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콴유가 세운 '反건설족의 나라'
[해외 벤치마킹] 추병직의 '신도시'와 너무 다른 리콴유의 '신도시'
지난달 오세훈 서울시장의 후분양가 도입 방침에 자극받은 노무현 대통령이 아파트 분양원가 수용 방침을 밝힌 직후의 일이다. 이계안 열린우리당 의원이 보도자료를 통해 "후분양제나 분양원가 공개만 갖고는 불충분하며 싱가포르의 '환매조건부 분양'도 동시에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해 경제전문가들의 고개를 끄덕이게 한 적이 있다. 현대그룹에서 잔뼈가 굵은 경제통다운 지적이라는 게 중론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병직 건선교통부장관은 23일 또다시 신도시 2곳 신설이라는 부동산경기 부양책을 내놓았다. 같은 정부여당이지만, 하늘과 땅 차이의 접근방식이다.
기자는 지난해 후반 펴낸 한 졸저를 통해 이계안 의원이 언급한 싱가포르의 '환매조건부 분양'을 한국 부동산투기 대책의 한 대안으로 소개한 바 있다. 최근 희망제작소 등의 부동산정책 대언 부탁때도 이를 한 대안으로 제언했었다. 파국으로 치닫고 있는 참여정권의 부동산정책을 대신할 한 대안으로 책의 관련 내용을 다시 소개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한 위대한 지도자가 세운 '반(反)건설족'의 나라 싱가포르
과연 지구상에는 우리나라 같은 '건설족 정권'들만 존재하는 것일까. 답은 "그렇지 않다"이다. 그런 대표적 예가 싱가포르이다. 지상에서 가장 부패하지 않은 국가 중 하나인 싱가포르에서는 건설족이 아예 발을 못 붙이고 있다. 국토가 비좁은 까닭에 전국민의 90% 이상이 고층아파트에서 살고 있지만, 싱가포르에서는 '아파트 투기'라는 단어도 찾아볼 수 없다. 동시에 대다수 국민이 우리와는 달리 주택문제로 전혀 고민하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싱가포르 국민의 85% 가량은 지금 '공공주택'에서 살고 있다. 싱가포르는 리콴유(李光耀. 83) 수상 시절인 1960년 심각한 주택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나라 주택공사에 해당하는 주택개발청(HDB)를 설립, 강력한 공공주택 정책을 추진했다. 주택개발청은 '토지 공개념'에 기초한 강력한 토지수용법으로 전국토의 80% 이상을 국유화한 뒤, 공공 아파트를 지어 서민과 중산층에게 저렴하게 분양했다. 이 때 싱가포르가 도입한 독창적 제도가 공공주택 소유자가 집을 팔려고 할 때에는 반드시 집을 되팔도록 하는 '주택전매금지 주택환매제도'(약칭 환매조건부분양)이다. 시가로 집을 되사들인 정부는 이 집을 입주 대기자에게 시가로 되판다.
주택개발청은 1960년대에는 주로 서민층에게 주택(일명 HDB아파트)을 공급했고, 1970년대 들어서는 중산층으로 그 대상을 확대한 결과 현재 전체 국민의 85% 가량이 우리나라의 웬만한 중산층 아파트 못지않게 깔끔하고 세련된 공공아파트에서 살고 있다. 이 공공아파트는 평수도 23평에서 시작해 33평, 41평, 56평에 이르기까지 다종다양하나, 방 4개나 5개 짜리 중형아파트가 전체의 90%에 달할 정도로 주류를 이루고 있다. 17~18평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우리나라 임대주택과는 천양지차다.
