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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이헌재 "골프장 많이 지어야 나라가 산다"

[盧정권의 부동산 망국사] <5> 이헌재의 '골프장 입국론'

돌아온 이헌재, "건설경기 연착륙시켜야"

2004년 2월, 4.15총선 출마를 위해 경제부총리를 물러난 김진표씨의 뒤를 이어 이헌재씨가 경제부총리로 임명됐다. 이씨는 IMF사태 직후 김대중 정부 시절 초대 금융감독위원장으로서 구조조정을 주도했으며 재경부장관까지 역임했던 거물급 명망가.

전임 김진표 부총리 교체를 강력 요구해온 국민들이었기에 이헌재 부총리의 출현에 거는 기대는 내심 적지 않았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헌재 부총리가 김대중 정부 시절 재정경제부장관으로 재직하면서 2000년 4월 총선을 의식해 청와대 요구대로 각종 경기부양책을 펼쳤던 전력 등을 예로 들어 “별로 기대할 게 없을 것”이라는 냉담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불행하게도 후자의 관측이 들어맞았다.

이헌재 부총리는 재임 기간중 경기부양, 특히 '골프 경기부양론'으로 일컬어지는 부동산 경기부양책에 ‘올인’함으로써 전임 김진표 부총리가 불붙인 ‘아파트 투기’를 전국 규모의 ‘땅 투기’로 확대발전시키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 부총리는 취임 직후부터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여론에 강한 거부반응을 보이는 등, 전임 김진표 부총리와 동일한 건설족적 입장을 고수, ‘부동산 투기의 전국화’를 예고했다.

이 부총리는 취임직후인 2월19일 분양원가 공개에 대한 소신을 묻는 국회 대정부질문에 대해 '사견'임을 전제로 "시장에서 결정되는 가격은 시장의 수급에 따라 정해지는 가격으로 거래되어야 한다"며 "그것이 원가를 바탕으로 해서 거래가격이 인위적으로 정해진다면 또다시 상당한 부작용을 일으키고 잘못하면 그 자체가 투기세력을 불러올 가능성이 있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또 "기본적으로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 때문에 가격편차가 생긴다"며 작금의 아파트값 폭등을 공급 부족에서 찾으며 "인위적으로 정부가 시장가격 이하로 통제하려고 한다면 더군다나 투기세력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거듭 분양원가 공개 불가 방침을 밝혔다.

이 부총리는 이어 가진 취임 기자회견에서도 "주택도 시장에서 거래되는 교역재"라며 "교역재인 상품의 원가를 공개하라는 것은 시장원리에 맞지 않는다"며 분양원가 공개요구를 재차 일축했다. 그는 이어 "수요 공급의 원리에 따라 공급을 늘려 주택가격 안정을 도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이러한 노력이 실패해 비상수단을 써야만 하는 상당한 공익적 이유가 있어야 원가공개를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말해, 재차 공개 불가 방침을 밝혔다.

분양원가 공개 대신 이 부총리가 선호한 것은 '분양가 원가연동제'. 그는 "분양가 원가연동제는 표준가격이 경직적이지 않고 폭넓고 유동적으로 정해지고, 표준가격을 기준으로 어느 정도 범위에서 탄력성 있게 움직여 시장가격과의 차이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할 수 있는 제도가 될 것"이라며 "품질과 브랜드 차별화가 가능하도록 원가연동제가 시행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원가연동제는 표준건축비 설정과정에 정부 입김이 깊게 작용하면서 업계의 맹렬한 대정부 로비가 펼쳐지며, 그 결과 실제 건축비보다 부풀려진 표준건축비가 설정될 가능성이 높아,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기는 꼴이 될 것"이라는 비판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제기됐으나 이 부총리는 요지부동이었다.

이 부총리의 건설경기 부양책은 취임직후 '5% 성장'을 호언장담했음에도 불구하고 경기침체가 계속되면서 야당 등의 비난이 잇따르자, 그해 중반부터 노골적으로 추진되기 시작했다. 이때 이 부총리가 내세운 논리가 이른바 '건설경기 연착륙론'. “10.29 대책으로 움추려든 건설업계에 활기를 되찾아주어야만 5% 성장이 가능하다”는 논리였다.

