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섭 건교장관' 내정에 관료-건설계 초긴장
<이 사람> '접대비 상한제' 도입 관철한 강골, '분양원가 공개' 등 주목
노무현 대통령은 23일 새 건설교통부장관에 이용섭 행자부장관(55)을 내정, 노 대통령이 현재 재정경제부-건설교통부 등의 저항에 직면한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등을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이 행자부장관 내정자는 참여정권 초대 국세청장 시절, 재경부 및 재계, 보수언론 등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접대비 상한제' 도입을 관철하는 등 강골의 면모를 보인 바 있기 때문이다.
노대통령, 이용섭 건교장관 내정
박남춘 인사수석은 이용섭 건교장관 내정 이유를 "정통 경제관료 출신으로 경제전반에 대한 탁월한 전문성을 갖고 있고 국세청장, 재경부 세제실장 등 재직시 축적한 부동산 문제에 대한 높은 전문성도 아울러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 평가됐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이어 이날 이용섭 장관의 후임 행자부장관으로는 박명재 전 중앙공무원 교육원장을, 대통령 정책특별보좌관에 오지철 전 문화관광부 차관을 위촉했다.
온갖 저항 뿌리치고 '접대비 상한제' 관철한 강골
행시 14회 출신의 이용섭 건교장관 내정자는 참여정권 출범 초대 국세청장으로 2년간 재임한 뒤 대통령비서실 혁신관리수석을 거쳐 지난 3월 행자부장관에 취임한 정통 '세제통'이다.
그러나 그는 국세청장 시절 행시 13회이자 같은 '세제통'인 김진표 초대 경제부총리와는 다른 행보를 걸어 여러 모로 비교가 됐었다. 국세청장 취임후 그가 빼어든 칼은 그동안 재계가 정-관-언론계 접대 등을 위해 골프장-유흥업소에서 사용돼온 '접대비' 폐지였다. 당시까지만 해도 이렇게 사용된 접대비에 대해 국세청은 비용으로 인정해 과세를 하지 않았고, 이에 기업들은 IMF사태 발발후 도리어 접대비 사용액이 급증하면서 '접대비 망국론'이 나돌 정도였다. 반면에 주변국 일본은 접대비를 한푼도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미국도 75달러를 접대비 상한선으로 정하고 있었다.
국세청장에 취임한 이용섭 청장은 접대비 폐지 추진 입장을 밝혔다. 아울러 소문난 골프 매니아였음에도 불구하고 국세청장 재임기간 중 골프를 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철저한 개혁 드라이브였다.
당연히 거센 반발이 일었다. 재경부를 위시한 관료사회와 재계, 국회, 보수언론들이 연일 이 청장을 비토했다. 이유는 여러가지였다. 접대비를 폐지하면 유흥업소와 골프장이 망해 불황을 한층 심화시킬 것이라는 이유에서부터 청와대를 의식한 '과잉충성'이라는 비판에 이르기까지 반발이 대단했었다. 재경부의 경우 "골프장과 같은 특정업종에 대한 지출을 접대비에서 제외하는 것은 법인세법 취지상 바람직하지 않다"며 "다른 접대비는 몰라도 최소한 골프접대비만은 예외로 해야 한다"고 주장하기까지 했다. 이 청장의 행시 1년 선배인 김진표 경제부총리도 마찬가지 입장이었다.
그러나 이 청장은 개혁을 바라던 네티즌의 열렬한 호응에 힘입어 2004년 1월 '접대비 상한선'을 50만원으로 못박는 개혁을 단행해 "대단한 강골"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의 접대비 상한선 도입은 곧바로 효력을 발휘, 한국은행 조사결과 2004년 제조업체들의 접대비는 1조1천2백80억원으로 전년보다 7백83억원(6.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그해 기업 실적이 사상 최대를 기록하며 제조업 매출액이 전년보다 17%(1백10조원)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나온 수치여서 '이용섭 개혁'의 산물임을 입증했다. 제조업의 접대비는 IMF사태가 터진 1998년에만 잠시 급감했다가, 곧바로 증가세로 반전돼 99년부터 2003년까지 5년 연속 수직상승했었다.