이들 HDB아파트는 우리나라의 국민연금에 해당되는 중앙연금준비기금(CPF)으로 지어져 민간아파트값의 45% 수준의 염가로 분양되고 있다는 사실도 우리에게 귀중한 시사점을 준다. 판교 등 정부가 개인 땅을 수용해 조성한 공공택지에 이 방식을 도입해 공공주택을 공급할 경우 작금의 아파트 투기를 결정적으로 타파할 수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오래 전부터 '국민연금을 동원한 공공주택 건설'을 아파트거품 제거 해법으로 제시해온 공인중개사 이태용씨 같은 경우는 건설현장 취재에 기초해 "32평대 아파트를 1억2천여만에 지어 공급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요컨대 "건축비를 실제 시공사의 건설비에 기초해 평당 2백만원으로 잡을 경우 32평을 짓는 데 들어가는 총 건축비는 6천4백원이면 되고, 32평형 고층아파트의 토지지분이 대략 10평 정도인 점을 감안해 땅값을 평당 5백만원으로 잡으면 땅값이 총 5천만원이 돼 도합 1억1천4백만원이면 32평대 아파트 건설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여기에다가 주택건설에 동원된 국민연금에 대해 국고채 유통수익률 이상의 적정 이윤을 보장해 주더라도, 1억2천여만원대 공공아파트 공급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선진국들에 대해 공공택지 비중(국유지 및 지자체 보유땅)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아 모은 신규 아파트를 이런 식으로 공급하기란 한계가 있으나, 이런 식으로 정부가 조성하는 공공택지에서부터 '거품없는 아파트'를 지어 공급하면 다른 지역의 거품을 순식간에 거둬내면서 국민이 아파트투기 때문에 고통받는 일은 사라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같은 제언에 대한 국내 건설족들의 반응은 한마디로 "황당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일이 이미 40여년 전 싱가포르에서는 실천에 옮겨져, 오늘날 세계 최고의 주택안정국가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싱가포르의 공공주택은 우리나라에서 임대에 주력하는 것과 달리, '분양'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싱가포르의 공공주택은 정부가 강력한 자가보유 촉진정책을 펼친 결과 대부분이 입주자 소유로, 싱가포르 국민의 90% 가까이가 자기 집을 갖고 있으며 정부 소유의 임대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율은 10%에 불과하다.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어섰음에도 불구하고 자가 보유비율이 50%가 안될 정도로 나날이 낮아지고 있는 우리나라와는 크게 대조적인 모습이다.
그렇다고 해서 싱가포르에 고급 민간아파트가 없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싱가포르에는 벌써 10~20년 전에 '콘도'라로 불리는, 타워팰리스보다 훨신 더 좋은 50~60억원 이상 가는 1백평, 2백평 넘는 궁전 같은 아파트도 즐비하다. 이들 고급 아파트 단지 안에는 옥외수영장, 테니스장, 헬스시설 등 다양한 레저시설이 갖춰져 있고 입구에는 경비실과 차단기 등 보안장치가 설치돼 출입자들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싱가포르에서는 우리나라처럼 "계급이 '집 있는 계급'과 '집 없는 계급'으로 새로 나뉘었다"고 할 정도로 극심한 계급간 위화감이나 적개감이란 찾아볼 수 없다. 이는 정부의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을 이원화해, 공공부문에서는 절대로 이윤을 남기지 않되 민간부문에 대해선 분양가를 얼마를 받든 개입하지 않고 완전자율화한 빼어난 주택정책의 결과다.
싱가포르에서는 원천적으로 고소득층이 공공주택에서 살고 싶어도 살 수 없다. 구체적으로 월 평균소득이 8천 싱가포르달러 이상인 고소득층이나, HDB아파트를 짓는 재원인 중앙연금기금의 가입대상이 되지 않는 자유사업자들을 공급주택의 공급대상에서 제외하였으며, 그 대신 이들은 가격이 높은 민간주택 시장으로 흡수되도록 하였다. 반면에 월소득이 6천 싱가포르달러 미만인 중산층 이하 계층에게만 입주를 허용하고 있으며, 더욱이 이들에게는 아파트 구입시 주택가격의 80% 범위내에서 장기 저리로 주택구입자금을 융자해주고 있다.
우리나라와는 달리 싱가포르 국민들은 절대로 집 장만 걱정을 하거나 투기할 생각을 하지 않으며, 오로지 모든 에너지를 국가경쟁력 제고를 위해 집중하고 있는 것도 이런 탁월한 주택제도가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건설족이 애당초 발 붙이지 못하게 만든 45년전 리콴유 수상의 선택이 오늘날 세계적 강소국 싱가포르를 가능케 했던 것이다. 또한 싱가포르가 오늘날 정경유착 등 부패가 없는 세계 제일의 청렴국가가 될 수 있었던 것도 구조적으로 '건설족 비리'가 존재할 수 없는 공공주택 시스템을 도입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지도자의 '선택'은 이처럼 국가의 운명을 통째로 바꾸는 법이다.
