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7일 중간선거를 앞두고 가뜩이나 고전중인 미국 공화당이 이번엔 딕 체니 부통령의 예기치 못한 '고문 합리화 발언'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각종 악재가 잇따라 터지는 양상이다.
체니 "물고문은 내게는 간단한 일"
체니 부통령은 지난 24일 한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진행자가 '미 국민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서라면 ‘물고문(water boarding)’하는 것은 너무 간단한 일이 아니냐'고 묻자 “나에게는 '간단한 일(no-brainer)'이다”라고 공감을 표시한 뒤, “테러 용의자들을 입을 열기 위해서라면 물속에 담그는 것도 유용한 방법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과거에 고문과 관련해 나 자신이 많은 비판을 받았다”고 아부 그라이부 수용소 고문을 예로 들며 “우리는 고문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관여하지도 않는다”고 거짓 주장을 펴기도 했다. 아부 그라이부 고문에 관여했던 미군들은 현재 미국에서 재판을 받고 있는 중이다.
고문 합리화 발언으로 파문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딕 체니 미부통령. ⓒ연합뉴스
인권단체들 "부시정권 아예 고문 보장하냐"
체니 부통령의 고문 합리화 발언이 뒤늦게 알려지자 인권단체들이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국제 인권단체인 엠네스티 인터내셔널의 레리 콕스 대표는 "정말 '간단한 일'은 정부 관리 누구도 고문 전문가가 되지 않는 것“이라며 ”부시대통령 재임기간동안 이미 인권은 밑바닥 수준으로 떨어졌지만 이번 발언으로 인해 더 추락했다“고 질타했다.
국제 인권 단체인 ‘휴먼라이츠와치’도 "체니의 발언은 부시 행정부가 최초로 명백히 고문을 보장한 것"이라며 강하게 비난했다.
예기치 못한 또 하나의 선거 호재를 만난 민주당도 가만 있을 리 만무다. 존 케리 민주당 상원의원은 “백악관이 고문에 반대하기는커녕 고문을 조장하고 있다"며 체니 발언을 맹비난하는 등 민주당 의원들의 비난이 잇따르고 있다.
부시 "미국은 고문하지 않는다" 당황
조지 W. 부시대통령은 파문이 확산되자 27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체니 발언과 관련, “미국은 수감자들과 테러용의자들을 고문하는 일이 절대 없다”며 “우리는 우리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테러 용의자들을 조사할 뿐이지 고문하지 않는다”고 진화에 적극 나섰다.
토니 스노우 백악관 대변인도 “체니 부통령이 그런 발언으로 자신에게 해가되는 일을 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발언이 잘못 받아들여진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미인권단체들은 네오콘(신보수주의자)의 리더인 체니 부통령 발언으로 네오콘의 잔인함과 저열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며 비판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어 파문은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