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 시간이 지나면서 줄어들어야할 불확실성이 이런저런 돌발변수들로 인해 더 커져버린 상황이다.

어쩌면 대표팀 코칭스텝의 엔트리구성표가 하얀 백지상태로 변해 있을지도 모를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