이 부총리는 6월9일 삼성물산, 현대건설, 대림 등 건설업체 사장단과 긴급 회동을 갖고, 이들이 요구한 재건축개발이익 환수시기 유보 및 소형평형 의무비율 인하 등 재건축규제 완화를 비롯한 공공건설 투자 확대와 사회간접자본(SOC)에 대한 민간투자 활성화, 최저가 낙찰제 확대 유보 등을 적극 수용하겠다고 약속했다.

건설업자들과 만난 이 부총리는 다음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어제 건설업계 사장단을 만났다. 건설경기를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며 "민간건설투자 수요를 대폭 늘리는 정책을 마련하겠다"고 공개리에 건설경기 부양 방침을 밝혔다. 그는 "건설수주가 4대6 정도로 공공부문보다 민간이 차지하는 부문이 크다"면서 "아파트 시장의 거품이 제거되면서 건설경기가 크게 둔화되는 느낌과 업계의 두려움이 있다"고 노골적으로 건설업계 입장을 대변했다.

이 부총리는 곧바로 자신의 말을 실천에 옮겼다. 그는 건설교통부가 특혜 비난여론을 의식해 허가를 해주지 않고 있던 삼성전자의 충남 아산 탕정지구 '기업도시'를 허용토록 하는 등 건설경기를 띄우기 위한 본격행보를 시작했다. 이헌재의 '삼성 기업도시' 허용은 재계를 크게 흥분케 해, 곧바로 전경련의 기업도시 특별법 추진으로 이어지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돌아온 이천재'가 주장한 경기부양책은 '골프 입국론'이었다. ⓒ연합뉴스


“무더기로 골프장 세워야 나라가 산다”

이헌재 부총리가 추진한 여러 건설경기 부양책 가운데 가장 압권은 단연 '골프장 경기부양론'이었다.

이 부총리는 2004년 7월20일 느닷없이 “현재 허가를 받기 위해 대기중인 2백30개의 골프장 건립 신청건을 4개월 안에 일괄 심사를 거쳐 조기 허용해주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며, 동시에 “전라남도 목포 남쪽에 ‘리조트 특구’를 조성해 골프장 수십 개 코스를 만들 계획”이라고 밝혀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이 부총리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현재 골프장 하나를 짓기 위해선 인.허가를 받는 데만 평균 5년이 걸린다”며 “(골프관광객 유치를 위해) 국무조정실과 함께 골프장 인·허가 기간을 대폭 줄이는 방안을 논의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2008년 베이징올림픽 관광 특수에 대비해 골프장을 대거 설립중인 중국을 예로 들며 “중국 미션힐스 골프장의 경우 12개 코스 2백16홀을 짓고 있다”며 “목포 남쪽에 리조트 특구를 만들어 골프장 수십개 코스가 들어설 수 있도록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재경부는 이 부총리 말을 받아 "해외로 골프 여행을 떠나는 인구가 연간 10만명이 넘고 매년 해외 골프로 유출되는 외화는 1조원에 이르는 현실에서 국내에 골프장을 다수 건립하면 세수 증가와 고용 창출 효과가 상당하다"며, 허가를 신청한 2백30개 골프장에 대해 즉각 허가를 내줄 생각임을 밝혔다. 재경부는 또한 2004년 9월 하순부터 시행될 지역특화발전특구법(일명 지역특구법)을 적극 활용해 리조트특구로 지정되는 지방자치단체의 골프장 설립과 관련된 규제도 대폭 풀어주기로 했다.

김광림 재경부차관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우리나라 골프장은 1백79개로 전 국토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0.2%이지만 일본은 2천4백50개, 영국은 2천5백개로 각각 0.6%와 0.8%를 차지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 차관은 그러나 대다수 골프장이 18홀이 중심이며 최대 36, 72홀의 매머드인 우리나라와는 달리 이들 국가의 경우 3~4홀 중심의 자그마한 퍼블릭 코스들이라는 점은 언급하지 않았다.