그의 '뚝심'은 노대통령으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고 이에 2005년 3월 비서실의 혁신관리 수석으로 중용됐다. 그는 국세청장 이임사에서 "접대비 실명제 도입으로 마찰과 갈등도 많았지만 접대문화를 건전하게 바꾸는 데 기여했다고 확신한다"고 자부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또 국세청장 재임기간중 골프를 치지 않은 것에 대해 "국세청장에 있을 때 골프를 치지 않은 것은 골프는 '청탁'이나 '연고'와 관련되기 때문이다. 혁신한다면서 새로운 인간관계나 기존 인간관계의 연고에 매달리다 보면 혁신을 제대로 할 수 없다. 그래서 골프를 치지 않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과천 관가-건설업계 "배경이 뭐냐" 긴장
이같은 경력의 이용섭 장관이 건설교통부장관에 지명되자, 벌써부터 과천 관가 및 건설업계 등에서는 "배경이 뭐냐"며 긴장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이들이 이렇게 긴장하는 것은 이용섭 장관의 '전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근 부동산대란이 재연되면서 노대통령 등 청와대 기류가 심상치 않음을 감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예로 노대통령은 지난 9월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를 대국민 약속했었다. 그러나 그후 재경부-건교부 등은 이를 '검토사항'으로 폄하하는 등 우회적으로 저항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아울러 이들 부처가 그후 내놓은 대책은 도리어 부동산대란을 부채질하는 결과를 낳으면서 노대통령의 레임덕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더이상 이같은 관료들의 저항을 방치해선 안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최근 국세청이 벽산-한라건설 등 건설사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한 데 이어, 전윤철 감사원장이 폭리분양 의혹이 제기된 화성동탄에 대한 감사 실시를 약속하는가 하면, 검찰이 경실련 등이 고발한 화성동탄 24개 건설사에 대한 수사 착수 조짐을 보이는 것도 이같은 정권적 위기감의 산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이런 마당에 행시 출신이나 재경부 등의 반발에 강력 대응해, 노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운 이용섭 장관을 노 대통령이 건교장관으로 임명한 것은 분양원가 공개 등을 관철하면서 부동산문제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다.
과연 이용섭 장관이 국세청장 시절 보여준 뚝심과 원칙을 관철할 지 지켜볼 일이다.
이 행자부장관 내정자는 참여정권 초대 국세청장 시절, 재경부 및 재계, 보수언론 등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접대비 상한제' 도입을 관철하는 등 강골의 면모를 보인 바 있기 때문이다.
노대통령, 이용섭 건교장관 내정
박남춘 인사수석은 이용섭 건교장관 내정 이유를 "정통 경제관료 출신으로 경제전반에 대한 탁월한 전문성을 갖고 있고 국세청장, 재경부 세제실장 등 재직시 축적한 부동산 문제에 대한 높은 전문성도 아울러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 평가됐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이어 이날 이용섭 장관의 후임 행자부장관으로는 박명재 전 중앙공무원 교육원장을, 대통령 정책특별보좌관에 오지철 전 문화관광부 차관을 위촉했다.
온갖 저항 뿌리치고 '접대비 상한제' 관철한 강골
행시 14회 출신의 이용섭 건교장관 내정자는 참여정권 출범 초대 국세청장으로 2년간 재임한 뒤 대통령비서실 혁신관리수석을 거쳐 지난 3월 행자부장관에 취임한 정통 '세제통'이다.
그러나 그는 국세청장 시절 행시 13회이자 같은 '세제통'인 김진표 초대 경제부총리와는 다른 행보를 걸어 여러 모로 비교가 됐었다. 국세청장 취임후 그가 빼어든 칼은 그동안 재계가 정-관-언론계 접대 등을 위해 골프장-유흥업소에서 사용돼온 '접대비' 폐지였다. 당시까지만 해도 이렇게 사용된 접대비에 대해 국세청은 비용으로 인정해 과세를 하지 않았고, 이에 기업들은 IMF사태 발발후 도리어 접대비 사용액이 급증하면서 '접대비 망국론'이 나돌 정도였다. 반면에 주변국 일본은 접대비를 한푼도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미국도 75달러를 접대비 상한선으로 정하고 있었다.
