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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6자회담 첫날 '기선잡기' 신경전

美 "핵포기부터", 北 "제재 해제부터. 안하면 핵실험할 수도"

13개월만에 18일 중국 베이징에서 재개된 제 5차 북핵 6자회담 2단계 회의에서 한국과 미국, 북한, 중국, 일본 및 러시아 각국이 기조연설을 통해 입장을 밝힌 가운데, 북-미가 치열한 기선잡기 신경전을 벌였다.

中 “각국 대표단의 정치적 지혜, 결단, 용기 기대”

중국측 수석대표인 우다웨이(武大偉) 외교부 부부상은 “이번 회담에서 우리는 공동의 노력을 통해 적극적인 성과를 내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번 회의 기간에 2가지 의제를 다룰 것을 건의하고자 한다”며 “하나는 9.19 공동성명의 전면적 이행을 위한 구체적 조치를 토론해 확정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9.19 공동성명 이행의 초기단계에 각자 해야 할 일을 토론해 확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상호신뢰를 구축함에 있어 호혜적인 윈윈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며 “각 대표단이 정치적 지혜, 결단, 용기를 보여 주고 이를 통해 비핵화와 관계 정상화, 조화로운 동북아 구도 창출에 기여하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美 “북한의 핵포기 우선돼야”

미국은 북한의 우선적인 핵무기 포기를 촉구했다. 미국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미 국 무부 차관보는 “미국은 9.19 공동성명에 따라 미북 관계 정상화를 추진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그러나 완전하고 불가역적인 한반도 비핵화가 이뤄질 때에만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번 회담에선 9.19 공동성명을 이행하는 방안에 대한 논의에 주력하고 워킹그룹을 구성, 수주일, 또는 수개월간 활동계획을 수립하게 되길 기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특히 “한반도 비핵화가 이뤄지면 모든 것이 가능하나 비핵화가 불가능하다면 다른 모든 것도 불가능하다”며 북한의 핵무기 포기를 촉구했다.

18일 오전 중국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에서 개막된 북핵 6자회담 본회의에서 크리스토퍼 힐 미국 수석대표가 우다웨이 중국 수석대표의 연설을 경청하며 일행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北 “대북 제재부터 해제해야. 거부시 핵 억지력 강화"

반면에 북한측 대표인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은 “한반도 비핵화는 김일성 주석의 유훈이자 우리가 갖고 있는 최종적인 목표”라며 “조건이 성숙할 경우엔 현존하는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는 논의도 가능하다”고 핵무기 포기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그러나 그 대신 “이를 위해 북한을 적대시하는 미국의 모든 법률적 제도적 장치를 철폐하고 유엔제재 등 모든 제재를 해제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미국에 대해 선(先) 대북 제재 해제를 요구했다. 그는 “제재 압력을 강화하거나 지속할 경우엔 핵 억지력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고 추가 핵실험 등을 경고하기도 했다.

김 부상은 한편 “현존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기 위해서는 경수로 제공과 완공 시까지 대체에너지를 공급해주는 것 역시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그는 그러나 “조건이 성숙되지 않은 현 단계에서 핵무기 문제를 논의하고자 할 경우엔 핵군축 회담 진행을 요구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며 핵군축 카드를 들고 나왔다.

韓 “9.19 공동 성명 전면적 이행” 촉구

이에 대해 우리측 수석대표인 천영우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은 “이번 회담에서는 무엇보다도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진전을 이뤄내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실질적이고 가시적 진전이 이뤄져야 그간 손상된 6자회담의 신뢰성도 회복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천 대표는 “북측의 핵 폐기에 따른 상응조치의 성격과 내용도 이미 9.19 공동성명에 명시돼 있다”며 이번 회담의 핵심적 과제로 ”앞으로 수개월 이내에 이행할 초기조치의 내용에 합의하고 9.19 공동성명의 전면적 이행의 시한과 작업계획을 결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를 위해 “전체 이행계획을 몇 단계의 큰 패키지로 나눠 작성하고 이행하는 것이 유연성과 실용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우 부부장은 이밖에 일본, 러시아 대표의 기조 발언이 끝난 후 “각국의 기조발언에서 세 가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첫째는 대화와 협상을 통한 평화적인 한반도 비핵화 실현을 지지한다는 점이며 둘째는 9.19 공동성명의 약속을 진지하게 이행하겠다는 의지를 재천명한 점, 셋째는 이번 회담에서 실질적 성과를 거두기를 희망한다는 점”이라고 지적하고 각국의 입장차를 조율해 실질적 성과를 거두기 위해 노력할 것임을 강조했다.
임지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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