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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개혁, '사이비'와 '진짜'의 차이

[盧정권의 부동산 망국사] <끝> 리콴유의 '싱가포르 주택혁명'

“정권 명운 걸었다”던 8.31대책, ‘혹시나’가 ‘역시나’

2005년 8월31일,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이 ‘정권의 명운’을 걸고 만들었다는 8.31대책이 발표됐다.

“이제 부동산투기는 끝났다”고 단언하며 정부가 내놓은 8.31 대책의 골자는 그러나 2년전의 ‘10.29 대책’과 본질적으로 동일했다. 투기세력에 대한 중과세를 통해 부동산 투기를 뿌리 뽑겠다는 것이었다. 10.29 대책보다 보유세와 종합부동산세를 강화한 점만 다를 뿐, 나머지 내용은 대동소이했다. 오히려 강남 송파구에 2백만평을 비롯해 향후 5년간 수도권에 4천5백만평의 주택용지를 추가공급하고 강북의 층고제한을 해제해 고층 주상복합아파트 건설을 가능케 한 점은 곧바로 송파 등 해당 개발지역의 땅값을 폭등시키면서 ‘제2의 분당사태’를 예고했다.

또한 노무현 대통령이 한때 “못할 것이 없다”던 분양원가 공개가 애당초 거론조차 되지 않은 것을 비롯해, 정부가 2년전 10.29 대책 발표때 아파트값이 더 오를 경우 취하겠다던 분양권 전매 전국금지, 재건축아파트에 대한 개발이익 환수, 투기지역내 주택거래허가제 등의 핵심내용도 빠졌다.

겉으로는 ‘투기족’을 치는 듯 하면서도, 내용적으로는 ‘건설족’을 옹호하는 내용이었다. ‘혹시나’가 ‘역시나’로 끝난 것이다.

8.31 대책의 골자는 우선 주택 종합부동산세 대상을 종전의 ‘인별 합산과세’ 방식에서 ‘세대별 합산과세’ 방식으로 강화하는 동시에 기존의 9억원(기준시가)에서 6억원으로 낮춰 중과세 대상을 확대하는 것이었다. 이는 2년전 10.29 대책 때 당초 원안에 들어갔다가 당정협의 과정에 ‘강남의 조세저항 우려’를 이유로 빠진 내용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강화해봤자 종합부동산세 과세 대상은 종전의 4만명에서 16만명으로 늘어날 뿐이었다.

정부 방침은 16만명의 1가구다주택자나 고가주택 생활자에게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부담을 가중시켜 가수요주택을 팔게 만든다는 것. 그러나 정부가 예로 든 강남 아파트들의 예를 볼 때 과연 계획대로 될지는 미지수였다.

정부는 강남 도곡동의 1백2평짜리 타워팰리스(공시지가 23억3천만원)를 예로 들며 예정대로 하면 2005년 연간 1천13만4천원이던 종부세가 2009년에는 2천7백64만원으로 3배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추산했다. 하지만 지난 4년간 아파트값 폭등때 연간 수억원씩 집값이 폭등해온 결과 현재 시가가 30억원을 훌쩍 넘은 1백평대 타워팰리스에 사는 주민들이 과연 이 정도 세금부담 증가에 눈이나 껌벅할지는 의문이었다.

정부가 또다른 예로 든 강남 서초구의 롯데캐슬 50평 아파트(공시지가 7억9천만원)의 경우를 보면 더욱 정책의 효과에 대한 의구심이 짙어진다. 시가가 14~15억원에 달하는 이 아파트 주민이 2005년 현재 내는 종합부동산세는 1백20만1천원. 이것이 4년뒤인 2009년에는 3백44만원으로 늘어난다. 4년뒤 세금이 2백여만원 높아진다고 집을 팔지는 여간 의문이 아닐 수 없다. 발표 직후 국민이 보인 반응은 “그래, 세금 조금 더 내고 부동산투기 맘대로 하라는 거냐”는 울분에 찬 것이었다.