이헌재의 '골프 부양론'은 당연히 큰 파문을 불러일으켰다. 전해인 2003년 ‘아파트 경기부양’으로 전국을 투기장화했던 정부가 이번에는 ‘골프 부양론’으로 재차 투기판을 만들려 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낳기에 충분했기 때문이다.

우선 환경단체들의 반발이 컸다. 환경단체들은 부안 사태, 천성산 사태 등 노무현 정권 출범후 발생한 일련의 충돌 사태로 노 정권을 “사상 최악의 반(反)환경정권”이라고 규정하며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던 상황이었다.

환경운동연합은 즉각 기자회견을 통해 "대한민국을 골프 자유국가로 만들겠다는 이헌재 부총리의 망언을 규탄한다"며 "골프장이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을 준다는 충분한 검토와 근거도 없이 과거 개발주의 시대에나 있을 법한 근시안적인 건설 경기 부양책을 내놓았다"고 질타했다. 환경연합은 이어 "우리나라 골프장은 총 2백62개(운영중 1백81개, 건설중 68개, 미착공 13개)가 운영 또는 건설중에 있다. 이 부총리 말대로 2백30개를 일괄 허용해주면 무려 4백92개의 골프장이 들어서는 '골프 공화국'이 된다"고 지적한 뒤, "현재 우리나라의 국토 면적당 골프장 면적은 0.2%로 일본의 0.04%와 비교하면 5배나 높다. 정부 계획이 추진되면 그 면적은 두 배 이상 급증된다"고 우리나라 골프장이 일본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는 재경부 논리의 허구성을 지적하기도 했다.

아파트 거품 빼기운동을 주도해온 경실련 등 경제관련 시민단체들도 개탄했다. 경실련 상임집행위원장인 권영준 경희대 교수도 열린우리당이 마련한 경제토론회에서 “(재경부의) 머리 좋은 분들이 생각해서 한다는 것이 골프장 2백~3백개를 허가해서 경기부양한다는 것인데, 그것이 우리 경제 활성화의 가장 중요한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비꼬며 "이 정책이 실시되면 다음 정권에서는 또 다른 정책 실패로 드러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면에 당연히 재계는 이헌재의 골프 경기부양론을 쌍수 들어 환영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이헌재 발언 직후 기다렸다는 듯 내놓은 `골프장 건설의 경제적 파급 효과와 정책 시사점'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작년말 현재 국내 골프장 수는 1백81개로 2010년까지 골프수요를 감안하면 약 2백50여개의 골프장이 더 필요하다"며 "현재 추진되고 있는 골프장 2백50개를 모두 지으면 1개 골프장당 5백46억원, 총 13조6천억원의 건설 투자수요가 생기며, 건설 투자수요는 조경산업, 건축 원부자재산업 등 전후방산업의 수요로 이어져 지난해 건설투자의 12%에 해당되는 총 27조2천억원의 건설경기 진작효과가 발생하면서 일자리가 5만개 이상 창출되고, 건설과정에서 국민총생산(GDP)이 11조9천억원이 늘어 성장률이 0.3%포인트 이상 높아진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특히 "2백50개의 골프장중에서 2백30여개가 지방에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골프장 건설이 침체된 지방경제를 활성화하는 데도 큰 힘이 될 수 있다"고 주장, 당시 행정수도 이전 등을 통한 지방 균형발전에 주력하고 있던 노무현대통령에게 추파를 던지는 논리를 펴기도 했다.

“이헌재의 골프 부양론, 한국형 대재앙 초래할 것”

'골프장 부양론'의 허구성에 대해 가장 논리정연하게 조목조목 반박을 가한 전문가는 초록정치연대의 우석훈 정책실장(경제학박사)이었다.

우 실장은 9월14일 '골프장 건설 반대를 위한 환경운동연합 전국 협의체'와 군산, 무안, 여주, 평택, 함양 지역 대책위 주민들과 함께 가진 기자회견에서 전국 골프장 난립 현장의 문제점을 직접 조사한 결과를 발표하며 이헌재 주장의 허구성을 신랄하게 질타했다.

