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이 지도부가 '세종시 의총'을 기정사실화하자 친박 중진들이 이명박 대통령의 '레임덕' 가능성까지 우회적으로 경고하며 강력 반발했다.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는 17일 오전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국민은 세종시 문제에 답답하고 갑갑하다면서 이제 그만 논란을 끝내라고 하시지만, 국가적 큰 문제인 세종시 성격을 고려한다면 정해진 절차에 따라 끝까지 인내를 갖고 진지하게 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이어 "정해진 절차에 따라 의총이 열리면 한, 두차례 의총을 연다는 기대는 경계해야 한다"며 "세종시 관련 의총이 열린다면 그 의미는 한나라 의원과 당원이 그동안 언론을 통한 간접대화를 해왔다면, 한가족끼리 직접 만나 대화한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고 세종시 의총을 기정사실화했다.

안상수 원내대표 또한 "세종시 관련 의총요구가 들어오면 당헌.당규에 따라 의총을 개최하는 것은 내 의무라고 생각한다"며 "일각에서 의총소집요구를 받아들여서는 안된다는 의견도 있고, 열면 싸움판을 만든다는 우려를 표명하는 분도 있다. 그러나 이런 걱정으로 국가백년대계를 놓고 공식적인 의총을 열지 않고 논의를 거부하고 피해가면 책임있는 집권여당의 모습이 아니다"라며 '3월 의총'이란 종전의 자신 입장을 정식으로 뒤집었다.

친이 박순자 최고위원도 "우리 당에서 대통령을 배출했고, 국민이 한나라당을 지지했기에 세종시는 정부안으로 수정안으로 올라왔다"며 "더이상 한나라가 방관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고 세종시 수정의 당위성을 주장했다.

친박 중진 이경재 의원은 그러자 "의총을 여는 것은 의원들의 요구가 있으면 여는 거고 당론을 토론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도 "이번 의총을 소집하고 서두르는 그 절차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당은 수동적으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다가 청와대 갔다가 빨리 끝장내자는 식은 청와대 지시에 따라 피동적으로 움직이는 것 아니냐"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더 나아가 "안상수 원내대표가 지난 3일 민주당이 추미애 의원을 징계할 때 했던 말씀이 마음에 와 닿았다.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의 의사결정권을 침해하고 의회 민주주의를 침해하고, 당론이라는 사슬로 묶는 것은 위법국회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며 추미애 파동때 발언을 상기시킨 뒤, "따라서 세종시와 관련된 의총도 이것이 의원들 개개인의 의사가 충분히 반영되는 절차가 됐으면 좋겠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내 분란이 가중되지 않았으면 한다"고 경고했다.

친박 중진 이해봉 의원도 "이것이 통과됐다고 가정할 때는 일파만파로 큰 파장을 일으키면서 갈등을 일으킬 것"이라며 "내가 봤을 때 대통령 임기가 끝날 때까지 이 갈등이 지속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의원은 더 나아가 "이 갈등이 대통령 임기 끝까지 계속된다면 이 대통령이 이뤄놓은 업적이 이것에 의해서 상실돼서 나중에 어떻게 되겠나? 2년 반 동안에 대통령이 얼마나 괴로운 상태 속에서 나라를 운영하겠나?"라며 레임덕까지 경고한 뒤, "그런 점에서 우리 당의 지도부도 진정 대통령을 위하고 장기적으로 대통령 임기 동안에 편안하게 일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이 어떤 것이 있는지 고민고민해서 신중하게 일을 처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