정부는 또 1가구2주택 보유자에게는 양도세율을 50%, 3주택이상 보유자에게는 60%로 높이기로 했다. 2년전 10.29대책 때는 투기지역내에서만 행하던 양도세 중과세 조치를 투기지역 여부에 상관없이 전국적으로 행하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이 조치에 해당되는 다주택 보유자는 차 떼고 포 떼고 하니 28만세대에 불과하다.

중과세 대상 숫자가 줄어드는 과정은 한편의 블랙코미디였다. 노 대통령의 ‘부동산투기 전쟁’ 직후 이주성 국세청장은 “1가구2주택 보유자가 1백58만 가구에 달한다”고 그동안 공개하지 않던 통계를 발표했었다. 그러나 어이 된 일인지 며칠 뒤 행정자치부는 “그렇지 않다. 우리가 파악하기론 89만 가구밖에 안된다”고 그 숫자를 60만 가구나 줄였다. 그러더니 10.31대책에서는 “실제는 더 적다. 72만 가구밖에 안된다”고 또다시 대상을 축소하더니 결국 과세대상을 28만가구로 줄인 것이다.

10.31 대책의 본질을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낸 대목은 수도권에 향후 5년간 1백50만채의 아파트를 추가로 짓겠다는 ‘1백50만호 공약’이었다.

정부는 원활한 수도권 주택 및 택지 공급을 명분으로 그린벨트까지 풀면서 연간 9백만평씩 5년간 4천5백만평을 개발, 1백50만가구를 건설키로 하고 이중 41만5천가구 가량은 중대형 아파트로 채우겠다고 발표했다. 중대형 아파트 공급방안으로 송파 신도시에서 2만가구를 비롯해, 판교와 인천 청라에 1만2천가구를 추가로 늘리겠다는 것. 특히 정부의 강남 대체용 신도시 구상에 따라 ‘제2의 판교’로 급부상한 송파 신도시에는 육군종합행정학교 95만평, 특전사 65만평, 체육부대 12만평, 군부대 골프장 28만평을 합쳐 2백만평(총 5만가구) 규모로 조성하고 현재 추진중인 김포, 양주 옥정 등 4∼5개 신도시에서 공공택지 1천만평을 추가로 공급키로 했다.

정부는 강북 개발에도 불을 붙였다. 강북의 뉴타운 등 광역적 공공개발이 추진되는 최소 15만평 이상의 재개발 사업지역에 대해서는 소형아파트(전용 85㎡이하) 건설 의무비율을 현행 80%에서 60% 이상으로 낮추고 사업시행자 지정요건을 주민동의 3분의 2이상에서 2분의 1로 완화키로 했다. 또한 이들 지역에 대해선 층고제한을 해제해 타워팰리스 같은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 건설이 가능토록 했다.

한마디로 말해, 건설족의 ‘공급부족’ 논리를 1백20% 받아들여 강남외 수도권 지역의 아파트투기에 불을 붙인 것이다.

8.31대책이 특히 국민적 분노를 일으킨 것은 참여정부 출범이래 23번째 부동산대책인 8.31대책이 나오기까지의 과정이 기만적이었다는 사실이다.

처음에는 정부가 초강도 대책의 출현을 예고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분양원가 공개를 못할 것도 없다”는 강력한 뉘앙스를 풍겼고, 김병준 청와대 정책실장은 “헌법만큼 바꾸기 힘든 부동산정책”을 예고하기도 했다. 박승 한국은행 총재 같은 경우는 한술 더 떠 “정치권에서 저항할 정도로 충격적 대책이 나올 것”이라고 바람을 잡기도 했다. 정부는 또 “작금의 부동산값 폭등은 공급 부족이 아닌 투기적 가수요 때문”이라며 신도시 등을 추가로 세울 계획이 없다고 단언했다.

