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검색 바로가기

'신문의 위기', 전세계 급속 확산

美신문 발행부수 반년새 2.6% 급감, 유럽은 무가지 발행에 속속 합류

미국 종이 신문의 발행부수가 올 들어 반년새 2.6%나 격감하는 등 '신문의 위기'가 전세계로 급속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위기의 주범은 공짜 인터넷과 공짜 신문이다.

미 일간지 발행부수 반년새 2.6%나 급감

30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 1987년부터 계속되고 있는 발행부수 감소가 최근 들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언론매체의 간행물을 조사하는 ‘신문ㆍ잡지 부수 공사 기구(ABC)’는 지난 4월부터 9월까지 6개월 동안 미국 전국 7백70개 일간신문의 평균 발행 부수를 조사한 결과, 지난해 같은 기간의 4천5백만 부에 비해 2.6% 급감한 4천3백70만부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마이애미 헤럴드>는 6개월 동안 발행부수가 8.8% 감소해 가장 큰 폭의 감소를 보였으며 <LA타임스>의 발행부수도 8% 급감했다. 유력일간지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는 각각 3.5%와 3.3%, 금융가에서 애독하는 <월스트리트저널> 역시 1.9% 감소했다.

일요일판 신문의 발행 부수는 그보다 더많은 3.4% 감소율을 기록했다. 이 같은 수치는 지난 1985년의 전체 발행 부수가 6천2백30만 부였던 것을 고려하면 20여년 만에 2천만 부 가까이 감소한 충격적 수치다.

그러나 타블로이드판 신문 발행에 주력하고 있는 <뉴욕포스트>와 <뉴욕데일리뉴스>는 발행부수가 각각 5%와 1% 증가했다.

미국 일간지들의 발행 부수가 지난 6개월 동안 2.6%나 급감해 신문의 위기를 반영했다.ⓒ뷰스앤뉴스


인터넷 독자 증가 불구 광고 수익은 감소, 혹독한 구조조정 착수

이들 종이신문의 발행부수가 급감한 반면 이들 신문사의 웹사이트를 통해 뉴스를 접하는 독자 수는 빠르게 증가해 인터넷 신문 매체의 인기를 반영했다.

ABC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지난 3.4분기 1백대 신문사들의 인터넷 독자는 8% 증가했으며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할 경우 24% 증가해 일일 평균 웹페이지를 방문하는 독자 수는 5천7백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이들 신문사의 인터넷 광고 수익은 지면을 이용한 광고 수익에 크게 못 미쳐, 신문사들을 앞다퉈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LA타임스>와 <시카고트리뷴>을 소유하고 있는 <트리뷴>사는 <LA타임스>를 매각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지난 8월에는 그동안 금기시해오던 1면 광고 게재 계획을 밝혔다. <뉴욕타임스> 역시 경영난 타개를 위해 신문지면을 축소하는 한편 인쇄소를 폐쇄하고 대대적 감원 계획을 밝혔다.

유럽신문들도 '무가지'로 활로 모색

신문의 위기는 미국뿐 아니라 유럽도 강타하고 있다. 특히 유럽은 무료 인터넷 외에 무료 일간지(무가지)의 협공까지 받고 있는 상황이다. 세계신문협회(WAN)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배포되는 무가지 2천8백만 부 중 1천9백만 부 정도가 유럽에서 읽힐 정도로 유럽의 무가지 열풍은 대단하다.

이에 최근 유럽 유력신문들은 기존의 유가지외에 무가지를 추가발행하는 방식으로 위기돌파를 모색하고 있다.

스톡홀름에서 시작된 무가지 <메트로 인터내셔널>이 프랑스에 첫 진출한 것은 지난 2002년. 그로부터 4년 뒤 프랑스에서 읽히는 신문 5개 중 1개가 무가지일 정도로 급성장하며 기존 유가지들을 만성적자로 몰아넣고 있다. <메트로>는 현재 프랑스외 한국 등 21개국에서 발행되고 있으며, 미국의 <뉴욕타임스>도 보스턴에서 발행되는 <메트로>에 이미 투자한 상태다.

<메트로>가 이렇게 선풍적 인기를 끌자, 권위지 <르 몽드>도 기업인 뱅상 볼로레와 손잡고 11월부터 무가지를 발행하기로 했다. 석간 38만부를 발행하고 있는 <르 몽드>는 무가지의 경우 조간으로 35만부를 발행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무가지 <디렉트 수아르(Direct Soir)>도 창간한 볼로레는 새 무가지의 광고를 책임맡는다는 계획이다. 다른 유력 일간지 <르 피가로>도 방송사 M6와 합작으로 무가지 발행을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4개의 무가지가 발행되고 있는 스페인의 경우 모든 발행 신문중 절반 이상인 53%가 무가지이다. 그 밖의 나라 별로는 포르투갈 33%, 덴마크와 스위스 각 31%, 프랑스 19%, 영국 7%, 미국 5% 등이다.

세계 미디어재벌 루퍼드 머독도 무가지 시장에 뛰어들었다. 영국의 <더 선><더 타임스>를 발행하는 뉴스 코퍼레이션 회장인 머독은 미디어그룹의 신문 부문인 뉴스 인터내셔널은 다음달부터 영국에서 무료 석간 <더런던페이퍼(thelondonpaper)>를 발행키로 했다.

독일에서도 경제지 <한델스블라트>를 발행중인 <페어라그스그루페 게오르그 폰 홀츠브린크>가 곧 무가지를 발행하고, 4백만부를 발행하는 <빌트>지도 무가지를 발행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신용평가사 "신문사들의 상황 더 악화될 것"

이같은 미국과 유럽의 유료신문 몰락세는 앞으로 지속될 전망이다.

세계 3대 신용평가회사 중 하나인 피치의 마이크 사이먼턴 연구원은 “광고 수익의 급격한 변화는 신문사들의 재정 악화를 초래하고 있다”며 상대적으로 저렴한 인터넷 매체 광고 수익으로는 신문사들의 상황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존 스턴 미 신문협회 회장도 “이 같은 추세가 대형 신문사일수록 심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지아 대학에서 언론학을 가르치는 콘나드 핑크 교수는 “장기적으로 유력 일간지들은 장래가 있을 수 있지만 단기적으로 신문시장은 암울한 상태로 그 누구도 해결 방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치 앞도 안보이는 신문의 위기를 지적했다. 공짜 인터넷과 공짜 신문의 협공으로 유가 신문의 설땅은 나날이 좁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인터넷이 발달한 한국도 예외는 아니어서 유료신문들의 대응이 주목된다.
임지욱 기자

댓글이 0 개 있습니다.

↑ 맨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