싱가포르의 예는 우리나라가 어떻게 해야 아파트투기라는 '죽음에 이르는 병'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동시에, 부패가 일소된 청렴국가가 될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귀중한 가르침이라 하겠다.(<참여정권, 건설족 덫에 걸리다>(뷰스 刊) 257~261쪽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병직 건선교통부장관은 23일 또다시 신도시 2곳 신설이라는 부동산경기 부양책을 내놓았다. 같은 정부여당이지만, 하늘과 땅 차이의 접근방식이다.
기자는 지난해 후반 펴낸 한 졸저를 통해 이계안 의원이 언급한 싱가포르의 '환매조건부 분양'을 한국 부동산투기 대책의 한 대안으로 소개한 바 있다. 최근 희망제작소 등의 부동산정책 대언 부탁때도 이를 한 대안으로 제언했었다. 파국으로 치닫고 있는 참여정권의 부동산정책을 대신할 한 대안으로 책의 관련 내용을 다시 소개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한 위대한 지도자가 세운 '반(反)건설족'의 나라 싱가포르
과연 지구상에는 우리나라 같은 '건설족 정권'들만 존재하는 것일까. 답은 "그렇지 않다"이다. 그런 대표적 예가 싱가포르이다. 지상에서 가장 부패하지 않은 국가 중 하나인 싱가포르에서는 건설족이 아예 발을 못 붙이고 있다. 국토가 비좁은 까닭에 전국민의 90% 이상이 고층아파트에서 살고 있지만, 싱가포르에서는 '아파트 투기'라는 단어도 찾아볼 수 없다. 동시에 대다수 국민이 우리와는 달리 주택문제로 전혀 고민하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싱가포르 국민의 85% 가량은 지금 '공공주택'에서 살고 있다. 싱가포르는 리콴유(李光耀. 83) 수상 시절인 1960년 심각한 주택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나라 주택공사에 해당하는 주택개발청(HDB)를 설립, 강력한 공공주택 정책을 추진했다. 주택개발청은 '토지 공개념'에 기초한 강력한 토지수용법으로 전국토의 80% 이상을 국유화한 뒤, 공공 아파트를 지어 서민과 중산층에게 저렴하게 분양했다. 이 때 싱가포르가 도입한 독창적 제도가 공공주택 소유자가 집을 팔려고 할 때에는 반드시 집을 되팔도록 하는 '주택전매금지 주택환매제도'(약칭 환매조건부분양)이다. 시가로 집을 되사들인 정부는 이 집을 입주 대기자에게 시가로 되판다.
주택개발청은 1960년대에는 주로 서민층에게 주택(일명 HDB아파트)을 공급했고, 1970년대 들어서는 중산층으로 그 대상을 확대한 결과 현재 전체 국민의 85% 가량이 우리나라의 웬만한 중산층 아파트 못지않게 깔끔하고 세련된 공공아파트에서 살고 있다. 이 공공아파트는 평수도 23평에서 시작해 33평, 41평, 56평에 이르기까지 다종다양하나, 방 4개나 5개 짜리 중형아파트가 전체의 90%에 달할 정도로 주류를 이루고 있다. 17~18평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우리나라 임대주택과는 천양지차다.
