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 친(親)부시인사인 미디어재벌 루퍼트 머독 소유의 보수일간지 <뉴욕포스트>도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상원의원의 재선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혀, 11.7 중간선거를 앞두고 보수진영의 공화당 이탈이 얼마나 극심한가를 웅변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뉴욕포스트> "힐러리는 훌륭한 상원의원" 격찬
<뉴욕포스트>는 30일(현지시간) 사설을 통해 힐러리 상원의원이야말로 "동료의원들에게 인기 있으며 뉴욕 주의 필요와 국가 안보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는 매우 훌륭한 상원의원"이라고 격찬했다.
신문은 클린턴 의원에 대한 뉴욕시민들의 높은 지지에 대해 "우리도 놀랐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선 별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며 "오는 중간선거에서 힐러리 후보와 맞설 존 스펜서 공화당 후보는"신뢰할 만한 대안이 아니다"고 힐러리 의원의 재선을 지지했다.
<뉴욕포스트>는 그러나 지난 2000년 힐러리 의원이 뉴욕 주 상원의원 선거에 출마했을 당시 그의 출마를 적극 반대한 신문이어서, 미국 언론계에서는 이같은 사설을 대단히 이례적인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부시 대통령에게 등을 돌린 브루터스 대열에 합류 조짐을 보이고 있는 루퍼드 머독. ⓒ연합뉴스
머독도 '브루터스 대열'에 합류하나
전문가들은 신문의 이같은 논조 변화가 <폭스 TV> 사주인 루퍼드 머독 회장이 힐러리와의 관계개선을 위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머독 회장이 소유하고 있는 세계최대 미디어그룹인 뉴스코퍼레이션 산하의 <폭스뉴스>를 비롯해 신문과 방송들은 지난 2000년 힐러리 의원의 출마 당시 "출마하지 말라"고 압박을 가했으며 빌 클린턴 대통령 재임기간에도 클린턴 대통령을 일관되게 비난해왔다.
머독의 미디어 그룹은 반면에 2000년 대선때는 노골적으로 조지 W. 부시 공화당 대통령후보를 지지했으며, <폭스 TV>는 개표 방송 때도 부시의 부정선거 의혹에도 불구하고 그의 당선을 기정사실화하는 방송을 해 선거개입 논란을 부추키기도 했다. 마이클 무어 감독은 다큐멘터리 영화 <화씨 911>의 도입부에서 폭스TV의 여론조작을 신랄히 비판하기도 했다.
<폭스 TV>는 또한 2003년 이라크 침공때도 부시를 적극 지지한 데 대한 반대급부로, 부시 대통령은 미군의 바그다드 입성때 <폭스 TV>만 동반취재를 허용해 세계적 특종을 안겨주기도 했다. 호주 출신 미디어재벌인 머독 회장은 자신의 사업기반을 범세계적으로 더욱 확장하기 위해 부시 집권기간중 국적을 미국으로 바꾸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머독 회장의 행보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그는 지난 7월 힐러리 상원의원의 선거 모금활동을 적극 지원하는 동시에, 9월에는 범세계적 빈곤 퇴치를 위한 클린턴 전 대통령의 '글로벌 이니셔티브 행사'에 참석해 50만 달러를 기부하기도 했다.
미국에서는 권력이동의 냄새를 잘 맡기로 유명한 머독이 미국의 정치권력이 공화당에서 민주당으로 이동할 것으로 판단, 말을 갈아타려는 생존게임에 나선 게 아니냐는 관측을 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일각에서는 그가 최근 민주당에 정치자금을 쏟아붓기 시작한 방산업체 록히드 마틴 등의 뒤를 이어 '브루터스 대열'에 합류한 게 아니냐는 냉소적 시선을 던지고 있다. 한국이든 미국이든 권력 말기 '레임덕' 때 말 갈아타기 현상은 다름없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