그러나 얼마 안가 기류가 묘하게 변하기 시작하더니, ‘사전 여론검증’이란 명목으로 언론에 그 내용을 흘렸다. 당연히 건설족이 반발했다. “세금 폭탄” 등의 자극적 표현으로 마치 모든 국민이 지금보다 몇 배나 많은 세금을 내야하며 건설경기에 간신히 의존하던 경기가 급랭할 것처럼 건설족 언론이 불안감을 부추겨 나갔고, 아파트투기는 “세금이 아닌 공급 확대로 풀어야 한다.”는 예의 건설족 논리가 지면을 도배했다.

때맞춰 정부와 열린우리당의 굴절도 시작돼 ‘국민 불안심리’와 ‘조세 저항’을 이유로 당초 원안에서 하나씩 차를 떼고 포를 떼더니, 1가구2주택자에게 60% 중과세하겠다던 양도세율이 50%로 낮아지고 70%로 높이겠다던 1가구3주택이상 보유자에 대한 중과세율도 슬그머니 현행대로 60%를 유지키로 했다.

이와 함께 건설족의 ‘공급부족 논리’도 화려하게 부활해 ‘수도권 아파트 1백50만호 공약’이 나오기에 이르렀다. 노태우 정부때의 2백만호 공급보다 많은 2백50만호의 아파트를 지난 5년간 지어 공급한 결과, 공식적 주택보급률만 1백%를 넘어서고 여기에 반영되지 않은 연립주택, 오피스텔 등까지 합할 경우 실제 주택공급은 이미 과잉 단계로 접어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건설족의 ‘공급 부족’ 논리에 따라 1백50만호를 더 짓겠다고 나선 것이다.

노 대통령은 앞서 8월25일 ‘국민과의 대화’에서 2년전 10.29대책을 만들 당시에 경제각료와 열린우리당, 한나라당 반발로 원래 추진하려던 대책이 무력화되던 과정을 토로한 바 있다. 8.31대책이 만들어지는 과정도 마찬가지였다.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런 일련의 과정이 먼저 강도 높은 안을 언론에 흘려 반발여론을 조성한 뒤 무력화시키는 건설족의 노회한 대중여론 조작 탓이 아니냐는 의혹어린 시선을 던지기도 하나, 상황은 이미 종료된 상황이었다.

이렇듯 ‘정권의 명운’을 걸었다던 8.31대책도 ‘혹시나’가 ‘역시나’로 끝났다. 국민들 사이에서는 “더이상 참여정부에 기댈 게 없다”는 절망감이 번져나갔다.

김창호 국정홍보처장은 8.31대책 발표 전날, “8.31대책은 앞으로 진정한 개혁과 사이비 개혁을 가름할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호언했었다. 한나라당이 조세 강화 방침에 반발하고 있는 대목을 의식한 듯한 정치적 포석이었다. 하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8.31대책은 결론적으로 참여정부가 ‘사이비 개혁’ 세력임을 웅변적으로 보여줬다. 또다시 ‘말의 부메랑’에 맞은 양상이다.

한 위대한 지도자가 세운 ‘반(反)건설족’의 나라, 싱가포르

“요즘 어디 아파트가 집이냐, 돈이지.”

요 근래 주변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얘기다. 정부의 부동산 경기부양책으로 국민들 사이에 ‘투기심리’가 집단적으로 확산된 결과, 이제 많은 이들이 아파트를 주거 수단이 아닌 재테크 수단, 투기 수단으로 여기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따라서 앞으로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할 주택정책의 올바른 방향은 모두가 “아파트가 어떻게 돈이냐, 집이지”라고 말하게끔 아파트를 더 이상 재테크 수단으로 사용하지 못하게 만드는 일일 게다. 어떻게 해야 이렇게 될까.

조기숙 청와대 홍보수석은 노무현 대통령의 ‘8.25 발언’이 있기 직전인 8월25일 오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많은 사람들이 참여정부의 실책 중 하나가 부동산 정책이라고 하는데 너무 과한 표현"이라고 강변하며 "역대 정부 중에 부동산 정책에 성공한 정부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부동산 정책은 계속 실패해 온 우리의 고질적인 병"이라며 "그런 점에서 참여정부가 좀 나은 점은 있다. 지금 전세값은 안정돼 있고 강북의 부동산 값도 안정돼 있다. 지금 참여정부의 문제는 특정지역만 과열되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한마디로 말해, 그날 노 대통령도 리바이벌했듯 ‘뭐 우리만 잘못했냐, 역대정권 모두가 범한 잘못인데’라는 식의 뻔뻔한 발뺌논리였다.