이들 HDB아파트는 우리나라의 국민연금에 해당되는 중앙연금준비기금(CPF)으로 지어져 민간아파트값의 45% 수준의 염가로 분양되고 있다는 사실도 우리에게 귀중한 시사점을 준다. 판교 등 정부가 개인 땅을 수용해 조성한 공공택지에 이 방식을 도입해 공공주택을 공급할 경우 작금의 아파트 투기를 결정적으로 타파할 수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오래 전부터 '국민연금을 동원한 공공주택 건설'을 아파트거품 제거 해법으로 제시해온 공인중개사 이태용씨 같은 경우는 건설현장 취재에 기초해 "32평대 아파트를 1억2천여만에 지어 공급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요컨대 "건축비를 실제 시공사의 건설비에 기초해 평당 2백만원으로 잡을 경우 32평을 짓는 데 들어가는 총 건축비는 6천4백원이면 되고, 32평형 고층아파트의 토지지분이 대략 10평 정도인 점을 감안해 땅값을 평당 5백만원으로 잡으면 땅값이 총 5천만원이 돼 도합 1억1천4백만원이면 32평대 아파트 건설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여기에다가 주택건설에 동원된 국민연금에 대해 국고채 유통수익률 이상의 적정 이윤을 보장해 주더라도, 1억2천여만원대 공공아파트 공급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선진국들에 대해 공공택지 비중(국유지 및 지자체 보유땅)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아 모은 신규 아파트를 이런 식으로 공급하기란 한계가 있으나, 이런 식으로 정부가 조성하는 공공택지에서부터 '거품없는 아파트'를 지어 공급하면 다른 지역의 거품을 순식간에 거둬내면서 국민이 아파트투기 때문에 고통받는 일은 사라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같은 제언에 대한 국내 건설족들의 반응은 한마디로 "황당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일이 이미 40여년 전 싱가포르에서는 실천에 옮겨져, 오늘날 세계 최고의 주택안정국가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싱가포르의 공공주택은 우리나라에서 임대에 주력하는 것과 달리, '분양'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싱가포르의 공공주택은 정부가 강력한 자가보유 촉진정책을 펼친 결과 대부분이 입주자 소유로, 싱가포르 국민의 90% 가까이가 자기 집을 갖고 있으며 정부 소유의 임대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율은 10%에 불과하다.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어섰음에도 불구하고 자가 보유비율이 50%가 안될 정도로 나날이 낮아지고 있는 우리나라와는 크게 대조적인 모습이다.
그렇다고 해서 싱가포르에 고급 민간아파트가 없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싱가포르에는 벌써 10~20년 전에 '콘도'라로 불리는, 타워팰리스보다 훨신 더 좋은 50~60억원 이상 가는 1백평, 2백평 넘는 궁전 같은 아파트도 즐비하다. 이들 고급 아파트 단지 안에는 옥외수영장, 테니스장, 헬스시설 등 다양한 레저시설이 갖춰져 있고 입구에는 경비실과 차단기 등 보안장치가 설치돼 출입자들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싱가포르에서는 우리나라처럼 "계급이 '집 있는 계급'과 '집 없는 계급'으로 새로 나뉘었다"고 할 정도로 극심한 계급간 위화감이나 적개감이란 찾아볼 수 없다. 이는 정부의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을 이원화해, 공공부문에서는 절대로 이윤을 남기지 않되 민간부문에 대해선 분양가를 얼마를 받든 개입하지 않고 완전자율화한 빼어난 주택정책의 결과다.
싱가포르에서는 원천적으로 고소득층이 공공주택에서 살고 싶어도 살 수 없다. 구체적으로 월 평균소득이 8천 싱가포르달러 이상인 고소득층이나, HDB아파트를 짓는 재원인 중앙연금기금의 가입대상이 되지 않는 자유사업자들을 공급주택의 공급대상에서 제외하였으며, 그 대신 이들은 가격이 높은 민간주택 시장으로 흡수되도록 하였다. 반면에 월소득이 6천 싱가포르달러 미만인 중산층 이하 계층에게만 입주를 허용하고 있으며, 더욱이 이들에게는 아파트 구입시 주택가격의 80% 범위내에서 장기 저리로 주택구입자금을 융자해주고 있다.
우리나라와는 달리 싱가포르 국민들은 절대로 집 장만 걱정을 하거나 투기할 생각을 하지 않으며, 오로지 모든 에너지를 국가경쟁력 제고를 위해 집중하고 있는 것도 이런 탁월한 주택제도가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건설족이 애당초 발 붙이지 못하게 만든 45년전 리콴유 수상의 선택이 오늘날 세계적 강소국 싱가포르를 가능케 했던 것이다. 또한 싱가포르가 오늘날 정경유착 등 부패가 없는 세계 제일의 청렴국가가 될 수 있었던 것도 구조적으로 '건설족 비리'가 존재할 수 없는 공공주택 시스템을 도입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지도자의 '선택'은 이처럼 국가의 운명을 통째로 바꾸는 법이다.
싱가포르의 예는 우리나라가 어떻게 해야 아파트투기라는 '죽음에 이르는 병'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동시에, 부패가 일소된 청렴국가가 될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귀중한 가르침이라 하겠다.(<참여정권, 건설족 덫에 걸리다>(뷰스 刊) 257~261쪽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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