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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현대에게 몇조원은 껌값"

[盧정권의 부동산 망국사] <8> 열린우리당의 '엽기 공약'

우리당과 한나라당의 합작 '쇼쇼쇼'

10월20일, 열린우리당은 마침내 가을 정기국회 통과를 목표로 정부안을 그대로 반영한 '민간투자활성화를 위한 복합도시개발 특별법‘, 세칭 기업도시특별법안을 단독 제출했다. 당초 정치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 한나라당과 공동 입법을 추진하려 했으나 거센 비난 여론을 의식한 한나라당이 막판에 공동 입법을 거부했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단독 입법안을 제출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공청회에서도 실체를 드러냈듯, 기업도시법 입법 과정에 보인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행태는 시쳇말로 '쇼쇼쇼' 그 자체였다. 이들은 "기업도시법은 사상최악의 재벌특혜법"이란 세간의 비판 여론이 부담스러운 듯 정부 공청회와 별도로 또 한 차례 공청회를 갖는 등 모양새를 갖추려 했으나 그 내용 역시 또 하나의 '요식행위'에 불과했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의원들로 구성된 국회 지역혁신-기업도시 정책 포럼이 11월3일 중소기업협동조합 강당에서 연 공청회. 이날 공청회는 친(親)기업도시 인사들로 토론 패널이 구성돼 "각계 의견을 수렴해 국민적 합의 기반을 확대하겠다"는 당초 주장이 결국 기업도시 강행을 위한 '레토릭'에 불과했음을 입증했다. 당시 국회를 일주일째 공전시키며 극한대치를 거듭하던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정책위의장이 이날만은 나란히 공청회에 참석해 격려사를 나란히 할 정도로 화기애애한 모습을 보였다.

이날 지정토론 패널은 9명. 이 가운데 반대토론자는 경실련 대표 권영준 경희대 교수와 환경정의 대표 변창흠 교수 등 2명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토론 순서가 첫번째, 세번째로 지정돼, 토론 중반부터는 자연스레 기업도시 건설에 대한 초반 토론자의 우려를 반박하고 필요성을 설파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흘러갔다.

첫번째 토론자로 나선 경실련의 권 교수는 "처음 식순 진행 과정부터 지금까지 느껴지는 느낌은 '오늘 잘못 왔구나, 괜히 왔다'는 것이었다. 정치인들의 정치 행사에 들러리 이용되고 있다는 생각이 많다"는 쓴 소리로 발언을 시작했다.

기업도시법을 "망국적 투기도시 특혜법", "대기업 중심으로 한 특혜 분양 사업자 양성법" 등으로 규정한 권 교수는 "공부 안하던 학생들이 시험 앞두고 컨닝을 해서라도 시험을 통과하려 하듯, 평소에 경제를 안 챙기다가 급해지니 재벌 바짓가랑이 잡고 읍소하는 법안이 얼마나 효력 있을지 자성해 보기 바란다"며 특별법을 추진하는 의원들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특별법은 기본적으로 사업이 실패했을 경우 책임 소지에 대해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구조로 기업들에게 특혜를 줘서 건설 경기를 부양시키고자 하는 투기적 특별법이라 이름 지을 수밖에 없고 졸속하고 성급하게 진행돼 법 자체 문제가 매우 많다"고 지적했다.

환경정의 대표인 변창흠 교수 역시 "우리 동네에 타워팰리스가 생긴다고 판자촌 사는 내가 행복해지지는 않는다”며 “추진중인 특별법 형태로는 서울 사람이 내려와서 서울 사람이 일하고 살며 이익을 챙겨갈 뿐이지 그 지역 주민을 위한 도시가 되기 힘들다"며 기업도시 추진파의 홍보논리인 '지역 균형발전'의 허구성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변 교수는 "기업도시가 정말 산골짜기 낙후지역에 세워지는 것처럼 말하지만 실제는 대전, 원주처럼 개발 잠재력이 큰 곳에 세워질 가능성이 크고 이 경우 충분히 개발이익을 볼 수 있다"며 '낙후 지역에 대한 투자라 개발이익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여권과 전경련 주장의 허구성도 지적했다.