조 수석이나 노 대통령의 주장은 일면 맞다. 건설족의 지배아래 있던 역대정권의 부동산정책은 오십보백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의 이런 주장은 서민-중산층을 대변한다던 참여정부 역시 역대정권과 마찬가지로 ‘건설족 정권’에 불과했다는 자백이기도 하다. 홍세화 <한겨레신문> 편집위원이 애용하는 표현을 빌면, “공격적 뻔뻔스러움”의 극치이다.

연전에 한국을 찾아 노무현 대통령과 악수를 나누고 있는 리콴유 싱가포르 선임장관. 그는 철저한 독재적 자본주의자였으나 주택정책에 관한 한, 토지공개념에 기초한 철저한 사회주의자였다. ⓒ연합뉴스


그렇다면 과연 지구상에는 우리나라 같은 ‘건설족 정권’들만 존재하는 것일까. 답은 “그렇지 않다”이다. 그런 대표적 예가 싱가포르이다. 지상에서 가장 부패하지 않은 국가중 하나인 싱가포르에서는 건설족이 아예 발을 못 붙이고 있다. 국토가 비좁은 까닭에 전국민의 90%이상이 고층아파트에서 살고 있지만, 싱가포르에서는 ‘아파트 투기’라는 단어도 찾아볼 수 없다. 동시에 대다수 국민이 우리와는 달리 주택문제로 전혀 고민하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싱가포르 국민의 85%가량은 지금 ‘공공주택’에서 살고 있다. 싱가포르는 리콴유 수상 시절인 1960년 심각한 주택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나라의 주택공사에 해당하는 주택개발청(HDB)을 설립, 강력한 공공주택 정책을 추진했다. 주택개발청은 ‘토지 공개념’에 기초한 강력한 토지수용법으로 전국토의 80%이상을 국유화한 뒤, 공공 아파트를 지어 서민과 중산층에게 저렴하게 분양했다. 이 때 싱가포르가 도입한 독창적 제도가 공공주택 소유자가 집을 팔려고 할 때에는 반드시 정부에 되팔도록 하는 ‘주택전매금지-주택환매제도’이다. 시가로 집을 되사들인 정부는 이 집을 입주 대기자들에게 시가로 되판다.

주택개발청은 1960년대에는 주로 서민층에게 주택(일명 HDB아파트)을 공급했고, 1970년대 들어서는 중산층으로 그 대상을 확대한 결과 현재 전체국민의 85%가량이 우리나라의 웬만한 중산층 아파트 못지않게 깔끔하고 세련된 공공 아파트에서 살고 있다. 이 공공 아파트는 평수도 23평에서 시작해 33평, 41평, 56평에 이르기까지 다종다양하나, 방 4개나 5개짜리 중형아파트가 전체의 90%에 달할 정도로 주류를 이루고 있다. 17~21평이 주류를 이루는 우리나라 임대주택과는 천양지차다.

