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독성 남조류, 대구까지 북상"
녹색연합 "물고기 섭취, 물놀이 통해 독소 노출 우려"
5일 녹색연합이 공개한 낙동강 수질 모니터링 결과에 따르면 경남 합천군, 대구 달성군, 경북 고령군 등 낙동강 중상류 지역 일대에서 뚜렷한 녹조현상이 확인됐다.
녹조현상이 나타난 곳은 경북 고령의 우곡교 아래, 대구 달성군 도동서원 근처와 낙동대표, 박석진교 아래, 경북 고령군 고령교 하류 지역 등 낙동강 중류지역 일대의 강물이 육안으로 확인 가능할 정도로 초록색으로 변했고, 강물 속에는 녹색의 알갱이가 떠있었다.
낙동강 중상류를 통해 올라오고 있는 남조류가 대구를 넘어 구미까지 번질 경우, 구미시를 비롯해 칠곡군, 김천시의 많은 시민들이 남조류의 독성에 노출될 위험성이 커지게 된다. 구미에는 수자원공사가 운영하는 시설용량 46만톤의 대규모 시설을 갖춘 구미정수장이 있다.
녹색연합은 "4대강사업 이전에는 낙동강 하류의 하구둑 주변이나, 경북 양산시 물금 지역에서만 녹조현상이 나타났었지만 지난 6월말 창녕함안보 인근의 경상남도 창원시 본포취수장과 경상남도 함안군 칠서취수장에서 녹조현상이 발생했고, 이번 8월에 낙동강 중류로 북상하여 대구, 고령 일대에 나타나고 있다"며 "4대강 사업으로 인한 급격한 수질악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녹색연합은 이같은 녹조현상에 대해 "남조류는 독성이 함유되어 있어서 수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데, 남조류의 개체수가 대량으로 증가하게 되면,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물색깔이 녹색으로 변하며 녹색의 알갱이가 물 속에 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며 "그 정도가 심해지면 진한 페인트를 풀어놓은 것과 같이 변한다"고 설명했다.
녹색연합이 녹조 발생 지점의 시료를 채취해 전문기관에 조류분석을 의뢰한 결과에 따르면, 녹조현상을 일으킨 원인은 남조류의 일종인 마이크로시스티스(Microcystis)였다. 이는 마이크로시스틴(Microcystin)이라는 간질환을 일으키는 독성물질을 함유하고 있어, 국립환경과학원에서는 "맹독성으로 인해 미량으로도 치사에 도달 가능"이라고 밝히고 있다.
남조류의 독성은 사람과 가축, 어류 등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실제 외국에서는 오염된 물의 투석으로 인해 50명 이상이 간질환으로 사망한 사례가 있고, 1990년대 캐나다에서 발생한 수만 마리의 오리와 물새류 폐사, 1981년 미국 펜실베니아에서 발병한 피부 질환 및 눈병, 1991년 호주의 소 1600마리 사망 등이 직간접적인 남조류의 독성 때문으로 확인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지난 1995년 부산의 화명정수장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돼 이 사건은 이후 부산의 모든 정수장에는 녹조를 정수하는 고도정수처리시설이 설치된 바 있다.
녹색연합은 "유례를 찾기 힘든 이번 낙동강 중류 남조류 대량발생의 원인은 4대강사업으로 건설된 낙동강 8개 보에 있다"며 "대형 보로 인해 물의 흐름이 가로막혀 정체되었기 때문이다. 물이 흐르는 상황에서는 조류가 대량으로 발생하기 힘든데, 지금 보로 막힌 낙동강은 거대한 호수로 변해버려, 물의 정체시간이 길어진 만큼 녹조현상의 가능성은 높아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녹색연합은 또 '이상고온현상' 때문이라는 정부 주장에 대해 "단순히 기온이 상승한 것만를 원인으로 보는 것은, 과거에 이와 같은 사례가 없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며 "남조류 발생이 수온과 상관관계가 있는 것은 사실이나, 정체시간이 길어지면 그만큼 같은 조건에서도 발생확률이 훨씬 높아지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녹색연합은 '낙동강 정수장에 고도정수처리시스템이 있어 수돗물 공급의 안정성에 문제가 없다'는 해명에 대해선 " 낙동강 중상류에는 해평취수장과 연결된 구미정수장을 비롯해 상주 도남정수장과 안동, 예천의 몇몇 정수장 등 고도정수처리 시스템이 설치되지 않은 정수장이 여럿 있다"며 "더군다나 대구의 문산, 매곡 정수장 또한 공사가 시작되었으나 아직 완공 전이다. 녹조의 독성을 걸러낼 수 없다는 의미"라고 반박했다.
녹색연합은 "정부는 4대강사업을 추진하면서 '수질개선'을 목적으로 내세웠지만, 4대강사업으로 인해 과거에는 없었던 독성 남조류가 대량으로 발생하게 되었다"며 "단순히 정수처리기술과 화학약품에 의존하는 것이 아닌, 낙동강 원수 자체의 수질을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고, 이는 강물을 정체시키는 원인, 곧 4대강 보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를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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