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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아 폭행-촌지 교사 ‘솜방망이 처벌’ 논란

<현장> 도 교육청 정직 2개월 처분, 학부모.시민단체 반발 확산

지난 6월 장애아를 폭행하고 학부모로부터 거액의 촌지를 받은 것이 드러나 비난여론이 들끓었던 부천 심곡초등학교 김모(57)교사 사건이 경기도 교육청의 ‘정직 2개월’ 징계로 마무리되자 학부모와 시민단체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피해학생의 친척이 인터넷 게시판에 김모 교사의 행태를 고발하면서 촉발된 이 사건은 행동발달 장애를 갖고 있는 제자를 상습 폭행하고 또 다른 학생에게 압력을 가해 촌지 1백만원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인터넷과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파면 및 형사처벌 요구가 빗발쳤었다.

폭행으로 인해 치아교정 보철 파손 및 찰과상의 상해를 입은 피해학생은 아직까지도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는 상태다.

피해학생은 여전히 고통 호소, 가해 교사는 고작 정직 2개월

피해학생은 이미 수년전부터 ADHD(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장애) 진단을 받고 약물치료를 받아온 장애아동. 특히 과잉행동 장애는 체벌이나 지속적인 꾸중을 통해 증상이 심화될 수 있고 2차적으로 정서장애까지 유발할 수 있어 의학계에서는 체벌이 금기시되고 있는 장애다.

김 교사는 피해학생의 이 같은 장애를 잘 알고 있으면서도 ‘말을 잘 안 듣는다’는 이유를 들어 수시로 폭행을 가했고 교육청에 제출한 경위서에도 자신의 체벌행위를 정당화하는 논리로 일관하는 등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지난 8월 17일 경기장애인교육권연대가 심곡초교 김 모교사에 대한 정직 2개월 처분에 항의하며 경기도 교육청에 내건 플랫카드.ⓒ경기장애인교육권연대


하지만 도 교육청은 해당 학부모와 시민단체들의 파면요구에도 불구하고 지난 7월 13일 소집한 징계위원회를 통해 김 교사에게 정직 2개월의 징계를 내리고 제출된 사표는 반려했다.

도 교육청 측은 김 교사가 제출한 경위서와 부천 교육청의 감사내용을 토대로 ‘촌지 수수’만을 인정하고 해당 교사가 부인하고 있는 장애아 상습 폭행 부분은 인정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김 교사는 사태가 불거졌던 지난 6월 제출한 사표를 철회하고 현재 교육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김 교사는 정직 기간이 끝나면 교육부의 징계규정에 따라 비정기전보(전근)조치돼 다른 학교로 옮기게 된다.

당연히 학부모와 시민단체들의 반발이 잇달았다. 학부모와 시민단체들은 “교원 감싸기에 급급한 전형적인 솜방망이 처벌”이라며 전면 재조사 및 가해 교사 파면을 촉구하고 나섰다.

장경화 부천교육연대 사무국장은 “수사가 진행 중이고 피해아동과 학부모들의 고통이 계속되고 있는데 고작 정직 2개월을 결정한 것은 의도적인 사건 축소 행위로밖에 볼 수 없다”며 도 교육청을 맹성토했다.

자기 소신 가르친 교사는 정직 3개월, 장애아 폭행.뇌물수수 교사는 정직 2개월

장 국장은 “징계위에서 같은 날 심의한 상동고 이용석 교사는 자신의 소신을 피력했다는 이유만으로 애매한 근거조항을 내세워 정직3개월을 조치했다”며 “도 교육청은 장애아를 때리고 거액의 뇌물을 받은 명백한 위법행위에 대한 징계 기준을 공개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천교육청에 글을 남긴 한 네티즌도 “어떻게 수사가 진행이 끝나지도 않은 사건을 2개월 정직처분으로 마무리하려고 하는지 기가 막힐 뿐”이라며 “세인의 관심이 줄었다고 내부적으로 교사 한 사람 살리고자 교육청이 똘똘 뭉치는 단결된 모습이 놀랍다”고 비꼬았다.