그러나 '반대파'의 목소리는 소수였다.

학계 대표로 참석한 허재완 중앙대 교수는 "정부는 기업도시를 통해 투자를 활성화하고자 하는 욕망이 있으면서도 지나친 비판이 있지 않을까, 균형 개발을 저해하지 않을까 걱정해 곳곳에 단서를 달다 보니 진정으로 지향하는 바가 투자 활성화인지 지역 균형발전인지가 명확하지 않다"며 정부측에 보다 적극적인 재계 지원을 주문했다.

<매일경제신문>의 온기운 논설위원은 개발이익 환수 규정을 없애달라는 전경련의 요구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낙후지역에 손실이 날 수도 있는데 70% 정도로 개발이익을 환수하겠다면 손실시에도 보전할 수 있는 조치를 해 줘야 하지 않겠냐."며 "초기에 이익이 난다 하더라도 시간이 가면서 사양화될 수도 있으니 손실 보전책도 마련돼야 한다."고 ‘손실 보전’을 요구하기까지 했다. 그는 "출자총액제한의 경우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제도로 기업도시가 아니더라도 철폐 혹은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은데 하물며 기업도시에 출자총액제한을 두는 것은 온당치 않은 일"이라며, "나라 경제를 활성화하려는 의지를 갖고 국민이 굶어 죽지 않을 것을 걱정한다면 어떻게 이런 한가한 생각을 할 수 있나"며 출자총액제를 고수하는 정부를 비난하기도 했다.

지원사격에 고무된 이규황 전경련 전무는 "토지수용권에 50% 협의 매수 규정을 둔 것은 오히려 규제 요건이 돼 토지 가격을 올리거나 수매에 지장을 줄 수 있고 이는 기업도시 사업을 위축시킬 수 있다"며 토지수용권을 100% 달라는 전경련의 기존 주장을 거듭했다. 그는 또 "개발이익을 70% 수준에서 환수토록 하겠다는데 기업도시의 경우 개발이익을 산정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 사회를 보던 강봉균 의원으로부터 "현실화되는 부동산 매각 이익의 경우 충분히 산정할 수 있고 정부는 이를 기업의 주머니에 들어가지 않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라고 빈축을 사기도 했다.

공청회라는 요식행위를 거친 열린우리당은 며칠 뒤인 11월9일 정책의총에 기업도시법을 상정, 당론으로 최종 확정지은 뒤 이를 국회에 제출했다. 당론을 확정하는 과정도 궁색하기 짝이 없었다. 열린우리당은 이날 정책의총에서 "법안 확정 전 경실련 비롯한 시민단체와 충분한 토론을 거쳤고 중요한 내용들 중 합리적으로 인정되는 내용들은 거의 수용했다"고 주장했지만, 경실련 등의 반응은 "뭘 수용했다는 거냐. 생색내기용 수정에 불과하다"는 싸늘한 것이었다.

기업도시법 처리 과정에 한나라당이 보인 모습도 기회주의, 그 자체였다. 한나라당은 열린우리당이 기업도시법안을 마련해 국회에 상정하자, 처리 과정에는 마치 자신들은 이 법안에 반대해온 것처럼 행동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10월26일 건교위에 열린우리당 기업도시법안이 상정되자 표결에 불참하는 형식으로 이를 통과시킨 뒤, "우리는 시민단체 의견을 반영하려 했다"고 강변하며 "기업도시가 잘못되면 여당 책임"이라고 정치공세를 펼쳐 빈축을 샀다.

