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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부시 日정권 질타, '미일 찰떡동맹' 균열

"일본의 신사참배는 역사 왜곡" 질타, 日언론 "충격적 비판"

조지 부시 전 미국대통령이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총리 등 일본정치인들의 야스쿠니 신사참배 및 역사왜곡을 신랄히 비판, '미-일 찰떡 동맹'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아버지 부시, "일본 신사참배-야스쿠니 전시물 모두 역사 왜곡"

중국 <신화통신> 및 일본 <교도통신><지지통신>에 따르면, 조지 W. 부시 미대통령의 아버지인 조지 부시 전 미대통령은 14일 중국과학원 초청을 받아 중국 베이징에서 미-중 관계에 대한 강연을 하던 중, "일부 일본인들이 역사를 부정하고 있다"고 신랄한 비판을 가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구체적으로 고이즈미 전 총리 등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예로 들며 "이는 역사로부터 일탈하는 행위"라고 질타한 뒤, "일본은 (역사의) 상처를 벌리려 하지 말고 치유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또 야스쿠니 신사의 전시 내용물을 언급하며 "진주만(공격)이 미국의 책임이라고 쓰여 있는데 (미국은) 공공연히 기습공격을 받았다"고 강한 불쾌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2차 세계대전 당시 공군 조정사로 직접 참전한 경험이 있다.

<교도통신>은 이같은 부시 전 대통령 비판을 전하며 "미국의 전 대통령이 역사문제에서 일본을 비판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교도통신>은 "현 대통령의 부친인 부시 전 대통령은 공화당 중진으로서 현정권에 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며 "일본의 역사인식에 대해 공화당내 주류파에서도 강한 불만이 떠오르는 양상"이라고 분석했다. 

아버지 부시가 일본의 신사참배 등 역사왜곡을 신랄히 비판, 그동안 아들 부시가 추진해온 일본 중심적 아시아정책에 변화가 이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AP=연합뉴스


11.7 중간선거 참패로 '미-일 찰떡 동맹' 붕괴?

아버지 부시의 강도높은 일본의 역사왜곡 비판은 단순한 '참전용사'의 불쾌감 피력 이상의 큰 의미를 갖고 있다는 게 외교가의 관측이다.

아들 부시 대통령은 11.7 중간선거 참패 전까지만 해도 고이즈미 총리 등 일본 극우와 '찰떡 동맹'을 과시해왔다. 특히 북핵 문제를 둘러싸고 '부시-고이즈미 네오콘 동맹'은 군사충돌까지 불사하겠다는 초강경 대응으로 일관했고, 그 결과 미국은 중국, 한국 등과 불편한 긴장관계를 맺게 됐다.

그러나 11.7 중간선거에서 참패하면서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 존 볼턴 유엔 미국대사 등 네오콘이 줄줄이 밀려나고 대신 아버지 부시 등 공화당 온건파가 추천한 로버트 게이츠 신임 국방장관, 존 베이커 전 국무장관 등이 부시의 외교정책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하기 시작했다.

이런 와중에 나온 아버지 부시의 이례적인 일본 역사왜곡 비판은 일본 우익들에게 충격이 아닐 수 없으며, 특히 고이즈미의 극우노선을 승계한 아베 총리에게 큰 충격으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아베 또한 고이즈미와 마찬가지로 그동안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강행해온 인물이기 때문이다.

일본은 가뜩이나 11.7 중간선거후 달라진 미국의 외교정책에 당혹감을 숨기지 못해왔다. 그런 대표적인 예가 오는 18일 베이징에서 재개되는 6자회담 과정에의 '일본 배제'.

일본은 그동안 6자회담 재개시 '납북자 문제'를 의제로 포함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나, 미국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차관보는 "북핵 문제가 주 의제"라며 일본측 요구를 일축해 일본을 당혹케 했다. 미국은 10월말 6자회담 재개 회담때도 일본을 배제하고 중국, 북한과 베이징에서 3자회동을 해 일본에게 큰 좌절감을 안겨준 바 있다.

장관 재직시절 야스쿠니 신사참배를 하고 있는 아베 일본총리. ⓒ연합뉴스


아버지 부시는 미국 금융자본의 대변자

외교가에서는 이처럼 급변 조짐을 보이고 있는 미국 부시정권의 대일정책의 원인을 11.7 중간선거 참패라는 정치적 요인 외에 '경제적 요인'에서도 찾고 있다.

중국은 일본을 제치고 세계 최대 '달러 보유국'이 됐다. 중국의 외환보유고가 일본을 제치고 1조달러를 넘어섰다는 것은 단순한 경제력 측면이 아니라 외교력 측면에서도 중국의 파워가 일본을 제쳤다는 의미를 갖는다. 미국의 막대한 무역-재정적자를 미국 재무채권 매입을 통해 보전해주는 '생명선' 역할의 헤게모니를 일본에서 중국이 가로채게 됐다는 의미에서다.

이밖에 아버지 부시의 '이해관계'도 한 요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아버지 부시는 현재 미국 금융자본 카알라일의 이사이자 주주이다. 그는 IMF사태후 한미은행을 카알라일이 인수토록 하는 데도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등 미국 '금융자본'의 이해를 대변하고 있다. 따라서 아버지 부시는 미국 금융자본이 군침을 흘리고 있는 거대 중국시장 진출에 강한 관심을 갖고 있으며, 이번 베이징에서의 신랄한 일본 비판도 중국 진출의 토대를 다지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 아니냐는 해석이 가능하다.

미국과 일본의 오랜 동맹관계를 고려할 때 미-일 관계가 격변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최소한 부시-고이즈미 시절 구가해온 '찰떡 동맹'의 시대는 끝나가고 있음을 이번에 아버지 부시는 웅변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일본은 북-미 갈등이 부시 대통령 의도대로 자신의 재임기간중 해소될 경우 북한에게 막대한 배상금을 지급하는 등 그동안 일관해온 미국 추종의 대가를 톡톡히 치러야 할 지도 모른다. 북한은 일본과의 수교협상 과정에 일본에 3백억달러의 배상금을 요구한 바 있다.
박태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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