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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난 민심 "부동산 폭등에는 폭동으로"

[盧정권의 부동산 망국사] <11> '천당 아래 분당, 지옥 위에 일산"

“천당 아래 분당” "지옥 위에 일산"

정부가 ‘판교발 폭등’을 막기 위해 2005년 2.17대책을 내놓았으나, 이를 비웃듯 분당, 용인, 과천의 아파트값 수직상승은 계속됐다. 특히 판교 바로 옆에 인접한 분당의 폭등세는 전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가공스러웠다.

분당 폭등의 발단은 판교였다. 전문가들은 오래 전부터 ‘판교발 폭등’ 가능성을 우려하며 정부에게 판교를 ‘공영방식’으로 개발할 것을 요구했으나, 막대한 개발차익을 포기할 생각이 없던 정부나 토지공사-주택공사 등 공기업이나 지방자치단체에게는 애당초 우이독경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경실련이 추산한 정부-공기업-지자체에게 돌아갈 판교 개발이익은 10조6백14억원이나 되고, 민간건설업체들도 분양받은 택지에서 총6조2천9백55억원의 시세차익을 거둘 것으로 추정됐기 때문이다.

이러던 차에 2005년 1월말 “판교의 중대형 아파트의 평당 분양가가 최소 2천만원이 될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이때부터 분당의 폭등은 시작됐다. 분당 일대 중대형 아파트는 불과 2주새에 7천만~8천만원이나 폭등했으나 매물을 찾아볼 수 없었고, 그후 상승속도가 더욱 빨라졌다. 매주 아파트시세를 집계하는 각종 통계에 따르면, 분당은 그후 6월까지 무려 24주 동안 쉼없이 매주 1~3%씩 오르는 폭등세를 거듭하며 강남의 중대형 아파트값과 똑같아지기에 이르렀다. 분당을 투기지구로 지정해 양도세를 실거래가로 부과키로 한 정부조치가 오히려 거래가에 양도세까지 얹는 형태로 가격 상승만 심화시킬 뿐이었다.

분당 폭등은 주상복합아파트가 주도해, 분당구 정자동의 주상복합 아이파크 57평형은 연초보다 반년 사이에 5억원 오른 14억원선에 가격이 형성됐지만 매물이 없는 상황이며, 그보다 평수가 큰 아파트는 10억대가 오르기까지 했다. 말 그대로 광풍이었다. 한 분당 주민은 “동네 사람들 표정이 모두 밝아지고 분당 지역 경기도 활기를 찾았다”며 “주민들 사이에서는 ‘천당 아래 분당’이라는 농담도 나돌고 있다”고 분당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반면에 1990년대초 분당과 동시에 세워졌을 때만 해도 가격이 같았으나 분당 폭등으로 가격이 배나 벌어진 일산에서는 "지옥 위에 일산"이라는 분노섞인 개탄이 터져나왔다.

국민은행이 집계한 ‘2005년도 상반기 주택가격 동향 조사’에 따르면, 6월 말 현재 전국 집값은 지난해 말보다 2.4% 상승한 반면, 경기도 분당은 평균적으로 24.2% 폭등해 전국 상승률 1위를 기록했다. 이어 과천(23.7%), 용인(18.8%), 서울 서초(18.2%), 강남(14.8%), 송파(14.4%), 강동구(12%) 순으로 이른바 '판교 영향권'에 있는 지역의 아파트값 상승폭이 커, 2005년 상반기에 얼마나 판교발 광풍이 거셌나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경실련은 "판교개발이 시작되면서 용인 분당의 집값은 11조, 강남권은 23조원이 폭등하면서 참여정부 집권 이후 2년여새 아파트 시가총액이 2백76조원이나 상승했다"며 "전국적인 투기 광풍에 이제 서민들은 분노를 넘어 망연자실할 따름이며 몇십년을 아껴가며 돈을 모아도 1주일 사이에 올라가는 호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기막힌 현실에서 서민들은 절망하고 있다"고 정부의 부동산투기 방임을 질타했다.