우 실장은 "'해외 골프 수요를 흡수하기 위해서 국내에 골프장을 지어야 한다'는 정부 논리는 현실과는 괴리가 있다"며 "현재 해외 골프 수요는 국내 골프장의 부족이나 골프 회원권이 고가라서 발생하는 문제가 아니라 계절적 요인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우리나라 해외 골프 인구를 조사해보면 12~2월 동절기에 집중돼 있는 것을 볼 수 있다"며 "2003년 골프채 휴대 반출자의 숫자를 살펴보면 12~2월이 5만3백30명으로 3~11월 5만7천4백93명과 거의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따라서 국내 골프장 건설 증가가 해외 골프 인구를 흡수할 것이라는 주장은 현실적으로 타당하지 않으며, 골프장을 많이 지어 골프 인구를 증가시키면 도리어 동계 기간에 해외 골프 인구를 더 증가시켜 골프 국제 수지를 오히려 악화시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본에 비해 태부족이라는 재경부 주장에 대해서도 “흔히 3천여개가 있는 일본의 골프 현황을 얘기하며, 1백90여개가 있는 우리나라의 골프장이 일본만큼 늘어야 한다고 주장하나 일본의 골프장은 3~4홀 정도의 그야말로 퍼블릭 코스가 많으며, 우리나라 골프장처럼 18홀은 기본이며 36홀, 72홀까지 가는 매머드급 골프장이 결코 아니다”라고 반박한 뒤 “ 현재 상황만 보아도 우리나라 국토의 0.2%가 골프장이나 일본은 0.04%에 불과하다. 밀도로 비교한다면, 이미 우리나라는 일본보다 5배 이상의 골프장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제주도의 경우는 이미 전체 면적의 2.3%가 골프장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 농업의 대안으로 부각되고 있는 친환경농업에도 골프장 건설은 치명적"이라며 "독일에서는 이런 점들을 고려해 골프장을 새로 건설하기보다는 기존의 골프장을 친환경적으로 개선하는 데 정부 차원에서 나서고 있고, 이렇게 기존 골프장을 친환경적으로 개선하면서 발생하는 고용 효과가 신규 건설보다 3배 정도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고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는 골프장 건설이 지방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전남 무안의 36홀 골프장을 구체적으로 예로 들며 "지방세수는 연간 4억원 정도에 불과하고, 지역 고용 효과도 캐디 등을 포함해 30명 정도에 불과했다"며 "골프장 이용객이 대부분 1일 관광이고, 골프 단지 안에 클럽, 하우스 등 숙박시설 일체가 건립되고 있어서 지역 경제는 오히려 파탄 나고 있는 실정"이라고 반박했다.

우 실장은 “지금 휘두르는 칼은 생태계의 마지막 숨통을 끊으려는 무지한 야만일 뿐더러, 고용으로 국민을 불모삼아 한국형 대재앙으로 치닫는 박차”라고 경고했다.

새만금, 영암-해남의 세계최대 ‘골프공화국 만들기’

이헌재의 '골프장 경기부양론'은 우려대로 지방자치단체장들을 크게 자극, 전국적인 골프장 건설 신드럼을 불러 일으켰다. 지방자치제 도입이후 주민 표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지방자치단체장들은 현실적 실현가능성이나 수익성을 묵살한 채 앞다퉈 붕어빵 모양의 골프 레저도시 건설 계획을 쏟아냈다. 이런 계획들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것이 전라북도 새만금과 전라남도 영암-해남에 세우겠다는 세계최대 규모의 골프단지 구상이었다.

우선 열린우리당 소속의 강현욱 지사가 도정을 이끌고 있는 전라북도는 9월31일 "2006년 새만금 방조제가 완공되면 부안 변산 반도와 접한 동진강 수역 갯벌지역에 정규홀(18홀) 골프장 30개에 해당하는 5백40홀짜리(8백만평) 골프장을 연차적으로 건설하겠다"고 밝혀 세상을 경악케 했다.