한나라당 이한구 정책위의장과 최경환 제4정조위원장은 공동성명을 통해 "공공성을 담보하기 위한 개발이익 환수 및 토지 수용권 문제 등 시민단체에서 우려하고 있는 문제점을 감안하여 이를 반영하기 위해서 최선의 노력을 다하였으나, 여당의 반대로 이를 끝내 관철하지 못하였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기업이 땅장사ㆍ집장사를 한다는 의혹을 받지 않고 본연의 생산적인 기업활동에 매진할 수 있도록 철저한 개발이익 환수, 토지처분에 대한 자율성 제한 등 공공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동시에, "기업도시의 당초 개발 취지인 기업의 경쟁력 강화와 관계가 없는 수익성 중심의 관광레저형 기업도시는 도시 유형에서 삭제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기업도시특별법이 이미 건교위를 통과된 뒤에 나온 한나라당의 성명은 비난 여론을 희석시키기 위한 '면피성'에 불과했다. 실제로 건교위 법안심사소위 심사 과정에 한나라당 소속 건교위 위원들은 관광레저형 도시를 배제시키자는 당론에도 불구하고 관광레저형 도시에 적극 찬동하는 모습을 보였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간 야합은 법안이 정기국회를 통과한 직후인 그해 11월16일, 양당이 공동 발의로 기업도시를 개발하거나 입주하는 기업에게 법인세와 소득세를 최초 5년간 50%, 그 후 2년간은 30%를 각각 감면해주고 지방세는 최장 15년간 감면해주고, 기업도시내 골프장에 대해서는 특별소비세를 면제해 주는 내용의 대대적 '조세특례법 개정안‘을 제출함으로써 그 실체를 한층 분명히 드러냈다. 이날 개정안을 발의한 ‘기업도시 포럼’에는 열린우리당에서 강봉균, 이광재, 김종률, 박상돈 의원 등이, 한나라당에서는 최구식, 이계진 의원 등이 참가하고 있었다. 이들은 평소 국회에서는 국정감사 과정 등에 치열한 색깔-수구 공세 등을 펼쳐왔으나, 유독 기업도시법에 한해서는 '한 목소리'를 냈다.

17대 국회 출범 이래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유일한 '공조 작품'인 기업도시 관련 조세특례법 개정안은 특혜논란을 넘어서 조세체계 자체를 밑둥 채 흔들고 있다는 점에서 전문가들의 심각한 우려를 낳았다. 기업도시에 입주하지 않는 기업들의 경우 법인세와 소득세, 지방세에서 커다란 불이익과 역차별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같은 불이익을 보지 않으려면 기존의 기업을 정리하고 기업도시로 이주하는 수밖에 없으며, 이 과정에 기업도시 개발권을 쥔 소수 재벌기업에게 막대한 개발이익이 돌아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었다. 또한 기업도시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상당수 재벌기업들이 골프장 등 레저형 위락도시 건설을 선호하고 있는 마당에 기업도시 내 골프장에 한해 특별소비세를 면제해주는 것 역시 특소세 체제의 근간을 뒤흔드는 특혜로 지적됐다. 이밖에 각종 지방세를 최장 15년간 감면해주기로 한 것 역시 당초 기업도시의 주요 명분 중 하나가 지방세수 확충이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모순되는 대목이었다.

이렇듯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얼굴에 철판을 깔고 노골적 공조를 편 기업도시법 및 제반 세금감면법은 2004년 12월29일 국회 본회의를 압도적 표차로 통과, 이 법안이 우리당과 한나라당간 ‘철판공조’의 산물임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참여정부의 거침없는 ‘친재벌 독주’

기업도시법이 국회를 통과하자마자, 정부는 기다렸다는 듯 노골적으로 친재벌적 속성을 숨김없이 드러냈다.

건설교통부는 2005년 1월11일 총 14명으로 구성된 기업도시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제정을 위한 실무작업반에 삼성전자, LG전자, 현대건설, 롯데건설, 금호건설, INI스틸, 대림산업, 포스코건설 등 8곳의 부.차장급 실무자 8명과 재벌기업들의 이익단체인 전경련의 기업도시팀장 등 기업관계자 11명을 참여시켰다. 정부가 법안 제정 과정에 기업들을 참여시킨 것은 헌정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고, 그 결과는 우려대로 재벌 이익 확대였다.