이처럼 아파트값 폭등이 재연되면서 국민적 분노가 부글거리던 무렵, “이제 다 극복된 것 같다. 안 됐다고 말하는 분, 걱정 많이 하는 분들은 그렇지 않게 보지만 내가 보기엔 다 극복된 것 같다”고 한 노무현 대통령을 머쓱하게 만드는 동시에 정부의 무능을 새삼 실감케 한 충격적 ‘숫자’가 발표됐다. “2005년 1.4분기(1~3월) 경제성장률이 2.7%에 불과했다”는 한국은행의 잠정 집계가 그것이었다.

한은이 5월20일 발표한 `2005년 1.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잠정)'에 따르면, 1.4분기 실질 GDP(국내총생산)는 당초 예상치보다 크게 낮은 2.7%로 나타났다. 분기 성장률이 2%대로 추락한 것은 2003년 3.4분기의 2.3% 성장 이후 1년반 만에 처음이었고, 전기 대비로도 0.4% 성장에 그쳐 역시 2003년 2.4분기 이후 가장 낮았다. 2005년 1.4분기를 휩쓸었던 경기회복 기대감이 ‘착시’ 현상이었음을 보여주는 증거였다.

기대밖 저성장의 근원은 원화 강세 등으로 야기된 교역여건 악화에 따른 수출증가율 하락이었다. 그동안 성장을 견인해온 수출증가율은 8.1%로, 2002년 1.4분기(1.4%) 이후 3년만에 처음으로 증가율이 한자릿수로 둔화됐다.

내수도 제조업은 전분기 8.0%에서 2005년 1.4분기에는 5.3% 증가에 그쳐 상대적 위축세를 보이며 성장기여율도 전분기 63.8%에서 57.3%로 하락했다. 반면 서비스업은 생산 증가율이 전분기 0.6%에서 2.2%로 크게 개선되면서 8.8%에 불과했던 성장기여율이 40.1%로 크게 높아져, 1.4분기의 경기회복 기대감이 주가와 땅값 급등에 따른 중-상류층의 씀씀이에 의존한 것이었음이 입증됐다.

숫자가 엉망으로 나오자, 정부 당국자들은 크게 당황해 했다. 불과 한달전 2.4분기부터 경기가 본격 회복될 것이라고 호언했던 박승 한은총재는 “아직까지 우리나라 경기는 완전한 회복세에 접어들지 않았으며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회복이 시작될 것"이라고 말을 바꾸었고, 재경부도 마찬가지였다. 이헌재의 뒤를 이어 새 경제수장이 된 한덕수 경제부총리는 5월30일 열린우리당 의원-중앙위원 워크숍 경제분야 토론에 앞서 배포한 자료를 통해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은 환율의 급격한 절상과 금융부실 외에도 구조개혁 지연으로 인한 생산성 부진에 근본원인이 있다"며 "현 단계에서 경제시스템의 획기적인 개선을 이루지 못할 경우 일본과 같은 장기침체의 늪에 빠질 소지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정부로선 최초로 ‘일본형 장기불황’에 빠질 가능성을 언급해 파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앞서 착시 현상에 빠져 당초 전망치 3.8%를 4.3%로 대폭 높여 잡았던 LG경제연구원도 6월 들어 "고유가와 미국 경제 움직임에 따른 수출 둔화 등을 반영, 지난 4월에 수정 발표했던 올 경제성장률 전망치 4.3%를 4.1%로 낮춘다."며 고개를 숙여야 했다.

1.4분기에 형편없던 숫자는 2.4분기에도 이어져 3.3% 성장하면서 상반기 경제성장률은 3%에 그쳤다. 5% 경제성장을 호언하던 정부는 할말을 잊었고, 당초 4.1% 성장을 전망했던 한국은행은 전망치를 3.8%로 낮추었다.

창원에 몰아닥친 ‘투기 광풍’, “전국은 지금 투기중”

정부가 머쓱해 하는 사이에 '판교발 광풍‘은 분당-과천-용인과 서울 강남을 거쳐 전국 주요도시로 급속히 확산되며 사상최악의 투기판을 재연했다.

