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검색 바로가기

정부-보수언론, 뜬금없는 '스웨덴 논쟁'

침소봉대형 논쟁, 복지-생산 모두에서 스웨덴은 한국 앞선 선진국

17일 실시된 스웨덴 총선에서 야당인 중도우파연합이 승리해 정권교체가 이뤄진 것과 관련, 보수언론들이 '노무현 경제바이블 스웨덴 복지, 스웨덴서 외면 당해' 등으로 대서특필하자 재정경제부가 즉각 반격에 나서는 등 때아닌 '스웨덴 총선 논쟁'이 불붙었다.

재경부가 정부측 대표주자로 나선 것은 권오규 경제부총리 겸 재경부장관이 '스웨덴 복지모델'을 우리사회의 지향점으로 제시해왔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재경부 "보수언론들, 심대한 사실 왜곡"

조원동 재경부 경제정책국장은 19일 <국정브리핑>에 띄운 '스웨덴 총선결과 제대로 읽어라'라는 글을 통해 "스웨덴 총선 결과를 두고 언론은 참여정부의 벤치마킹 모델이 ‘허상(虛像)’이었음을 지적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차제에 참여정부 경제정책의 재검토 필요성까지 언급하고 있다"며 "그러나 이러한 주장에는 몇 가지 심대한 사실의 왜곡이나 역사적 변천과정에 대한 이해부족에서 발생하는 논리의 비약이 숨어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며 조목조목 반격에 나섰다.

조국장은 우선 "과연 이번 총선결과를 스웨덴 국민들의 고복지 모델 실패 자인(自認)으로까지 확대 해석하는 것이 가능할까"라고 물은 뒤 "그 대답은 ‘아니오’일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1990년대 초 외환위기후 1994년 재집권에 성공했던 사회당 정부는 세계화 논리를 수용하고 신자유주의적 요소를 반영한 복지모델 개혁에 착수했고 상당한 성과를 거두기도 했고, 이를 국제통화기금(IMF)은 '땅벌(bumblebee)'의 살기 위한 날개짓으로 표현한 바 있다"며 "이번 총선결과를 스웨덴 국민들이 “땅벌”에 만족하지 않고 보다 날개짓 파장의 깊이와 폭이 큰 '기러기'로 변모해줄 것을 염원하는 것으로 본다면 지나친 해석인가"라고 반문했다.

조 국장은 이어 "스웨덴의 경우가 아니더라도 ‘효율과 형평간 조화’ 추구는 세계적 추세로, 스웨덴을 포함해 전통적으로 형평을 중시했던 유럽국가들의 경우 개혁의 초점은 복지모델에 시장경제 요소를 가미함으로써 적정 복지를 추구하는 것"이라며 "반면 전통적으로 능률과 효율을 앞세운 자유주의적 색채가 강한 미국의 경우 형평적 요소 가미가 보다 강조되고 있다. 그 한 예가 민주당의 해밀턴 프로젝트이다. 민주당의 대표적 인사들이 참여한 정책연구 프로젝트로서 미국이 보다 ‘넓은 저변의 성장(broad-based growth)’를 추구해야 함을 분명히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 국장은 이어 '성장과 복지’라는 참여정부의 캐치프레이즈와 관련, "물론 우리 복지지출 수준(2001년 기준 GDP대비 8.7%)이 우리보다 경제발전 단계가 낮은 터키(1999년 기준 GDP대비 13.2%)의 절반 수준밖에 되지 않은 상황에서 복지투자의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부각된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면서도 "그러나 만약 목전(目前)의 복지와 형평만을 중시했다면 참여정부가 과연 한·미 FTA를 추진할 수 있었을까"라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권 부총리의 정책방향과 관련해서도 "언론이 명명한 소위 ‘권오규 보고서’도 스웨덴의 전통적 복지모델이 1930년대 스웨덴의 특수한 상황이 그 배경임을 명확히 하고 고(高)복지 모델 그 자체가 아니라 성장과 복지간 균형과 조화를 추구해 나가는 개혁과정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주장했다.

조 국장은 "세계화는 우리나라가 거스를 수 없는 도도한 물결임을 누구도 부인하지 않을 것이나 세계화로 인해 발생하는 과실을 모든 계층이 골고루 나눠갖지 않는다면 성장을 위한 사회통합을 저해하고 세계화 자체에 대한 강한 거부감이 발생할 수 있다"며 "특히 세계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 계층을 위한 사회안전망 확충 없이는 세계화를 안정적으로 추진할 수도 없다. 이러한 관점에서 참여정부는 세계화와 성장을 추구하면서 사회안전망 강화 등 복지제도 확충에 노력을 기울여 왔던 것"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그는 "세계화로 인해 발생하는 막대한 과실이 일부 계층에 집중됨으로써 세계화에 대한 정치적 거부감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며 해법으로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유지하면서 사회안전망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 영국 <이코노미스트>의 지난해 8월 기사의 한 대목을 인용하며 "우리 언론도 그렇게 변화해 줄 것을 바라는 것은 지나친 기대일까"라는 언론 비판으로 글을 끝맺었다.

스웨덴 국민들을 실소케 할 한국의 '스웨덴 논쟁'

스웨덴 총선에서는 중도우파연합이 48.1%의 득표로 46.2%를 얻는 데 그친 중도좌파연합을 이김으로써 1932년 첫 집권후 65년간 집권해온 사민당에 패배를 안겨줘 전세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스웨덴 복지주의는 그동안 전세계의 최대 벤치마킹 대상이었기 때문이다.

외신들은 사민당의 패인을 21%에 달하는 실질 실업률과 장기집권에 따른 정권 무능에서 찾고 있다. 실제로 야당은 높은 실업률에 포커스를 맞춰 일자리 창출을 공약으로 내세워 승리할 수 있었다.

이번 선거 승리로 스웨덴 총리가 된 프레드릭 라인펠트 보수당 당수는 선거기간 중 노동의욕을 감퇴시킨 너무 높은 실업수당 등의 일부 삭감과 개인 사업자들에 대한 세금 감면과 공기업 민영화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구체적으로 노동자 월평균 임금의 80%에 달하는 실업수당의 70%로의 축소, 압솔루트 보드카 등 57개 공기업의 민영화 등이 그런 예다. 이를 통해 OECD국가중 최하위로 떨어진 일자리 창출 능력을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그는 그러나 동시에 저소득층에 대한 근로속득세 감면 및 개인수당 인상 등 서민들에 대해선 도리어 복지를 강화하는 정책을 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너무 높은 복지때문에 가라앉은 노동의욕을 촉발시키는 게 그의 정책 핵심이지, 기존 스웨덴 복지모델의 전면적 해체는 생각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스웨덴 다수 국민들의 생각도 마찬가지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국내에서 벌어진 때아닌 '스웨덴 총선 논쟁'은 각자의 정파적 이해가 너무 앞서 객관적 진실을 왜곡하고 있다는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복지나 성장 양 측면에서 스웨덴에 크게 처져있기 때문이다. 한 예로 스웨덴의 2.4분기 성장률은 5%로 우리나라보다도 한창 높다.

일부 문제가 있기는 하나 교육, 복지, 양성평등, 시민의식, 기업의 투명성, 정치 청렴도 등 여러 면에서 아직까지도 우리에게 많은 가르침과 시사점을 주고 있는 나라가 스웨덴이라는 사실을 간과하지 말아야 할 일이다. 스웨덴 국민들이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침소봉대형 '스웨덴 논쟁'을 안다면 어이없어 할 듯 싶다.
박태견 기자

댓글이 0 개 있습니다.

↑ 맨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