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사자성어 "귀 막고 종 훔치기(掩耳盜鐘)"
"MB정권, 소통 부재 넘어 염치와 도덕성까지 상실"
<교수신문>은 지난 7일부터 16일까지 전국 각 대학 교수 304명을 대상으로 올해의 사자성어를 설문조사한 결과 전체의 36.8%가 `엄이도종'을 꼽았다고 18일 밝혔다.
`엄이도종'이란 자기가 한 잘못은 생각하지 않고 남의 비난이나 비판을 듣기 싫어서 귀를 막지만 소용이 없다는 의미로, 이 말은 중국 전국시대 말기 진나라의 승상 여불위가 문객들을 동원해 만든 우화집 <여씨춘추>에서 유래됐다.
춘추시대 범씨가 다스리던 나라가 망할 위기에 처하자 한 백성이 혼란을 틈타 범씨 집안의 종을 훔치려 했다. 도둑은 종이 너무 커서 쪼개려고 망치로 종을 깼는데 종소리가 크게 울려 퍼져 다른 사람이 올까 봐 두려워 자신의 귀를 막았다는 일화다.
중국 송나라의 유학자 주희는 이 일화에 대해 "종소리가 다른 사람에게 들리는 것이 두려워 자신의 귀를 막는 짓은 지도자가 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했다.
올해의 사자성어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날치기 통과, SNS 심의 규제, 중앙선관위 홈페이지 사이버테러, 대통령 측근 비리 등 각종 사건과 굵직한 정책의 처리 과정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소통 부족과 독단적인 정책 강행'을 비판한 것이라고 <교수신문>은 분석했다.
최민숙 이화여대 교수는 “올 한 해도 대통령 측근 비리, 내곡동 사저 부지 불법 매입, 한미 FTA 비준동의안 날치기 통과 등의 문제로 하루도 바람 잘 날이 없었는데, 아직도 선관위 디도스 공격 등 그 끝이 보이지 않는다. 이러한 모든 것이 소통 부재에서 연유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김풍기 강원대 국어교육과 교수는 "정부는 FTA 문제, 선관위 홈페이지 공격 의혹 등이 겹쳤지만 국민이 납득할 만한 설명은 거의 없었고 여론에 관계없이 자신들의 생각만 발표하고 나면 그뿐이었다"고 지적했다.
고명철 광운대 교수는 “대통령을 비롯한 위정자들은 자신의 치부가 백주대낮에 드러났는데도 솔직하지 못한 채 이를 날카롭게 비판하는 범부의 입에 재갈을 물리려 한다”며 최근의 SNS 심의ㆍ규제를 꼬집었다.
유석호 연세대 교수는 “아무리 자신은 옳다 생각하더라도 남을 인정하지 않는 아집과 오기로는 바른 사회를 세울 수 없다”고 충고했다.
지난해에는 진실을 숨겨두려 했지만 그 실마리는 이미 만천하에 드러나 있다는 뜻의 `장두노미'(藏頭露尾)가, 2009년에는 일을 바르게 하지 않고 그릇된 수단을 써서 억지로 한다는 의미의 `방기곡경'(旁岐曲逕) 등 MB정권을 질타하는 사자성어가 MB집권후 계속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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