열린우리당의 강현욱 당시 전북도지사는 새만금을 막아 세계최대 규모의 8백만평 골프단지를 조성하겠다고 해 환경운동가들을 어이없게 하기도 했다. 그는 올 들어 고건 전총리와의 연대 가능성도 타진, 정치적 논란을 야기하기도 했다. ⓒ연합뉴스


전북도는 "이 계획은 새만금에 복합 관광 레저 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의 하나로 진행될 것이며, 동진강 수역 2천만평에 골프 아카데미, 숙박시설 등 골프단지를 조성하고 외국인 전용카지노, 요트장, 디즈니랜드, 새만금 타워 등도 함께 지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북도는 "새만금 지역이 서해안 중심에 있어 주5일 근무제 확산으로 늘고 있는 국내 골프 인구를 유치할 수 있고, 특히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 이어 2010년 상하이 세계박람회가 개최되는 중국과 인접해 있어 외국인 골프 관광객들도 끌어들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전북도는 "2015년쯤 새만금 지역 관광객 수요가 연간 2천1백만명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이 있고 특별법이 제정되면 민자나 외자유치에 어려움이 없다"면서 "최근 정부에 추진계획서를 보내 조율 중인데 사업이 추진되면 수천여명의 고용창출과 세수증대 등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북도는 원활한 사업 추진을 위해 국책사업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정과 고군산군도 진입도로 조기 개설을 30일 이곳을 방문한 이해찬 국무총리에게 건의하기도 했다.

전북도가 밝힌 5백40홀 규모의 골프장은 현재 세계에서 가장 큰 중국 광둥성 선전의 '미션힐스' 골프장(1백80홀)보다 3배나 큰 규모. 한마디로 말해 전북을 세계 최대의 '골프공화국'으로 만들겠다는 발상이었다.

새만금 프로젝트는 환경단체 반대 및 법원 판결로 새만금 간척 공사가 중단되면서 돌파책을 모색중이던 와중에 이헌재의 ‘골프 부양론’에서 힌트를 얻은 전북도가 즉흥적으로 내놓은 것이었다. 이는 당초 새만금 지역 활용 방안에 대한 장기 계획에는 골프장 건설이 포함돼 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동안 새만금을 농지로 간척해 '식량 안보'를 주도하겠다던 전북도가 하루아침에 '골프 입국(立國)'으로 공사 강행 목적을 바꾼 셈이다.

새만금 간척에 반대해온 환경단체들은 당연히 아연실색할 뿐이었다. 환경단체들은 애당초 쌀이 남아도는 상황에서 식량 안보를 이유로 새만금 간척을 강행하는 전북도와 농림부에 대해 “5조원의 개발비를 노린 건설족의 음모”라고 비판해 왔었다. 환경단체들은 같은 맥락에서 전북도의 ‘5백40홀 골프장’ 건설 주장에 대해서도 "이로써 새만금 간척의 목적이 농지 확보가 아니라 건설족의 이권 확보임이 명명백백해졌다"고 맹성토했다.

전라남도가 야심적으로 추진중인 'J프로젝트(서남해안 관광레저 도시 개발)'도 그 본질은 전북도의 새만금과 마찬가지로 골프레저 위락단지 건설이다. J프로젝트는 전남 영암, 해남에 외자 3백억달러(우리돈 30조원)를 유치해 1,2단계에 걸쳐 50만명이 거주하는 골프장, 카지노 등으로 구성된 관광레저 도시를 오는 2013년까지 건설하겠다는 매머드 프로젝트로, 해양레저타운(4백만평), 교육타운(3백70만평), 골프타운 등 종합위락공간(9백20만평), 실버타운(1천80만평) 등 도합 3천2백만평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또한 1단계에만 18홀짜리 골프장 10개를 비롯해 호텔, 외국인학교를 건설하고, 2단계에 추가로 골프장 등을 허가할 예정이다.그러나 근간은 카지노와 골프장으로, 전라남도가 제출한 기업도시 시범사업 신청서를 보면 카지노 단지인 'Vegas of Asia'가 전체 건설비 8조7천3억원중 4조1천4백47억원으로 절반 가까운 47.64%를 차지하고 있으며, J프로젝트 대상 면적의 3분의 1에는 1천만평 규모의 세계 최대 규모의 골프 단지를 세우겠다는 것이다.