이들 HDB아파트는 우리나라의 국민연금에 해당되는 중앙연금준비기금(CPF)으로 지어져 민간아파트 값의 45% 수준의 염가에 분양되고 있다는 사실도 우리에게 귀중한 시사점을 준다. 판교 등 정부가 개인 땅을 수용해 조성한 공공택지에 이 방식을 도입해 공공주택을 공급할 경우 작금의 아파트투기를 결정적으로 타파할 수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오래 전부터 ‘국민연금을 동원한 공공주택 건설’을 아파트거품 제거 해법으로 제시해온 공인중개사 이태용씨 같은 경우는 건설현장 취재에 기초해 “32평대 아파트를 1억2천여만원에 지어 공급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요컨대 “건축비를 실제 시공사의 건설비에 기초해 평당 2백만원으로 잡을 경우 32평을 짓는데 들어가는 총 건축비는 6천4백만원이면 되고, 32평형 고층아파트의 토지지분이 대략 10평 정도인 점을 감안해 땅값을 평당 5백만원으로 잡으면 땅값이 총 5천만원이 돼, 도합 1억1천4백만원이면 32평대 아파트 건설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여기에다가 주택건설에 동원된 국민연금에 대해 국고채 유통수익률 이상의 적정 이윤을 보장해 주더라도, 1억2천여만원대 공공 아파트 공급이 가능하다는 게 이태용씨 주장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선진국들에 비해 공공택지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아 모든 신규 아파트를 이런 식으로 공급하기란 한계가 있겠으나, 이런 식으로 정부가 조성하는 공공택지에서부터 ‘거품없는 아파트’를 지어 공급하면 다른 지역의 거품을 순식간에 거둬내면서 더 이상 국민이 아파트투기 때문에 고통받는 일은 사라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같은 제언에 대한 국내 건설족들의 반응은 한마디로 “황당하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런 일이 이미 40여년전 싱가포르에서는 실천에 옮겨져, 오늘날 세계 최고의 주택안정국가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싱가포르의 공공주택은 우리나라에서 임대에 주력하는 것과 달리, ‘분양’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싱가포르의 공공주택은 정부가 강력한 자가보유 촉진정책을 펼친 결과 대부분이 입주자 소유로, 싱가포르 국민의 90% 가까이가 자기 집을 갖고 있으며 정부 소유의 임대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율은 10%에 불과하다.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어섰음에도 불구하고 자가 보유비율이 50%가 안될 정도로 나날이 낮아지고 있는 우리나라와는 크게 대조적인 모습이다.

그렇다고 해서 싱가포르에 고급 민간아파트가 없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싱가포르에는 벌써 10~20년 전에 ‘콘도’라고 불리는, 타워팰리스보다 훨씬 더 좋은 50~60억원 이상 가는 1백평, 2백평 넘는 궁전 같은 아파트도 즐비하다. 이들 고급 아파트 단지 안에는 옥외수영장, 테니스장, 헬스시설 등 다양한 레저시설이 갖춰져 있고 입구에는 경비실과 차단기 등 보안장치가 설치돼 출입자들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싱가포르에서는 우리나라처럼 “계급이 ‘집 있는 계급’과 ‘집 없는 계급’으로 새로 나뉘었다”고 할 정도로 극심한 계급간 위화감이나 적개감이란 찾아볼 수 없다. 이는 정부의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을 이원화해, 공공부문에서는 절대로 이윤을 남기지 않되 민간부문에 대해선 분양가를 얼마를 받든 개입하지 않고 완전자율화한 빼어난 주택정책의 결과다.

싱가포르에서는 원천적으로 고소득층이 공공주택에서 살고 싶어도 살 수 없다. 구체적으로 월평균소득이 8천 싱가포르달러 이상인 고소득층이나, HDB아파트를 짓는 재원인 중앙연금기금의 가입대상이 되지 않는 자유사업자들을 공공주택의 공급대상에서 제외하였으며, 그 대신 이들은 가격이 높은 민간주택 시장으로 흡수되도록 하였다. 반면에 월소득이 6천 싱가포르달러 미만인 중산층 이하 계층에게만 입주를 허용하고 있으며, 더욱이 이들에게는 아파트 구입시 주택가격의 80% 범위내에서 장기 저리로 주택구입자금을 융자해주고 있다.