정직 2개월은 교육부의 징계양정 기준상 파면과 해임 다음의 중징계에 해당하지만 최근 강화되고 있는 교육부의 ‘교원 금품향응 수수 관련 징계 처분기준’은 10만원 미만의 촌지수수도 해임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3월 부산지법 제5형사부(재판장 최윤성)가 학부모에게 촌지 20만원을 받은 한 초등학교 교사에게 뇌물수수죄를 적용,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장애아 폭행.촌지수수 사건이 언론을 통해 보도된 이후 인터넷에는 해당 교사를 파면 및 구속수사를 요구하는 청원운동이 벌어지기도 했다.ⓒ뷰스앤뉴스


“거액의 촌지수수가 파면사유가 안된다고?”

학부모와 시민단체들의 비난여론이 들끊는 이유다. 게다가 도 교육청은 학부모가 7월 12일 김 교사를 형사고발한 바로 다음 날 경찰이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하기도 전에 이 같은 징계수위를 결정해 ‘의도적인 사태 축소 시도’라는 의혹마저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에 대해 도 교육청은 “형사고발에 관련해 공지를 받은 바 없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결국 지난 3일 부천중부경찰서가 김 교사를 불구속 입건 조치함에 따라 도 교육청의 징계 결과에 대한 논란이 증폭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사건 발생 초기 공식사과와 재발방지 대책만을 촉구하며 사태 확산을 꺼려했던 피해 학부모들이 지난 달 형사고발에 이어 도 교육청의 전면 재조사를 촉구하는 공동대응에 나선 것.

여기에 경기장애인교육원연대, 장애아동의미래를생각하는 회의, 민주노동당 부천시위원회, 최순영 의원실마저 가세하면서 사태는 지역 시민사회진영과 도 교육청의 갈등으로 번질 기세다.

시민단체 “해당교사 전면 재조사 및 파면 촉구하는 공동행동 나설 것”

이와 관련 17일 경기장애인교육권연대 소속 회원 2백여명은 경기도 교육청 앞에서 도 교육청의 징계결과를 규탄하고 전면 재조사를 촉구하는 항의집회를 가졌고 이날 참석한 최순영 의원도 김춘진 교육감을 면담해 강력한 항의의사를 전달했다.

경기장애인교육권연대는 현재 도 교육청을 상대로 징계위원회 회의록 등 관련 정보공개를 청구한 상황이고 내주부터 도 교육청 앞 1인시위, 항의집회를 벌일 예정이다.

피해 학부모와 함께 공동대응을 준비하고 있는 석윤수경 최순영 의원실 보좌관은 "현재 피해 학부모, 지역시민단체와 교육단체를 중심으로 대책위를 구성하고 있다"며 "장애아와 비장애를 함께 가르치는 통합교육 시범학교에서 이 같은 일이 일어났다는 것을 절대 묵과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석 보조관은 또 "해당교사의 파면은 물론이고 징계 사후처리 과정에서 미온적으로 대처한 해당학교와 시.도 교육청의 관계자들에게도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도 교육청의 담당 장학사는 "교육부의 징계 양정기준에 따라 정직 2개월의 중징계를 내린 것"이라며 "향후 해당교사가 실형을 받게되면 당연히 파면조치되겠지만 현재로서는 재조사를 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심곡초 장애아 폭행 교사 관련 일지

3월 해당교사 반 아이 학부모에게 촌지 1백만원 수수

6월 8일 해당교사 언어장애, 주의력결핍 및 과잉행동장애아 폭행

6월 19일 피해학생 친척, 인터넷에 폭행 관련 고발 글 게시

6월 20일 해당교사 사직서 제출

6월 22일 부천교육연대 기자회견 열어 '해당교사 파면' 촉구

6월 21일~24일 부천시교육청 초등교육과 감사 착수

6월 29일 부천시교육청, 해당교사 직위해제 및 도교육청 징계의결 요구

7월 12일 촌지 제공 학부모 형사고발

7월 13일 도교육청 징계위원회 열어 가해교사 정직 2개월 조치/같은 날 부천 상동고 이용석 교사에게는 정직 3개월 조치

7월 25일 경기도 교육청, 징계 내용 해당교사와 교육청, 심곡초등학교에 통보

7월 25일 이후 심곡초교 가해교사 사표 수리 안한 상황에서 가해교사 사표 철회

8월 3일 부천중부경찰서, 가해교사 불구속 입건/촌지 수수 및 장애아 폭행 혐의
최병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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