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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지 적발 연간 6백건. 교육당국 은폐 급급"

참교육학부모회, 전교조 ‘불법찬조금, 촌지수수 사례 발표’

지난 28일 부산지법 제5형사부(재판장 최윤성)는 학부모에게 촌지 20만원을 받은 초등학교 교사 박모씨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죄목은 뇌물수수죄.

촌지에 대한 최초의 중형으로 기록되는 이번 판결은 기존의 잘못된 관행에 경종을 울렸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판결로 평가받고 있다. 동시에 이번 판결은 교사, 학교, 교육부 등 교육주체의 자정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교육현장에서는 불법찬조금과 촌지수수 등 일부 학교와 교사의 ‘뒷주머니’를 채워주는 잘못된 관행이 사라지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방증이기도 하다.

"매년 적발사례만 수백건, 교육당국 은폐 급급"

참교육을 위한 학부모회(참교육학부모회)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는 29일 서울 중구 명동 조흥은행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불법찬조금과 촌지 수수 관행을 근절하기 위한 당국의 감독강화를 촉구했다.

29일 오전 서울 명동 조흥은행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불법찬조금과 촌지수수 근절을 촉구하는 교육단체 회원들.ⓒ최병성 기자


두 단체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자녀를 볼모로 한 일률적 강제모금과 불법적인 기금조성, 촌지수수 관행이 여전히 학교현장에서 기승을 부리고 있다”며 “이러한 관행을 뿌리 뽑기 위해 ‘불법찬조금과 촌지 없는 학교를 만들기 위한 교사-학부모 공동 행동’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매년 교육부에 의해 적발되는 사례만 2백건이고, 그밖에 시민단체에 들어오는 제보사례가 4백건에 달하지만 감독기관인 교육청과 교육부는 오히려 은폐와 무마에 급급한 실정”이라며 이와 관련해 최근 감사에 들어갔거나 감사청구 예정인 불법사례를 공개했다.

이날 공개된 불법사례들은 각종 학교운영 비용을 학급별로 강제모금한 사례부터 제보자의 신원을 노출한 교육당국, 통장을 통해 수백만원의 촌지를 수수해 온 교사까지 다양한 교육현장의 ‘뇌물거래 실태’를 보여줬다.

참교육학부모회에 따르면 교육청에 감사를 청구한 서울 모여고의 경우 고3 담임을 맡은 교사가 학부모들에게 촌지를 강요해 8개월에 걸쳐 4백50만원을 수수했다. 천안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찬조금 명목으로 학부모에게 거둬들인 돈의 대부분을 교목, 시계, 교사 체육복 등 학생경비와는 무관한 곳에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강원도 속초시 모 초등학교에서는 교육청 장학사가 촌지와 관련한 제보자의 신원을 해당학교에 알려주는 어이없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해당 학부모와 학생은 억울함을 호소하며 전학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다양한 불법사례에 대해 박범이 참교육을위한학부모회 교육자치위원장은 “오늘 공개한 것은 극히 일부로 대부분 당국의 감사가 이뤄지거나 감사을 청구한 사안들”이라며 “매번 학부모단체들이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하며 교육부에 감사를 요청하지만 대부분 달라진 것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박위원장은 “결국 학부모와 학생들만 억울한 피해자로 만드는 상황이 계속되는 한 불법찬조금이나 촌지와 같은 범법행위는 계속될 것”이라며 불법사례에 대한 관계당국의 엄격한 감독강화를 거듭 촉구했다.

박범이 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 교육자치위원장이 '불법찬조금 근절을 위한 학부모 선언문'을 낭독하고 있다.ⓒ최병성 기자


윤숙자 참교육학부모회 조직위원장은 “교육재정 부족이 학교의 무리한 불법찬조금 모금과 촌지수수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불러오고 해당지역에 따른 부익부빈익빈 현상을 부추기고 있다”며 “교육부는 감독강화와 더불어 공교육 내실화를 위한 재정 확충대책을 내놓아야한다”고 말했다.

이들 단체는 이날 기자회견을 마친 직후 교사.학부모 공동 거리 선전전 및 서명운동을 1시간 동안 진행했다.

"불법찬조금 관행 없애려면 학교발전기금 폐지해야"

학부모로부터 원성을 사 온 불법찬조금 논란이 교육현장에서 끊이지 않는 이유는 ‘학부모들의 다양한 교육수요 수용’을 골자로 98년 도입한 학교발전기금제도에 기인한다. 학교발전기금제도는 공교육과정에 포함되어있지 않은 다양한 방과 후 교육예산 확보를 위해 학부모로부터 일부 예산을 거둬들이는 제도.

하지만 일부 학교가 교육재정 부족을 이유로 과도한 발전기금을 모금하고 이 과정에서 음성적 모금활동이 벌어지면서 학부모단체로부터 “불법찬조금이나 촌지 등 각종 불법모금을 합법화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이와 관련 지난 2003년 부패방지위원회는 이 제도의 폐지를 권고한 바 있고 올해 1월 국가청렴위원회는 ‘교육분야 불법찬조금 근절을 위한 제도개선안’에서 제도의 투명성과 교원의 윤리의식과 책임을 강화하는 개선안을 교육부와 각 시.도교육청에 권고하기도 했다.

국회 교육위에서 불법찬조금 실태를 폭로했던 최순영 의원도 “늘어가는 사교육비와 사부담 공교육비에 더해 학교발전기금과 불법찬조금이 할당식으로 모금돼 학부모들이 이중 삼중으로 고통받고 있다”며 제도개선을 촉구한 바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단체들도 "학교발전기금이 각종 불법 모금의 합법화를 부추기고 있다"며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하는 발전기금제도를 당장 폐지하라"고 촉구했다.
최병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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