우리나라와는 달리 싱가포르 국민들은 절대로 집 장만 걱정을 하거나 투기할 생각을 하지 않으며, 오로지 모든 에너지를 국가경쟁력 제고를 위해 집중하고 있는 것도 이런 탁월한 주택제도가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건설족이 애당초 발붙이지 못하게 만든 45년전 리콴유 수상의 선택이 오늘날 세계적 강소국 싱가포르를 가능케 했던 것이다. 또한 싱가포르가 오늘날 정경유착 등 부패가 없는 세계 제일의 청렴국가가 될 수 있었던 것도 구조적으로 ‘건설족 비리’가 존재할 수 없는 공공주택 시스템을 도입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지도자의 ‘선택’은 이처럼 국가의 운명을 통째로 바꾸는 법이다.

싱가포르의 예는 우리나라가 어떻게 해야 아파트투기라는 ‘죽음에 이르는 병’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동시에, 부패가 일소된 청렴국가가 될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귀중한 가르침이라 하겠다. <끝>

연재 후기

졸저 <참여정권, 건설족 덫에 걸리다> 중에서 연대기적 내용만 뽑아 지금까지 13번 연재한 글은 노무현 정권 출범후 지난해 8.31대책이 나오기까지 어떤 일들이 벌어져, 작금의 망국적 부동산 폭등 사태를 초래했는가에 대한 기록이었다. 이는 동시에 출범 당시 서민-중산층-젊은세대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던 노무현 정권이 왜 지금 지지층 대거 이탈로 통치 불능의 상태로 빠져들었는가에 대한 기록이기도 하다.

8.31대책을 발표하며 "이제 부동산투기는 끝났다"며 훈-포장을 나눠갖고 득의양양하던 노무현 정권은 15일 11.15 부동산대책을 발표하며 "2008년이 지나면 집값이 안정될 것"이라고 사실상의 '집값잡기 포기 선언'을 했다. 오래 전 예상됐던 결과이고 '건설족 덫'에 걸린 노무현 정권의 필연적 귀결이다. 통탄스럽게도 '부동산 망국사'는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박태견 대표 겸 편집국장

댓글이 10 개 있습니다.

  • 0 0
    폭등원인

    이명박의 뉴타운이 폭등 원인이다
    지방도 유타운 지정하면 빌라값 배로 폭등했다
    뉴타운 지정한 곳은 전국 어디아 몇달 사이 길어야 1년 정도면 빌라는 따블
    아파트도 폭등 내집마련 꿈이 한방에 나랄간 거지
    투기꾼 아니고는 뉴타운이라는 명목하게 부돛산 폭등 반길 사람 아무도 없다
    부동산 규제 해놓지 않았으면 미국 같은 부동산 경제위기 겪었을 것이다

  • 1 2
    폭등주번은 놈현

    이런 미췬놈 밨나?
    노무현이 똑똑해서 부동산 망국에
    바다이야기 만들어 서민 몰살 시켰냐?

  • 0 2
    폭등주범

    한가지 아쉬운 것이 있다면
    아파트 후분양제를 도입하는 것 까지는 가지 못했다
    아파트 후분양제가 도입되면 거품도 많이 빠지고
    부실 시공도 많이 사라질 것이다
    과거 분양만 받으면 입주시 몇천만원씩 붇던 프리미엄도 2008년이후사라졌다
    지금은 아파트 후분양제를 도입해 아파트 거품을 빼고
    국민의 재산안전성을 지켜줘야 할때라는 생각

  • 3 2
    폭등주범

    폭등원인은 뉴타운
    이명박이 원인 제공하고 욕은 당시 정권을 쥐고 있던 노무현이 욕먹었다
    노무현은 그래도 똑똑해서 몇가지 정책을 내놓았는데
    수십년 해묵은 과제. 부동산 실명제를 도입해
    긴 안목으로 부동산 투기족을 목아내는 정책을 실시해
    관행적으로 다운계약서로 탈세하고 투기하던 것을
    실명제로 전환해 장기적으로 탈세를 막는 계기로 삼았다

  • 3 2
    폭등주범

    당시 서울서 부동산 한 사람들은 폭등 주범이
    이명박의 뉴타운 정책에서 시작됐음을 잘알고 있다
    서울시서 뉴타운 지정만 하면평당 천만원도 가지 않던것이 3천까지 뛰었다
    그래서 강남아줌마들 공부한답시고 공무원 초청해 몇백짜리 초청강의 듣고
    뉴타운지정 지역 알아내 노다지 캔다는 것은
    많은 부동산 업자들도 알고 있는 공공연한 비밀