호남의 전폭적 지지로 집권할 수 있었던 노무현 대통령은 범정부 차원에서 'J프로젝트'를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천명한 바 있다. 일종의 ‘보은’이었다. 노대통령은 지난 2004년 7월29일 목포에서 열린 지역혁신발전 5개년 계획 토론회에서 "관광, 레저, 스포츠 분야에 천혜의 자원을 갖고 있는 전남에 큰 판을 벌이려고 한다"며 전폭적 지원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에 앞서 이헌재 경제부총리도 "목포 남쪽에 수십개의 골프장 코스가 들어서는 대형 리조트 특구 건설 방안을 추진하겠다"며 J프로젝트 지원을 기정사실화했다.

참여정부가 전북도와 전남도의 요구를 모두 수용할 경우 호남은 세계 최대 규모의 '골프공화국'이 될 게 분명했다. 하지만 이런 ‘보은성 정책’이 과연 약이 될지, 독이 될지는 아직 알 수 없는 일이다.

‘미야자키의 악몽’, 한국에 재연되나

지자체의 ‘골프공화국’ 신드럼에 대해 많은 전문가들은 ‘예고된 실패’로 끝나면서 가뜩이나 부실한 지방재정에 ‘대재앙’을 몰고올 공산이 높다고 우려하고 있다.

고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 비서실 출신으로 현재 지방자치단체, 기업 등의 컨설팅 업무 등을 하고 있는 천주욱 스텐다드텍 대표는 2005년 5월2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띄운 글에서 관광레저형 기업도시, 곧 골프도시를 신청한 지방자치단체장들을 만나본 소감을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관광레저산업을 너무 쉽게 생각해서 골프장을 여기저기에 건설하고 관광지를 개발하면 그 기업도시가 발전하고 그곳 주민들의 소득수준이 향상될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을 가진 지자체가 많은 것 같은데 이것은 커다란 착각이다. 예를 들면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관광지나 관광레저형도시는 거의 대부분 아열대성 기후지역에 있는데 LA의 디즈니랜드나 유니버샬 스튜디오 또는 세계적인 골프장들이 다 그런 것이다. 이렇게 세계적으로 유명한 관광시설이나 레저시설들이 아열대성 기후지역에 있는 이유는 이런 아열대지역에 있는 시설들은 1년 3백65일 언제나 가동할 수 있어 다른 어떤 지역에 비해서도 가동율이 높아 수익성이 좋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연간 비 오는 날이 80여일이 될 뿐 아니라, 추운 겨울 강풍이 부는 날 또한 80여일이나 되어 관광시설과 레저시설의 가동률이 낮아 수익성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다. 쉬운 예를 들면 서울랜드처럼 옥외시설보다는 롯데월드처럼 실내시설에 국내외 관광객이 몰리는 것이며 가동률도 훨씬 더 높고 수익성도 좋다는 것이다.

그래서 기업이 제한된 범위에서 관광레저사업을 하면 몰라도 전체 도시 차원에서 대규모 관광사업과 레저사업을 추진한다는 것은 우리나라에서는 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골프장 위주의 관광레저형 기업도시개발을 잘못 추진하면 일본 미야자키처럼 엄청난 투자로 인하여 지자체 자체가 흔들리는 부실개발의 대명사가 되거나, 땅 투기꾼들의 투기장으로 전락할 수도 있는 것이다.”

천 대표의 지적에서 특히 주목되는 대목은 ‘미야자키의 실패’ 사례이다. 일본 남부 규슈 지방에 위치한 미야자키현의 실패는 거품경제 정책의 종말이 얼마나 처참한가를 웅변적으로 보여주는 증거로 세계적으로 자주 인용되는 사례이다.