건교부는 1월19일 기업과 지자체를 대상으로 한 '기업도시개발 관련 실무설명회'에서 “개발이익 환수비율을 낮춰 달라는 의견이 많이 제기됐다”면서 “현재 25∼100%로 돼있는 개발이익 환수비율을 25∼85%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국회를 통과한 지 한 달도 안된 법안을 하위법 제정 과정에 바꾸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국회를 통과한 기업도시법은 낙후도 등급 지역에 따른 개발이익 환수비율을 1등급은 25%, 2등급 40%, 3등급 55%, 4등급 70%, 5등급 85%, 6등급 및 7등급 100% 등으로 정하고 있었다. 제1호 기업도시(관광레저형)로 유력시되던 전남 해남&#8228;영암(J프로젝트) 지역의 경우 낙후도 2등급 지역이어서 개발이익 환수비율이 40% 선에서 정해질 전망이었다. 게다가 개발이익은 땅을 팔거나 임대해 얻는 총수입에서 부지 조성비 등 총사업비를 뺀 금액으로, 여기에는 가장 막대할 것으로 예상되는 아파트, 상가 분양 등을 통해 얻는 개발이익은 포함되지 않아 ‘눈 가리고 아웅’ 식의 개발이익 환수라는 비난을 받아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하위법 제정을 통해 개발이익 환수비율을 더욱 낮춰주겠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다.

건교부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사업 시행자의 자금부담을 완화해 주기 위해 개발계획 승인시 100% 완납하도록 한 출자금 납부 규정을 완화해 개발계획 승인시 50%를 내고 나머지 50%는 실시계획 승인시 납부하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라며 출자금 납부 완화 방침도 밝혔다. 2004년말 국회 입법 당시에 따가운 여론의 눈총을 의식해 모호하게 넘어갔던 특혜조항들이 하위법 제정과정에 노골적으로 부활하는 양상이었다.

경실련 등 시민단체는 이에 "기업도시는 지구지정과 개발 형태에 따라 막대한 손익이 발생하고 이를 합리적으로 규제하는 것은 하위법령인데, 하위법령 제정 작업에 이해당사자인 대기업의 직원들이 참여시키는 것은 돈벌어가는 당사자에 법을 만들라는 것으로 ‘고양이에게 생선을 지키라’는 식"이라고 비판했으나, 정부는 마이동풍이었다.

재벌기업 종사자들이 참여한 기업도시법 시행령은 우려했던 대로 재벌에게 극도로 유리한 내용으로 만들어졌다. 건교부는 실무작업반 구성 한달 뒤인 2월11일 기업도시 면적과 개발이익 환수비율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 ‘기업도시법 시행령·시행규칙 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시행령에 따르면, 산업교역형 기업도시의 최소 기준 면적이 2백만평에서 1백50만평으로 낮아졌다. 또 기업도시 개발이익 환수비율도 전경련 요구를 받아들여 당초 25∼100%에서 25∼85%로 완화됐다. 또한 지방자치단체들의 신청마감 연장 건의를 받아들여 마감시한을 당초 오는 15일에서 4월15일로 2개월 연장했다.

참여정부의 ‘재벌 특혜주기’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건교부는 시행령 시행을 며칠 앞둔 4월13일 급작스레 "지난 2월 입법예고한 기업도시법 시행령에 기업도시 활성화를 위해 '미분양 또는 미개발산업단지에 산업교역형 기업도시를 건설하는 경우 최소면적을 1백만평으로 낮출 수 있다'는 예외조항을 삽입했다"고 밝혔다. 산업교역형 기업도시의 최소면적 기준은 지난 2월초만 해도 2백만평이었으나 1백50만평으로 줄어든 데 이어, 웬만한 택지개발지구보다도 적은 수준인 1백만평으로 또다시 줄어든 것이다.