  • 7 2
    폭등주범

    노무현 부동산 정책이 실패한 것이 아니다
    당시노무현 대통령 재임시 부동산이 급등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 원인을 살펴보면 부동산 폭등 주범은 당시 서울시장으로 있던
    이명박의 뉴타운 정책으로 부동산 투기붐이 일어 집값 따따불 올랐다
    뉴타운지역만 지정되면 기본이 따불이었다
    서울 뉴타운 강남 강북 버블세븐 수도권 인천 지방순으로 폭등했다

  • 5 1
    타임머신

    세월이 흘러 지금(2011) 볼작시면 이 기사는 그래도 배부른 소리인셈. 경찰에게 도적 못잡는다고 한껏 비난했던 기사인데 경찰을 몰아내고 아예 도적이 집권한 지금, 나라 꼬라지 한번 자알 돌아가고 있수다.
    누가 2년쯤 지난 후에 댓글 한번 달아주슈. 그땐 어찌 되었는지.

  • 10 1
    부패한 한국인.

    저는 재외 동포입니다. 나라가 깨끗하니 이곳에서 만나는 싱가포르 사람들 정말 깨끗하게 보입니다. 반면, 한국인들을 보면, 거들먹꺼리는 꼴이 우습고, 부패한 냄새가 풀풀나는 교양 없는 인간들로 보입니다. 같은 한국인이면서도.....저는 현지인들과 대화시 한국은 부패한 나라라고 솔직히 말합니다. 자정 능력을 잃은 한국, 한국인의 모습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 12 9
    봉급쟁이

    축구 경기를 보면서
    한일전을 관람하면서 우리는 항상 입버릇 처럼 말하죠
    저런 병신같은 놈 거기서 그렇게 하면 어떻게 아우 미치겠네
    언론의 비판이란 이런 거겠죠
    책상에 앉아서
    너 해 봐라, 그건 아니지 책에 이렇게 쓰여 있쟎냐....

  • 24 9
    CY Kim

    내 첫 번 글 이후 벌써 3년반이 지났군요 통탄할일!
    망국적 부동산 투기 조짐이 보이기 시작할 때 프레시안에 올린 글
    필자는 1988년에 아파트 값이 5천7백만원에서 1억2천이 되는데 8개월 걸린 경험이 있어서 노정권을 믿고 글을 올렸는데 ... 이제 돌이킬 수 없는, 결국 파국을 겪어야만 하는 지경에 왔군요.
    돌이켜 보면서 다시 올려 봅니다.
    2003 0507
    경제에 공짜 점심은 없습니다.
    놀라지 마십시오.

    얼마 전 제 남동생이 아파트 구입계약을 하고 계약금을 2천5백만원을 치렀는데, 집주인이 더 비싸게 팔기 위해 해약을 요구하고 5천만원을 물어 주었답니다. 동생은 계약서 한장으로 2천5백만원을 번 겁니다. 물론 벌어서 좋기는 하지만...(집 주인은 집값을 3천5백만원 더 받고 다른 사람에게 팔았답니다.)

    계약서 한장에 일년 연봉을 버는 (그것도 세금도 안내고) 이런 현상은 한마디로 정상적인 "경제"도 아니고 "정책"도 아니고 "삶의 터전"도 아닙니다. "투기 도박판"에 불과합니다. 이러면 우리 사회의 안정성은 어느 방향으로든 반드시 무너집니다.

    1) 실질과세의 원칙은 어디로 간 겁니까? 1가구 2주택 이상의 아파트 재산세를 시가에 맞춰 부과하면 아마 많이 정리될 겁니다.

    2) 우리나라처럼 세무 전산화가 잘 된 나라에서, 투기 맘만 먹으면 잡을 수 있습니다. 안해서 문제고, 입법에 관여하는 사람들이 꺼려하기 때문입니다. 떳다방, 단속해서 실형 중벌에 처하면 다 사라집니다.

