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력에 굴복한 한은, 기준금리 1%대로 인하
가계부채 폭증, 외국자금 이탈 심화 우려. 정부여당 압력에 백기
한은은 이날 오전 이주열 총재 주재로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종전 연 2.00%에서 1.75%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작년 8월과 10월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내린 데 이어 다시 5개월만에 또다시 금리를 인하한 것. 이로써 기준금리는 건국이래 최초로 1%대로 내려앉게 됐다.
한은의 금리인하는 시장에서도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었다. 금융투자협회가 최근 채권시장 전문가를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 114명 중 92.1%가 기준금리 동결을 예상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가 그동안 여러 차례 금리인하로 경기를 부양하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혀왔기 때문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압력에 지난해 하반기 두차례 금리를 인하할 결과, 경기는 부양되지 않고 가계대출만 폭증하면서 가계폭탄 폭발 가능성만 높였다는 비판이 쇄도한 데 따른 반응이었다.
또한 미연준이 석달 뒤 오는 6월 기준금리를 조기 인상할 것이라는 관측이 확산되면서 연일 원-달러 환율이 폭등하고 주가는 급락하고 있어, 한은이 금리를 추가인하할 경우 외국인 자금이탈이 본격화되면서 환율 폭등과 주가 폭락 등 금융시장 혼란이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도 한은의 금리인하 가능성을 낮게 판단하는 주요요인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김무성 대표가 11일 최고중진회의에서 한은에 대해 추가 금리인하를 공개리에 압박하고, 최경환 경제부총리도 디플레이션 우려를 제기하는 등 정부여당 수뇌부가 전방위 압박을 가하자 이주열 총재는 곧바로 백기를 든 양상이다.
총재 취임때부터 "한은 총재감으로는 대가 약하다"는 우려를 낳아온 이주열 총재가 결국 한은의 독립성에 치명적 상처를 입힌 셈이다.
한은의 추가 금리인하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130원선을 돌파해 수직상승하는 등 벌써부터 금융시장이 크게 요동치고 있다.
한편 김무성 대표는 이날 울산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 도중에 금리인하 소식을 접하고 "울산 경제는 수출경쟁력이 제일 중요하다. 지금 세계 환율경쟁 속에 울산 경제가 위축됐었는데 환율과 직결되는 한은 기준금리가 오늘 1.75%로 인하됐다"며 "사상 최초로 우리 기준금리가 1%대로 진입하게 됐다는 반가운 소식"이라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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