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진통끝에 교육부총리로 내정된 김신일 서울대 명예교수의 교육관에 각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교육'은 우리 사회의 최대 화두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김 명예교수는 1일 내정 사실이 발표된 후 신중한 언행으로 일관하고 있다. 정부와 교원단체간 팽팽히 맞서는 등 주변상황이 간단치 않기 때문이다. "교육계 화합의 최우선"이라는 김 내정자의 일성은 그가 내심 얼마나 작금의 상황을 긴장감 갖고 지켜보는가를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명예교수의 교육관은 그동안 그가 걸어온 행적이나 글들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지난 2월 출간된 <서울대 김신일 교수의 교육생각>(학지사 간)이란 에세이집에는 그의 생각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그동안 그가 신문, 잡지 등에 기고한 글들을 모아놓았기 때문이다.
여기서 그는 '위기'라 불리는 한국교육의 현주소는 결코 교육관료들이 강변하는 '학부모들의 과도한 교육열' 때문이 아니라고 반박하고 있다.
"나는 국민 모두가 교육에 관심을 쏟고 의견을 말하는 것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국민이 교육에 철저히 무관심하면 교육문제가 잘 풀릴까? 결코 그렇지 않다. 교육문제에 관한 논의가 전문학자나 정부관료들에게 독점되면 한 나라의 교육은 건강하게 발전할 수 없다.
각계각층의 국민들 그리고 청소년을 포함한 모든 세대가 교육정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발언하여야 교육이 건강하게 발전한다. 그러므로 국민 누구나가 교육에 대한 관심과 흥미를 잃지 않고 높게 유지하도록 참여와 발언의 기회를 확대해야 한다.
학부모의 교육열은 교육발전에 필요한 가장 기본적인 에너지이다. 이를 식지 않고 계속 뜨겁게 생성되도록 사회분위기를 조성하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하다."
"학부모의 교육열이 한국교육을 망치는 주범"이라는 교육관료들의 주장에 대한 정면반박인 것이다.
김 내정자는 부모의 무관심과 비협조로 인해 정상적 교육이 이루어지지 못하는 후진국의 예를 들며, "우리 학부모들의 높은 교육열은 되려 크게 감사해야 할 자산"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다만 학부모의 교육열을 잘못된 정책으로 자극하여 과열시키거나,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면 폐해가 생길 수도 있다"며, 지금껏 교육열의 에너지를 잘못된 방향으로 이끈 잘못된 교육정책에 일침을 가했다.
"국민의 강한 교육 에너지를 어떻게 교육 발전의 동력으로 활용하느냐에 나라의 미래가 달려 있으며 이는 교육전문가와 교육행정가의 과제"라는 게 그의 지적이다.
1일 기자들과 만나 환담하고 있는 김신일 교육부총리 내정자. ⓒ연합뉴스
"아무리 절망적이라 해도 포기할 수 없는 게 교육"
김 내정자는 "아무리 절망적이라 해도 포기할 수 없는 것이 교육"이라며, "이제는 교육에 대한 새로운 안목이 필요하다"고 밝힌다. 안목과 철학 없이 교육문제를 기술적으로 다루기 때문에 해결이 안 되고 오히려 문제가 악화될 뿐이라는 것이다.
"정치와 경제도 마찬가지지만 특히 교육의 기본은 진정성이다. 참됨과 올바름에 토대를 두어야 한다. 이 토대가 흔들리면 그것은 이미 교육이 아니다."
김 내정자가 40년의 교단생활에서 도달한 결론이다.
그는 다음 세가지를 '위기의 교육계'가 풀어야 할 과제로 꼽았다.
첫째, 학교교육에 대한 신뢰회복. 둘째, 지식기반시대에 세계화에 대한 대응력을 높이기 위한 국내 교육기관의 교육력 제고. 셋째, 평생학습시대에 대비하여 성인 교육기관을 확충하고, 학력제도를 보완할 수 있는 새로운 제도 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