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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드러난 군 의문사 진실, "폭행-욕설-성추행..."

정민우-박정훈 의문사, 군의 은폐 사실 밝혀져 충격

단순 사망 또는 자살로 은폐 처리됐던 두 군인의 죽음이 사실은 선임자의 구타와 욕설, 성추행 등 폭력에 의한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대통령소속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위원장 이해동)는 12일 정민우(가명, 1980년대 사망, 당시 20세) 사건과 박정훈(1996년 사망, 당시 21세)에 대한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정민우, 하사가 구타로 죽인 뒤 음주사고로 은폐"

정민우 사건은 사망자와 함께 1980년대 당시 강원도 전방의 1군 소속 O사단에서 근무했던 목격자 A씨가 지난 6월26일 "구타로 인한 사망인데 사인이 은폐됐다"며 제기한 진정을 받아 지난 8월26일 조사를 개시했다.

조사결과 사망자 정민우는 1980년대 부대내 회식 뒤 선임인 B하사에게 주먹으로 가슴을 3대 맞고 쓰러져 내무반으로 옮겨진 뒤 사망했다. 그러나 해당부대는 구타로 인한 사망 사실을 은폐한 뒤, 음주 취기로 인한 구토물이 목에 걸려 질식사한 것으로 처리했다.

군의문사위는 "사망자의 동료 부대원들의 일관된 진술과 부검결과에 대한 법의학 검토 결과 정민우의 사망 원인은 ‘취침 중 음주 취기로 인해 구토물이 목에 걸린 질식사’가 아니라, ‘가슴구타에 의한 심진탕’ 또는 ‘원발성 쇼크’에 의한 사망"이라고 결론내렸다.

가해자인 B하사는 위원회 조사시 집합과 구타 사실은 물론 구타로 인한 사망가능성을 인정했으며, 그 죄책감으로 20여년을 살아왔다고 진술했다.

이해동 위원장은 “당시 군수사기관은 망인의 부대 동료에 대한 조사는커녕 애초 구타 등 사망원인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지 않은 사실도 드러났다”며 “지금이라도 국방부가 사건 은폐와 부실한 조사에 대해 책임지고, 진실을 밝히는 데 노력해 줄 것을 당부한다”고 말했다.

"박정훈, 선임자의 구타와 욕설, 성추행 등으로 자살”

박정훈 사건은 1996년 10월22일 강원도 OO교도소에 경비교도대로 배치 4일만에 얼굴 피부병이 원인인 우울증과 내성적 성격으로 투신자살했다는 교도소 당국의 주장을 믿을 수 없다며 박노상씨(사망자의 아버지)가 2006년 3월17일 제기한 진정을 접수받아 지난 6월22일 조사를 시작했다.

조사결과, 사건 당시 선임대원(수교, 상교)들은 내무반에서 거의 날마다 술판을 벌였고, 후임병에게 ‘원산폭격’, ‘관물대 위에 발 올리고 깍지끼고 엎드려뻗쳐’, 가슴구타 등의 폭력을 행사하거나 암기사항을 강요하며 잠안 재우기 등의 가혹행위를 자행했음이 드러났다.

더구나 당시 일부 선임대원들은 후임대원들에 대한 성추행을 자행했으며, 이를 거부할 땐 해당 후임대원은 물론 다른 후임대원들도 깨워서 무자비하게 구타하기도 했다.

사망 당일 교도소측은 ‘교정시설경비교도대설치법’에 규정된 교도소 정문과 감시대, 출정 등의 업무를 맡은 경비교도대에게 교도소 옆 테니스장에 낙엽이 떨어져 보안과장 등 간부들의 테니스에 방해된다며 미루나무 제거작업을 지시하는 등 위법행위를 한 것도 확인됐다.

이해동 위원장은 “박정훈은 경비교도생활 4일 동안 지속된 선임대원들의 구타와 욕설, 암기강요, 다량의 식사강요 등 가혹행위로 인해 극도의 스트레스에 시달렸다”며 “그 결과 우울증세가 악화돼 자살했기에 직무수행 중 사망한 자에 해당해 법무부장관에게 사망구분 사항 심의를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우리 위원회 진정 사건 중 60%가량이 군 당국에서 자살로 처리된 것인데, 대부분 자살 원인을 사망자 개인의 책임으로 떠넘긴 채 국가의 책임을 면하려 한다”며 “군내 자살처리자에 대해 국가차원에서 보다 합당한 처우를 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병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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