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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마우지형 한국경제 개선 시급"

LG경제연구원, "WBC형 일본 어부지리 경제 계속돼"

한국경제가 수출 등을 통해 약진하고 있지만 대일 무역적자 등을 통해 일본만 배불려주고 있다는 경제계의 지적이 잇달아 제기되고 있다.

LG경제연구원은 27일 발표한 '가마우지 경제' 보고서에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회에서 한국의 연승 덕에 일본이 어부지리로 결승까지 오른 것처럼, 경제 측면에서도 비슷한 게임 양상이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도체, 자동차 등 우리나라 수출 주력 업종이 지난 70년대 이후 줄기차게 추진해온 ‘부품.소재산업육성’ 노력에도 불구하고 핵심 설비와 부품을 절대적으로 일본에 의존하고 있는 탓에, 수출이 늘어도 별다른 실익 없이 대일 무역적자만 쌓이고 있기 때문이다.

‘부품.소재산업육성’ 노력 불구, 핵심 설비를 일본에 의존하는 탓

'가마우지 경제'는 지난 1980년대말 일본 경제평론가 고무로 나오키(小室 直樹)가 <한국의 붕괴>라는 책에서 처음 사용한 용어로, 취약한 수출 구조로 실익을 일본에 뺏기는 한국경제를 가마우지 새에 빗댄 것이다.

고무로는 중국 지린(桂林)성과 일본 시코쿠(四國) 에히메(愛媛)현 마쓰야마(松山) 등 일부 지방에서는 낚시꾼들이 가마우지의 목 아랫부분을 끈이나 갈대잎으로 묶어 고기를 잡게 한 뒤 이를 가로채는 이 현상을 한국경제 분석에 적용했다.

일본의 경제평론가인 고무로 나오키는 미 매사추세츠 공과대학 대학원에서 노벨경제학상 수장자인 폴 새뮤얼슨과 로버트 솔로, 하버드대학 대학원에서 역시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케네스 애로에게 경제학을 배우고, <위기의 구조> <소비에트제국의 붕괴> <고무로 나오키의 자본주의 원론> <수학을 싫어하는 사람을 위한 수학> 등을 펴낸 지한파 경제학자다.

보고서에 따르면 1970~80년대 이후에도 부품 소재 산업 육성이 당초 의도했던 성과를 거두지 못하면서 한국 경제는 가마우지 처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대중(對中) 무역수지 흑자는 2백30억달러에 이른 반면 대일(對日) 무역적자는 2백40억달러에 달해 중국에서 벌어들인 흑자분을 고스란히 일본에 바친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2백40억달러의 대일 적자 가운데 66%인 1백61억달러는 부품.소재 부문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일격차 좁힐 대응책 절실.일본기업 유치도 고려해야

2000년부터 작년까지 6년동안 쌓인 대일 무역적자 규모는 1천39억달러였고, 이 가운데 부품.소재 부문 적자가 76.4%(7백94억달러)를 차지했다.

첨단업종일수록 부품.소재의 수입 의존 구조는 심화돼 2000~2005년 반도체, 평면디스플레이, 무선통신기기, 컴퓨터.주변기기 업종의 원자재 수입 의존도는 각각 78.8%, 67.7%, 66.8%, 50.9%에 달했다.

이 연구를 수행한 이철용 LG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이처럼 고착화된 한일 경제구조 아래서는 수출 호조가 국내 중소기업의 경기 호전으로 원활하게 연결될 수 없다”며 가마우지형 경제 체질이 대기업-중소기업 및 수출-내수 양극화 현상으로 나타나면서 최근 국정 현안인 '양극화'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부연구위원은 “오늘날과 같은 글로벌 시대에 모든 것을 자급하는 경제시스템을 고집하는 것은 어리석다”며 "경제의 '허리'인 부품.소재 산업의 경쟁력 향상 없이 우리나라 경제의 내실을 기하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그는 "향후 별다른 대비책 없이 한.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할 경우 가뜩이나 경쟁력 없는 우리 부품.소재 산업이 고사할 우려가 있다"며 "이 부문에서 일본과의 격차를 좁힐 수 있는 특단의 대응책을 강구해야 하며, 예를 들어 관련 일본기업들을 국내에 적극 유치해 안방에서 한발 앞선 기술을 배우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홍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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