    3) 외국의 예를 들면 프랑스에서는 개발계획이 확정되면 해당 토지를 확정일 1년 전의 가격으로 수용하기 때문에 원천적으로 개발 투기가 없습니다.

    4) 생각해 보십시오. 우리나라 인구밀도가 9만제곱킬로미터에 4천7백만명이 사니까 제곱킬로미터당 5백명이 넘습니다. 우리보다 인구밀도가 높은 나라는 홍콩이나 싱가포르같은 도시국가 빼고는 없습니다.

    이 말은 우리나라에서 주택이나 토지는 필수불가결하게 공공재의 성격을 피할수 없다는 현실입니다. 즉, 다른 나라보다 더 규제가 강화되고 주거 안정에 정부가 가장 큰 관심을 쏟지 않을 수 없다는 이유입니다.

    그런데도 위에서 말한 프랑스의 예를 발끝만큼도 못따라가고 있지 않습니까? 정치인이나 관료들도 우리 국민의 오늘과 그리고 백년대계를 위해 결단을 내리고 그것을 국민들에게 호소하고 당근과 채찍을 같이 사용해서 길을 바로 잡아야 합니다.

    특히나 정치는 "국가의 재산이나 수익원"을 형평에 맞게 "분배"하는 것이 그 본연의 역할입니다. 인구밀도가 세계 최고인 열악한 한국에서 우리의 삶의 기본을 이루는 주택정책은 결코 산업이나 제조와 같은 단순 경제논리를 말해선 안됩니다. 절대로 안됩니다.

    6) 거기다가 경제에 "공짜 점심"은 결코 없습니다. 아무리 마음이 급해도 카드나 부동산 등의 버블로 만든 내수는 당장은 달지 모르지만, 무너질 때는 그 악영향이 사회를 붕괴시킬 정도로 무섭고 또 오래갈 겁니다. 이제 더 이상 앙화가 닥치기 전에 막아야 합니다. 눈앞에 보이지 않습니까?

    7) 그리고 우리나라는 수출의존도가 높은 나라입니다. 그런데 지금 수출의 주요 종목이 휴대폰, 자동차, 반도체, 조선, 철강 등입니다. 여기에 우리의 관심과 자원을 투입해서 실질적인 경기 부양과 경제 성장을 추구해야지, 전혀 도움이 안되는 설탕처럼 달지만 생명에 치명적인 결과가 뻔히 보이는 버블 조성에 관심을 기울인다면 이는 정말 나라를 망치는 일입니다.

    제발, 제발 정신을 차려 주십시오.

    아래 말은 부동산투기나 주택 정책과는 다른 문제이지만, 우리 정치와 관료가 생각하는 방식이 일맥상통해서 하나 지적해 봅니다.

    룸살롱 접대비 인정해야 된다고요? 특정 산업을 불인정하는 것으로 지정하는 것이 형평에 어긋난다고요?

    한번 물어 봅시다. 룸살롱이 술판매하는 뎁니까? 웃기지 마십시오. 윤락장소이자 윤락산업입니다. 2,3만원짜리 스카치블루를 20만원 내고 먹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합니까? 바로 윤락이 제공되기 때문입니다. 윤락을 부추겨서 경기를 회생시킨다고요? 개가 풀 뜯어 먹는 소리 하지 마십시오.

    윤락을 막는 것이 형평에 위배된다고요? 거기서 적정한 과세가 이루어집니까?

    윤락업에 종사하고 있는 룸살롱의 여동생 여조카가 힘들더라도 산업현장으로 유도할 생각을 해야 정치인이고 긍지 있는 관료이지, 윤락을 막으면 경기가 죽을지도 모르니까 안된다고요? 한번 머리를 비우고 다시 생각해 보십시오. 정말 너무 답답합니다. 그 훌륭한 공부와 머리를 왜 그렇게 안타깝게 근시안적으로만 사용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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