일본 중앙정부는 1980년대말 ‘도쿄의 집중화’를 막기 위한 일련의 정책을 내놓았다. 경제 고도 성장기를 거치면서 도쿄 등 수도권에 경제ㆍ인구가 집중된 반면 지방은 쇠퇴하자, 지방주민들의 불만이 폭발 일보직전의 상태가 됐기 때문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천도론(遷都論 )’까지 제기됐으나 도쿄 등 수도권의 거센 반발로 벽에 부딪히자 그 대신 일본 정부는 1987년 ‘지역종합보양정비법(리조트법)’을 제정, 레저산업에 대한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지방자치체들이 골프-레저산업을 크게 일으켜 자족도시로 거듭나라”는 이른바 ‘민활(民活, 민간활력 활용)’ 프로젝트였다. 당연히 일본 지자체들은 앞 다퉈 골프장, 테마파크 등 레저시설 건설에 뛰어들었고 정부는 리조트 개발을 인가했다. 일본의 부동산투기가 극성을 부렸던 1987년 6월부터 1991년 12월까지 무려 35개 지역, 총 5백40만 헥타르에 달하는 대규모 리조트 개발이 인가됐을 정도로 열기는 뜨거웠다. 지자체의 대규모 리조트 개발 인가는 도쿄도 등 대도시에서 극성을 부리던 부동산투기를 일본 전역으로 확산시키는 결정적 작용을 했다.

이 광란의 와중에 미야자키현도 예외가 아니었다. 따뜻한 규슈지방에 위치하고 있었던 까닭에 상대적으로 입지가 좋았던 미야자키현은 “관광 미야자키의 부활”을 캐치프레이즈로 내걸고 2천억엔(우리돈 1조8천억원)이라는 막대한 재원을 퍼부어 ‘시가이어 테마파크’라는 화려한 테마파크를 건설했다.

하지만 의욕과 달리 그 결과는 처참했다. 시가이어는 개장 후 한번도 흑자를 내지 못했다. 끝내 1999년 말에는 누적 적자가 1천1백15억엔을 넘었고 은행은 신규 대출을 중단했다. 주민들이 시가이어를 살리겠다며 돈을 모으기도 했으나 끝내 3천2백16억엔의 부채를 안고 도산하고 말았다. 결국 시가이어는 투자액의 10%도 안되는 단돈 1백62억엔에 미국 투자회사인 리플우드ㆍ홀딩사로 넘어가고 말았고, 미야자키현은 천문학적 재정적자로 사실상 파산상태에 빠졌다.

미야자키뿐 아니라, 풍차 등 네덜란드 풍경을 그대로 재현해 세계적 관심을 모았던 나가사키현의 테마파크 ‘하우스 텐보스’, 가마쿠라의 ‘시네마월드’도 줄줄이 파산했다. 1980년 후반기 일본의 부동산 거품시절에 앞 다퉈 건설해 2백38개에 달했던 테마파크는 2000년까지 11개의 대형 테마파크가 연쇄도산했고, 아직까지 문을 닫지 않은 70%의 테마파크가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이중 절반은 연속 적자 상태다.

테마파크와 함께 우후죽순으로 세워진 2천4백여개의 골프장 역시 줄줄이 도산, 1996년부터 지난 2004년말까지 도산한 골프장만 4백7곳에 달하며 나머지 골프장들 신세도 오십보백보다. 파산한 일본 골프장은 요즘 해외부동산투자에 열중하고 있는 한국 등에 헐값으로 매각되고 있다.

미야자키 등 일본 지자체의 실패는 가뜩이나 전라남도의 경우 재정자립도가 14%에 불과할 정도로 대다수 지자체의 재정자립도가 형편없는 우리나라 지자체들에게 많은 반면교사의 교훈을 전해주고 있다. 한번 삐끗 잘못되면 지방정부 자체가 파산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헌재 부총리를 위시한 재정경제부는 “일본에 비해 턱없이 골프장 숫자가 부족하다”는 논리를 앞세워 ‘제2의 일본의 길’을 재촉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의 개혁가 오마에 겐이치는 관료를 “절대로 자기개혁형이 될 수 없기에 외압에 의해 파괴될 때까지 자기 증식을 계속해 나가는 존재”로 규정한 바 있다. ‘골프 부양론’을 외치는 관료들이 보여준 모습이 바로 그러했다.(<참여정권, 건설족 덫에 걸리다> 1백51~1백65쪽)
박태견 대표 겸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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