경실련은 이에 긴급성명을 통해 "산업교역형 기업도시 최소면적을 1백만평으로 거듭 축소한 것은 기업에게 땅 투기하라는 것"이라며 "게다가 기업이 산업을 위해 토지를 직접사용 하는 규모가 12만평밖에 안되어, 처음 제안되었던 기업도시를 만들 수 없다"고 지적했다. 경실련은 "1백만평 규모에 기업도시 건설이 가능하다면, 기업들이 특별법에 의해 보장되는 수많은 혜택을 받으면서 부동산을 손쉽게 구입하고 처분에서는 막대한 이득을 보기 때문에 투기가 일어날 것은 자명하다"면서 "산업교역형 내에도 골프장을 지을 수 있게 허용하고 있음을 볼 때 실제로는 산업은 모양 갖추기로 만들고, 주택분양이나 레저 등 잿밥에만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개탄했다.

열린우리당의 ‘기업도시 엽기공약’, “삼성-현대에게 몇 조원은 껌값”

2005년 4.30 재보선. 결과적으로 열린우리당이 국회의원 선거구 6곳에서 전패하면서 과반수 의석 구도가 붕괴, 정국 주도권을 상실하게 만든 중요한 선거였다.

선거의 중차대성을 잘 알고 있던 여야는 당연히 선거운동 과정에 더없이 필사적이었고 표심을 잡기 위한 각종 공약을 쏟아냈다. 문제는 대다수 공약이 실현불가능한 말 그대로의 공약(空約)이었다는 데 있었고, 특히 최대 격전지였던 경북 영천에서는 열린우리당이 황당한 '기업도시' 유치 카드를 꺼내들어 패배를 자초했다.

기업도시 카드를 맨처음 꺼내든 이는 정동윤 열린우리당 후보. 정 후보는 "삼성과 LG같은 기업이 모두 영천에 투자할 것"이라며 “삼성과 LG가 10조원만 투자하면 기업도시로 육성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 여당의 힘이 보태지면 기업도시 유치는 쉬운 일"이라고 주장하며 “내년 연말까지 기업도시를 유치 못하면 당선돼도 금배지를 내놓겠다”고까지 했다. 마치 기업 돈을 마치 제 주머니 돈처럼 마음대로 쓸 수 있다는 투였다. 또한 당시 영천 인구는 10만명으로, 10조원이면 한 사람당 1억원씩을 쏟아 붓겠다는 황당한 얘기였다.

4.30 재보선 과정에 삼성-현대가 영천에 수조원대 투자를 하게 만들겠다는 공약을 내걸어 빈축을 산 문희상 당시 열린우리당 의장. ⓒ연합뉴스


해프닝은 정 후보 혼자 선에서 끝나지 않았다. 문희상 열린우리당 의장은 한술 더 떠서 “기업도시가 서고 고속도로가 들어오면 영천 개발은 1백년 앞당길 것”이라며 “여당 의장으로서 산업형 기업도시 유치를 약속드린다."고 ‘보증’까지 서 주었다. 그는 "여기에 기업도시만 들어서면 30년간 발전하지 못한 서러운 한을 떨치고 천지개벽이 이뤄질 것"이라며 "이제 영천은 발전할 수밖에 없다. 모든 게 해결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인구 10만 도시에 10조 투자를 약속하고 있다는 비판여론에 대해서도 "삼성이나 현대가 투자하는 데 있어 조(兆) 단위는 간단한 것"이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문 의장은 또 “정동윤 후보가 당선되면 3선으로 바로 국회 건설교통위원장이 된다"고 건교위원장 자리를 약속하기도 했다. 건설업계에 영향력이 큰 국회 건교위원장이 되면 기업도시 유치가 한층 쉬워질 것이라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문 의장은 앞서 또다른 선거구인 성남 중원에 가서도 열린우리당 출마후보가 당선되면 건교위원장을 시키겠다는 '공약'을 남발한 상태였다.