지난해 6월15일 경남 창원실내체육관에 5천여명이 넘는 오피스텔 청약신청자들이 모여 분양권 추첨을 지켜보고 있다.분양권 추첨이 실내체육관에서 진행된 것은 초유의 일로 전국적으로 확산된 투기열풍의 현주소를 보여준 장면이었다. ⓒ연합뉴스


2005년 6월 경남 창원에서 전국의 투기광풍이 얼마나 거센가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 일어났다. 13~14일 창원에서 분양신청을 받기 시작한 43층과 32층 규모의 주상복합아파트 '더 시티 7 자이'의 1천60여채 분양에 5만여명의 분양신청자와, 1조5천억원의 청약증거금이 몰려든 것이다. 2년 전 스타시티 등 서울의 주상복합아파트 분양때 목격되었던 아수라장의 재연이었다.

몰려든 인파 못지않게 놀라운 사실은 이 아파트의 90평형과 1백3평형의 분양가가 각각 평당 9백95만원, 9백99만원으로 사실상 1천만원선이 됐다는 사실이다. 기존의 이 지역 최고분양가는 전해 9월 주택공사가 공급한 반송주공 재건축아파트의 6백만~7백만원. 몇달새 분양가 최고 40%나 폭등한 것이다.

청약장은 아수라장이었다. 은행지점 청약장소에는 1㎞ 가량 길게 줄지은 청약자들의 장사진이 쳐졌고, 아예 전날 저녁부터 자리를 깔고 누워 기다리는 이들도 있었다. 일당 10만원을 받고 대신 줄을 서주는 '알바'도 사람을 구하지 못할 정도였다. '떴다방'도 곳곳에서 목격됐으나 단속의 손길은 찾아볼 수 없었다. 뒤늦게 줄을 섰다가 시간이 만료돼 청약을 못한 1천여명중 일부는 심한 욕설과 함께 물병과 집기 등을 던지기도 했다. 이날 분양 현장주변에 동원된 전경 5개 중대, 5백여명은 청약자들이 폭동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 진땀을 흘려야 했다.

이날 몰려든 분양신청자들 중 절반은 외지인이었다. 외지인들은 주로 서울과 인천등지의 수도권에서 대거 몰려왔으며 부산, 대구, 진주 등 도내에서도 몰려들었다. 현장에서는 서울 등에서 온 관광차들이 무더기로 목격되기도 했다. 서울에서 왔다는 40대의 복부인은 지역신문인 <경남일보>와의 인터뷰에서“서울 등 수도권에는 소위 돈을 굴릴 수 있는 여유자금은 많이 있으나 투자처가 없어 돈만 된다면 창원이 아니라 무인도라도 갈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아파트 광풍은 경남 창원에서만 불고 있던 게 아니었다. 광주, 대구, 부산, 대전, 울산, 전주 등 전국 곳곳에서 목격됐다.

현대산업개발이 광주광역시 운암동에서 6월14일부터 청약을 접수한 `운암산 아이파크' 52평형 최고층의 평당 분양가는 7백39만원으로 급등했음에도 청약열기가 뜨거웠다. 이 분양가는 앞서 3월 SK건설이 광주 풍암동에서 내놓은 아파트가 이 지역 최초로 평당 분양가 5백만원을 돌파한지 불과 석달만에 평당 2백만원이나 높아진 수치다. 광주의 아파트 분양가는 2002년 초만 해도 평당 3백만원대가 최고였다. 삼환기업이 대구 수성구에서 3월에 분양한 범어역 삼환나우빌의 대형평형 분양가는 평당 9백30만원을 웃돌아 평당 1천만원 돌파 초읽기에 들어갔으며, 전주에서 포스코건설이 내놓은 포스코더?? 2차도 대형평형의 분양가가 평당 7백만원을 돌파하면서 2년전 인근에서 분양된 아파트의 배를 웃돌았다.

