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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은 안되나 상품권은 괜찮다"는 공정위

공정위 뇌물수수 파문, 설립 25년 최대위기. 현대차 "대가성없이 전달"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의 부당 내부거래를 조사하던 공정거래위원회 직원들이 현대차로부터 1인당 1백만원 어치의 상품권을 받은 사실이 밝혀져, 공정위가 1981년 설립이래 25년만에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공정위 직원들 "현금은 안되나 상품권은 괜찮다"?

KBS의 22일 밤 보도에 따르면, 공정위 시장감시본부 직원들은 지난 17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현대차그룹 회의실에서 이 그룹의 모 임원에게서 10만 원짜리 백화점 상품권 10장이 든 봉투를 7개 받았다.

공정위 직원들은 당시 상품권을 받을 것인지 논의한 끝에 “현금은 안 되지만 상품권은 괜찮다”는 결론을 내리고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금품을 받은 직원 중 한 명이 고심 끝에 사흘 뒤 자기 몫의 상품권을 현대차 측에 돌려주자 다른 직원들은 이 직원을 질책하고 폭언까지 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이 직원은 최근 동료들의 집단 따돌림을 견디다 못해 연가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직원은 상품권을 받았다가 나중에 되돌려줬다고 주장하고 있다.

직원들의 금품 수수로 최악의 위기에 몰린 권오승 공정거래위원장. ⓒ연합뉴스


공정위 "사실조사중", 현대차 "대가성 없이 전달"

공정위는 KBS 보도직후 홍보관리관 명의의 보도자료를 통해 "KBS 보도내용과 관련하여 현재 사실관계를 확인.조사 중에 있다"며 "조사 결과 금품 수수 등 보도내용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관련자에 대한 엄중 문책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며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도 강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와 관련, "조사 대상의 부당행위를 조사해 적발해야 할 당사자들이 이런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면 더이상 할 말이 있을 수 없다"면서 "일단은 자체 조사를 통해 사실 관계를 확인해야 하며 사실로 드러나면 관련자에 대한 엄중 문책과 재발 방치책 마련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공정위 관계자는 “일단 불법행위 자체가 발생했는지, 대가성이 있는 뇌물 성격이었는지 등 전반을 조사하고 있다”며 “경위와 내용을 정확하게 파악해야 하므로 당장 결론을 내리기 어렵지만 조사결과에 따라 징계조치가 내려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현대차 측은 23일 “자체 조사 결과 대가성 없이 수고했다는 뜻으로 상품권을 전달한 것으로 일단 파악되고 있다”면서 “하지만 금품을 준 사실이 최종 확인되면 내부 규정에 따라 관련 임직원들을 징계할 방침”이라고 사실상 금품 전달을 시인했다.

공정위는 9월 11일 현대차그룹을 상대로 부당 내부거래 조사에 착수해 현대차그룹 계열사 사이의 부당 내부거래 여부와 하청업체들에 대한 무리한 납품단가 인하 요구 등에 관한 현장조사를 마무리했으며, 연말경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공정위, 너마저..."

2003년 공정위가 제정한 공직자 행동강령에 따르면 공정위 직원들은 어떤 기관으로부터도 일절 금품을 받을 수 없게 돼 있다. 특히 이번 사건은 각 기업들의 부당행위를 적발하고 제재함으로써 경제질서를 바로 세워야 할 ‘경제 검찰’인 공정거래위원회의 직원들이 조사기간 중 조사대상 업체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점에서 큰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공정위가 최근 현대차 뿐 아니라 석유화학업체와 정유, 설탕, 보험 등의 업종을 상대로 대대적인 담합 조사를 진행중인 상황에서 이같은 사건이 발생함에 따라 향후 조사당국으로서의 신뢰성과 권위의 손상 및 실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최근 권오승 공정거래위원장이 "앞으로는 시장지배력이 높은 기업들의 부당행위를 조사하는데 주력할 예정이며, 현대차와 관련된 조사에서는 어느 정도 혐의가 나온 것이 있어 2차 조사까지 실시했다"고 밝히는 등 고강도 조사를 예고한 가운데 이번 사건이 터짐에 따라 국민들은 “조사대상 업체로부터 금품을 수수하는 공정위의 조사를 누가 신뢰할 수 있겠느냐"고 개탄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금품 수수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권오승 공정거래위원장의 사퇴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또한 비자금 파문을 겪은지 얼마 되지 않아 또다시 공정위직원들에게 금품을 건넨 현대차에 대해서도 국민의 눈총이 싸늘한 상황이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비리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검찰이 공정거래위원회에 대해 오래 전부터 요구해온 '전속 고발권' 이양 문제가 또다시 수면위로 부상할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현재는 공정거래법 위반 사항에 대해 공정위가 검찰에 고발할 때에만 검찰이 공정거래법 위반을 처벌할 수 있도록 돼 있어, 검찰은 오래 전부터 전속 고발권 폐지를 주장해왔다.
김홍국 기자

댓글이 1 개 있습니다.

  • 2 2
    노지심

    저번에 10억 시주도 넘어갔잖어
    몇백갖고 쇼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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