국세청장에 취임한 이용섭 청장은 접대비 폐지 추진 입장을 밝혔다. 아울러 소문난 골프 매니아였음에도 불구하고 국세청장 재임기간 중 골프를 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철저한 개혁 드라이브였다.
당연히 거센 반발이 일었다. 재경부를 위시한 관료사회와 재계, 국회, 보수언론들이 연일 이 청장을 비토했다. 이유는 여러가지였다. 접대비를 폐지하면 유흥업소와 골프장이 망해 불황을 한층 심화시킬 것이라는 이유에서부터 청와대를 의식한 '과잉충성'이라는 비판에 이르기까지 반발이 대단했었다. 재경부의 경우 "골프장과 같은 특정업종에 대한 지출을 접대비에서 제외하는 것은 법인세법 취지상 바람직하지 않다"며 "다른 접대비는 몰라도 최소한 골프접대비만은 예외로 해야 한다"고 주장하기까지 했다. 이 청장의 행시 1년 선배인 김진표 경제부총리도 마찬가지 입장이었다.
그러나 이 청장은 개혁을 바라던 네티즌의 열렬한 호응에 힘입어 2004년 1월 '접대비 상한선'을 50만원으로 못박는 개혁을 단행해 "대단한 강골"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의 접대비 상한선 도입은 곧바로 효력을 발휘, 한국은행 조사결과 2004년 제조업체들의 접대비는 1조1천2백80억원으로 전년보다 7백83억원(6.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그해 기업 실적이 사상 최대를 기록하며 제조업 매출액이 전년보다 17%(1백10조원)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나온 수치여서 '이용섭 개혁'의 산물임을 입증했다. 제조업의 접대비는 IMF사태가 터진 1998년에만 잠시 급감했다가, 곧바로 증가세로 반전돼 99년부터 2003년까지 5년 연속 수직상승했었다.
그의 '뚝심'은 노대통령으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고 이에 2005년 3월 비서실의 혁신관리 수석으로 중용됐다. 그는 국세청장 이임사에서 "접대비 실명제 도입으로 마찰과 갈등도 많았지만 접대문화를 건전하게 바꾸는 데 기여했다고 확신한다"고 자부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또 국세청장 재임기간중 골프를 치지 않은 것에 대해 "국세청장에 있을 때 골프를 치지 않은 것은 골프는 '청탁'이나 '연고'와 관련되기 때문이다. 혁신한다면서 새로운 인간관계나 기존 인간관계의 연고에 매달리다 보면 혁신을 제대로 할 수 없다. 그래서 골프를 치지 않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과천 관가-건설업계 "배경이 뭐냐" 긴장
이같은 경력의 이용섭 장관이 건설교통부장관에 지명되자, 벌써부터 과천 관가 및 건설업계 등에서는 "배경이 뭐냐"며 긴장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이들이 이렇게 긴장하는 것은 이용섭 장관의 '전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근 부동산대란이 재연되면서 노대통령 등 청와대 기류가 심상치 않음을 감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예로 노대통령은 지난 9월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를 대국민 약속했었다. 그러나 그후 재경부-건교부 등은 이를 '검토사항'으로 폄하하는 등 우회적으로 저항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아울러 이들 부처가 그후 내놓은 대책은 도리어 부동산대란을 부채질하는 결과를 낳으면서 노대통령의 레임덕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더이상 이같은 관료들의 저항을 방치해선 안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최근 국세청이 벽산-한라건설 등 건설사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한 데 이어, 전윤철 감사원장이 폭리분양 의혹이 제기된 화성동탄에 대한 감사 실시를 약속하는가 하면, 검찰이 경실련 등이 고발한 화성동탄 24개 건설사에 대한 수사 착수 조짐을 보이는 것도 이같은 정권적 위기감의 산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이런 마당에 행시 출신이나 재경부 등의 반발에 강력 대응해, 노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운 이용섭 장관을 노 대통령이 건교장관으로 임명한 것은 분양원가 공개 등을 관철하면서 부동산문제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다.
과연 이용섭 장관이 국세청장 시절 보여준 뚝심과 원칙을 관철할 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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