혁신 도시, 경제 특구…끝없는 땅투기 드라이브

판교발 광풍이 서울 강남을 거쳐, 전국 주요도시로 들불처럼 번져가고 있음에도 건교부와 재경부는 “급등은 수도권의 국지적 현상”이라며 중장기대책을 마련하겠다는 할랑한 주장만 되풀이했다. 정부 스스로가 전 국토의 40%, 주거인구 기준으로는 60%를 ‘투기지역’으로 지정해 놓고도 하는 생뚱맞은 소리였다.

재경부는 6월15일 국회에 보고한 '최근의 집값 동향과 대응방향'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현재 집값 급등현상이 전국적으로 파급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며 "강남과 분당 등 집값이 급등하는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투기단속활동 강화와 기준시가 조정 등의 대응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건교부도 이날 국회에서 열린 열린우리당 부동산대책정책기획단 첫 회의에서 똑같은 내용의 `최근 집값 동향과 대응방향'을 보고했다. 건교부 등은 또 “정부가 마련한 부동산투기 억제 중장기 ‘로드맵’은 완벽하다”고 강변했다. 그러나 정부가 자랑하던 중장기적 로드맵만 믿다간 전국이 부동산투기로 다 타버린 흉상만 남을 판이었다.

며칠 뒤 전국 땅값을 들썩이게 만든 또 하나의 정부발표가 나왔다. 지방균형 발전을 위한 1백76개의 수도권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이 그것이었다.

추병직 건설교통부장관과 성경륭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은 6월24일 국무회의후 "2012년까지 공공기관 이전작업을 모두 완료하겠다."면서 시&#8228;도별 배치안을 발표했다. 배치안에 따르면, 국내 최대 공공기관인 한국전력은 광주로 이전하고 토지공사는 전북, 농업기반공사는 전남, 도로공사는 경북, 주택공사는 경남, 가스공사는 대구로 이전하기로 했다. 이날로 수도권의 1백76개 공공기관은 부산과 대구에 각각 12개, 광주 3개, 울산 11개, 강원 13개, 충북 12개, 전북 13개, 전남 15개, 경북 13개, 경남 12개, 제주 9개 등으로 분산 이전하기로 최종 확정됐다. 정부는 이들 이전기관들을 중심으로 각 지역마다 총 12~14개의 ‘혁신도시’를 만들어 낙후한 지방의 발전을 주도케 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취지와는 별도로 당연히 예상되던 부동산값 급등에 대한 예방 대책 없이 강행된 공공기관 이전 발표로 전국의 부동산투기 바람은 더욱 거세졌다. 선진국들의 경우 투기차익을 원천봉쇄하는 예방 장치를 마련한 뒤 지역개발을 하고 있다. 한 예로 프랑스의 경우 필요에 따라 지역개발 등을 해 정부가 땅을 수용해야 할 때는 토지 수용가를 전년도말 값으로 정해, 투기차익을 노린 투기꾼들의 준동을 원천봉쇄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정부는 아무런 대책없이 각종 지역개발 사업을 추진함으로써 전국을 땅투기장으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원로언론인인 시사평론가 김영호씨는 정부가 불붙인 전국적 투기 광풍을 지켜보며 이렇게 개탄했다.

“그동안 발표된 도시 형태의 개발계획만도 무려 40여개나 된다. 행정도시 1개, 혁신도시 12~14개, 기업도시 6개, 지식기반도시 8개 등이다. 경제자유지구도 4곳이나 짓는단다. 여기에 편승하여 지자체들이 지역특화발전특구를 16곳이나 건설한다고 나섰다. 낙후지역을 개발한다며 중앙정부에 지원을 요청한 신활력지구만도 70곳에 이른다. 혁신도시니 지식기반도시니 하는 용어도 아리송하다. ‘…특화특구’, ‘신활력…’ 따위는 뭔지 더욱 모르겠다.(중략)

