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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정치인 시대 '활짝' 열리나

여성장관 1명, 고위 공직자 중 5.3%에 불과

노무현 대통령이 이해찬 전 총리의 후임으로 한명숙 의원을 지명했다. 내달 열릴 예정인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한다면 사상 첫 여성 총리가 탄생하는 것이다.

여성 총리의 탄생은 사실 지난 김대중 정부 시절에 가능할 뻔했다. 당시 장상 이화여대 총장은 김대중 전 대통령으로부터 헌정 사상 첫 여성 총리로 지명됐지만 인사청문회에서 여러 흠결이 드러나면서 낙마했다.

때문에 한명숙 지명자가 인사청문회 절차를 통과해야 한다는 관문은 아직 남아있어 사상 첫 여성총리란 말을 하기엔 이른 듯 하나, 한나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한 지명자가 평소 민주노동당, 민주당 인사들과 두터운 친분을 유지해온 점을 고려할 때 통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사상 첫 여성 총리가 탄생한다면 상당히 큰 의미를 지닐 것으로 판단된다. 여성계가 기대하듯,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서 약자로 평가되는 여성 정치인의 위상이 크게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정치권엔 여성 정치인의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한나라당의 당 대표는 여성인 박근혜 대표가 맡고 있다. 리더십에 대한 의문점이 남아 있긴 하지만 박 대표는 탄핵과 차떼기 정당으로 몰락할 뻔한 한나라당을 구했고, 재보선에서도 한나라당의 낙승을 이끌어내 이명박 시장과 함께 가장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로 거론되고 있다.

열린우리당에도 바람의 중심에 강금실 전 법무부장관이 있다. 우리당은 강 전 장관을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시키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하고 있고, 강 전 장관은 '출마'쪽으로 결심을 굳힌 것으로 보여 여성 서울시장의 탄생을 바라볼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흐름이 보편적 현상이라고 말하기엔 아직 이르다. 현직 국무위원 19명 가운데 여성 장관의 수는 장하진 여성가족부 장관 1명에 불과한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고위공직자 가운데에도 여성의 비율은 겨우 5.3%에 불과하다. 유엔 가입국의 여성장관 평균비율이 10%를 넘는 것을 감안하면 부끄러운 수치다.

현재 '당적포기'때문에 한명숙 총리내정자를 반대하고 있는 한나라당 이계진 대변인도 이런 현실때문에 지난 17일 "당 대표가 여성인 한나라당으로선 이제 인재등용 기준에서 여성이라는 이유로 홀대받아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라며 "이번 총리지명에 여성을 배려하는 것이 어떨까 하는 제안을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얼굴 마담'으로서가 아닌 여성의 진정한 정치참여가 한명숙 총리 내정자의 지명으로 진전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이영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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