열린우리당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선거기간중인 4월22일 국회 회기중임에도 불구하고 문희상 의장을 비롯한 5명의 상임중앙위원과 정세균 원내대표, 원혜영 정책위의장 등 지도부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경북 영천의 정 후보 선거사무소에서 상임중앙회의를 갖고 ▲기업도시 시범지역 조성 ▲방위산업 육성정책 거점 구축 ▲공공기관 중 농업관련 기관 이전 등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특히 이날 원혜영 정책위의장은 그 무렵 영천이 건교부의 시범 기업도시 선정에 응모조차 하지 않은 점을 의식한 듯, "정부에서는 자발적으로 응모한 유치 도시 외에 객관적이고 종합적인 검토를 거쳐서 여건을 갖춘 도시를 추가적으로 선정할 계획"이라며, 기업도시 신청을 하지 않더라도 기업도시로 선정해줄 수 있다는 뉘앙스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

기업도시 공약이 애당초 터무니없는 ‘엽기 공약’이라는 사실은 원혜영 의장도 토로했듯, 당시 영천은 기업도시를 아예 꿈도 꾸지 않고 있었다는 데에서도 알 수 있다. 고속도로도 이어지지 않은 경북 오지에 대기업이 천문학적 거액을 투자할 이유가 없다는 게 영천 사람들의 생각이었다. 영천은 열린우리당의 '화끈한 공약'에도 불구하고 끝내 기업도시 신청을 하지 않았다.

열린우리당의 ‘엽기 공약’은 역풍으로 작용, 앞서가던 열린우리당 후보가 참패하는 데 결정적 빌미를 제공했다. 4.30 재보선 직후 여론조사기관인 '리서치 앤 리서치(R&R)'는 "경북 영천의 경우 4월20일경 조사한 데이터에 따르면 열린우리당이 한나라당을 2배가량 앞서 있었다"며 "이것이 역전된 것은 일차적으로 박풍(박근혜 바람)이 여전하다는 것 외에, 열린우리당의 기업도시 유치 공약 등이 유권자들의 신뢰를 깎아내린 측면도 있다"고 분석했다.

문희상 의장은 그러나 선거패배후인 5월6일 재차 영천을 방문한 자리에서 또다시 "기업도시를 유치해서 5천년 영천의 한과 설움을 극복하자는 약속을 했는데 더욱더 열의를 갖고 지키겠다는 다짐을 드린다."고 기업도시 유치를 재차 약속했다. 이는 당시 선거 참패후 당 안팎에서 선거 패배의 한 요인으로 당 지보부가 기업도시 등 현실성 없는 공약을 남발한 점을 꼽으며 ‘지도부 인책론’이 거세게 일어난 데 대한 면피성 발언이었다.

열린우리당은 선거기간중 기업도시 외에도 지역주민의 '땅투기 심리'를 부추기는 공약을 잇따라 발표, 비난을 자초했다. 한 예로 행정중심복합도시가 들어설 충남 연기·공주에선 국회 건교위원장인 김한길 의원과 이병령 열린우리당 후보는 토지보상과 관련, “시가(時價) 이상으로 토지 보상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김 의원은 지역 인사들에게 “지금 세워진 예산과 상관없이 감정가로 충분히 보상하겠다.”고 했고, 이 후보도 “감정가는 시가보다 높으면 높았지 낮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는 토지보상에 쓰이는 국민 세금을 제 주머니 돈처럼 여기는 오만한 발상에 따른 것이었다. 이들의 공약은 행정도시 선정 발표후 가뜩이나 폭등을 거듭하던 충남 땅값을 더욱 치솟게 만드는 최악의 결과로 이어졌다.

4.30 재보선 과정에 여당이 보인 구태는 기업도시나 행정도시 등이 '지역균형 발전'이라는 대의명분과는 달리 애당초 '선거용' ‘정치용’으로 기획된 게 아니냐는 의혹을 낳기에 충분했다. (<참여정권, 건설족 덫에 걸리다> 1백94~2백6쪽)
박태견 대표 겸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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