어떤 근거로 도시수급을 예측했는지, 그 엄청난 재원은 어디서, 어떻게 조달하는지 모를 일이다. 아파트 투기가 광란을 부리는데 전국을 개발계획으로 들쑤셔놓으니 땅 투기가 기승을 부렸다. 갈 곳 없는 4백조원이 넘는 부동자금이 저금리를 지렛대 삼아 대공세에 나섰던 것이다. 땅값을 부추기니 집값은 더 뛰기 마련이다. 불을 끈다고 떠벌리며 기름을 퍼붓는 꼴이다.(중략)” (<내일신문> 8월29일 칼럼에서)

민심 폭발 직전, “폭등에는 폭동으로”

부동산 투기가 재연된 데다가 설상가상으로 회복된다던 경제까지 장기 침체의 늪에서 벗어날 조짐을 보이지 않자, ‘민심’은 폭발 직전의 임계점을 향해 부글부글 들끓었다. 인터넷 등에는 아파트값 폭등 기사가 나올 때마다 “더이상 말로는 안 된다. 이제는 국민이 다시 길거리로 나갈 때다”, “폭등에는 폭동으로 맞대응하자”는 살벌한 댓글이 나돌 정도로 분위기는 심상치 않게 돌아갔다. 또한 실제로 아파트값 폭등이 절정에 달했던 2005년 6월에는 일부 시민단체들이 중심이 돼 획기적 투기방지 대책이 나오지 않을 경우 서울 광화문을 비롯해 전국 주요도시에서 대규모 ‘장외 항의집회’를 열려는 움직임까지 감지됐다.

정부여당은 초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실제로 장외집회가 열려 아파트값 폭등에 항의하는 국민들이 길거리에 쏟아져 나올 경우 정부여당이 받게 될 정치적 타격은 상상을 불허하는 것이었다. 특히 길거리에 쏟아져 나올 국민은 과거 2002년 대선 때나, 2004년초 대통령탄핵 때 길거리로 나왔던 과거의 노무현 대통령 지지세력이 중심이 될 가능성이 농후했다. 이런 상황이 실제로 벌어진다면, 임기 후반부를 눈앞에 두고 가뜩이나 저조한 지지율에 좌불안석이던 노무현대통령은 극심한 레임덕(권력누수)에 빠져 통치불능의 상태가 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정부여권 내에 팽배했다.

정부는 이에 당초 6월17일 발표하겠다던 부동산투기 대책 발표를 8월말로 늦추며, 이번에는 반드시 부동산투기의 뿌리를 뽑을 확실한 대책을 발표할 테니 정부를 믿고 기다려달라고 호소했다. 김병준 청와대 정책실장 같은 경우는 “헌법보다 뜯어 고치기 힘든 부동산대책을 만들겠다”고 호언하기까지 했다. 일단 급박한 발등의 불끄기였다.

하지만 정부 호언에도 불구하고 참여정부 출범이래 수십 차례 대책을 발표할 때마다 도리어 부동산값이 폭등하는 것을 지켜본 국민의 대정부 불신은 지독했다. ‘양치기 소년’ 현상이었다.

한 예로 정부가 “오는 8월 부동산대책을 통해 투기를 반드시 잡겠다”고 공언한 직후인 6월21일, <내일신문>이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현 정부의 정책이 아파트와 부동산 가격을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국민의 78.8%가 “잡지 못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특히 집권여당인 열린우리당 지지층의 66.6%조차 “잡지 못할 것”이라고 응답해, 절대불신의 정도가 얼마나 극심한지를 극명히 보여줬다.

이와 함께 부동산 정책 실패가 노 대통령 지지도 하락의 최대 근원으로 꼽혔다. 응답자들의 51.1%는 노 대통령 지지도가 지속적인 하락을 보이는 이유로 ‘아파트 부동산 폭등 등 경제정책의 실패’를 꼽았다.

굿모닝 신한증권이 비슷한 시기, 부동산 전문가를 비롯한 펀드매니저, 대형 건설회사 임직원 등 91명의 부동산 관련 업계 전문가들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역시 응답자의 89.9%가 "향후 3년간 부동산 시장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고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한 응답자는 2.2%에 불과했다.(<참여정권, 건설족 덫에 걸리다> 2백31~2백41쪽)
박태견 대표 겸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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