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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정권 탈환의 맥' 제대로 짚었다

<기고> 후분양제 결단을 보고. 분양가 확실하게 낮춰야

한나라당 소속 오세훈 서울시장은 25일 기자회견을 갖고 서울시에서 시행하는 모든 공공아파트공급에 대하여 공정의 80%가 이뤄지는 시기에 분양하는 전면적 후분양제를 시행하겠다고 선언하였다. 이에 따라 은평 뉴타운의 아파트분양도 80%공정이 이뤄지는 내년 9~10월쯤 이뤄질 전망이다. 지난 14일 서울시의 SH공사가 은평 뉴타운 아파트분양가격을 발표하며 야기시킨 고분양가 비판 여론에 대한 대응책인 셈이다.

'정치도 즐거울 수 있다’는 희망 심어준 오세훈 시장

오세훈 시장의 결정은 시민들의 '이유 있는 비판'과 '합리적 요구'를 수긍하고 잘못을 개선하려는 노력을 보여줌으로서 국민들에게 ‘정치도 즐거울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준 결단이라 생각한다.

왜냐하면 참여정부의 출범에 한 표 기여했던 필자로서는 5.31지방선거 및 7.26재보선 참패를 보면서 열린우리당에 ‘공기업의 상세한 분양원가 공개’ ‘후분양제 실시’를 조언했으나 패배의식과 무기력증만 보았기 때문이다.

대다수 국민은 부동산값 폭등에 대해 상대적 박탈감, 절망감, 배신감을 느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집권여당은 선거 참패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생활과 밀접한 일은 외면하고 말로만 서민경제 운운하며 오픈 프라이머리 같은 정치 변칙으로 국민들의 시선을 끌어보겠다 하고 있다. 이런 판에 소위 수구꼴통이라던 한나라당 소속의 서울시장이 전면적인 후분양제 실시를 전격 선언한 것이다.

도대체 누가 개혁정당인지? 국민들을 헷갈리게 하는 게 우리 정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합리적인 국민들의 질타에 잘못을 인정하고 변화를 꾀하는 모습은 정말 신선하다. 고양이가 검든 희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흑묘백묘’론을 연상케 하며 ‘정치도 즐거울 수 있음’을 보여준 오 시장에게 다시 한번 격려를 보낸다. 특히 처음 SH공사의 고분양가 횡포를 보고 '역시 한나라당 출신은 안돼'라는 인식이 컸던 만큼 오 시장의 '결단'은 그만큼 신선하고 충격적이기까지 했다.

은평 뉴타운 고분양가 파문을 사과한 뒤 25일 후분양제 도입을 발표하는 오세훈 서울시장. ⓒ연합뉴스


분양가가 내릴 수 밖에 없는 이유

그런데 대다수 언론의 반응이 심드렁하다. 언론의 반응은 분양시기 연기가 문제가 아니라 분양가를 낮추는 것이 문제라며 후분양제를 도입하면, 일각에서는 도리어 분양가가 오를 것이라는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건설업계 논리에 깊게 물들어 있는 언론들의 기우다.

우선, 은평뉴타운 아파트를 분양한다는 내년은 대통령선거를 불과 몇 개월 앞둔 상황이기에 대권을 잡기 위해서 한나라당의 서울시가 국민들을 상대로 '사기'를 치지 않으리라 판단한다. 만약 서울시가 내년에 지금과 같은 고분양가를 다시 발표한다면 그건 10년만에 정권 탈환을 절치부심하고 있는 한나라당에게 자살행위가 될 것이다. 반면에 서울시가 분양가를 대폭 낮춘다면 내년 대선은 한나라당의 승리가 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며칠 전 경기도에 2층 전원주택을 짓는 데 땅주인(시행자)과 건축업자(시공자)사이의 상담을 지켜볼 기회가 있었다. 평당 2백80만원에 짓기로 합의했다. 그렇다면 대량생산하는 아파트라면 더욱더 건축비를 내릴 수 있다. 서울시 산하기관인 SH공사의 평당 5백만원대 건축비는 그러기에 사기인 것이다.

그 어떤 경제학서적을 보아도 시장경제란 소비자에게 ‘더 높은 가격으로 구매하는 것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공정하고 치열한 경쟁’에 의해 소비자에게 ‘더 낮은 가격으로 구매하는 것을 보장하는 것’이라고 적혀 있다. 이 시장경제를 서울시가 본때있게 보여주길 기대한다.

진정으로 건설경기를 살리는 길

또다른 일각에서는 후분양제 때문에 가뜩이나 어려운 건설경기가 완전히 박살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이 또한 기우다.

건설경기가 산다는 것은 실제 건설노동자를 고용하여 공사를 하는 건설 시공사가 살아난다는 얘기이다. 그런데 작금의 상황은 건설 시공사가 죽는 구조다.

시공사는 치열한 수주경쟁으로 출혈경쟁을 감수해야 한다. 반면에 시행사만 폭리로 배를 채우고 있다.

파주 한라비발디의 고분양가 논쟁이 나올 때 시공건설 관계자는 "우리들은 지어주기만 한다" "시행사들의 과도한 폭리 때문에 분양이 안되어 우리들의 공사대금의 회수가 안된다"고 공개리에 볼멘소리를 했다. 여기에 부동산경기 침체의 본질이 있는 것이다.

대다수 시행사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금융권에서 대출을 일으켜 사업을 진행하며 국민들을 상대로 폭리를 취하고 있다. 그렇다면 시행사의 폭리를 막을 해법은 있다.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등 각종기금과 금융기관들이 시행사로 참여하도록 유도, 이들이 폭리가 아닌 합리적 가격으로 아파트를 분양토록 하면 된다. 이때 이들 아파트에 대해선 이들 기금이나 금융기관의 주택담보비율을 올려주는 인센티브를 주면 된다.

이것이야말로 제대로 건설노동자가 일하는 건설시공사가 살 수 있는, 실질적으로 건설경기를 살리는 선순환의 건설경기부양 방법인 것이다.

또한 수익 낼 곳이 없어 헤매는 각종 연기금과 금융기관에도 안정적인 자금 운용을 할 수 있는 일이며, 전 국민의 50%에 가까운 무주택자들이 내집을 장만할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이렇듯 분양가를 대폭 낮추면 소비자들의 구매도 살아나는 동시에, 실제 공사하는 건설시공사도 살리며 고용도 창출할 수 있는 것이다. 말 그대로 ‘도랑 치고 가재 잡고, 보너스로 참붕어까지 잡는’ 일석삼조의 지혜인 것이다.

정권을 잡은 입장이 아니기에 연기금이나 금융기관의 시행참여 유도 등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서울시가 내년 분양때 원가절감 및 경영 합리화 노력을 보여주고, 국민들의 검증이 가능하도록 상세하게 은평 뉴타운의 분양원가를 공개한다면 이는 한나라당의 ‘집권 능력’을 검증받는 일이 되는 동시에, 우리 주택시장의 정상화에 커다란 한 획을 긋는 일이 될 것이다.
이태용 부동산문제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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