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투자 전문가인 짐 로저스가 달러화 및 미국채 가치가 폭락하면서 향후 10년 이상 금, 식량, 원유 등 상품이 초강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뒤집어 말하면, 살인적 인플레시대 즉 '하이퍼인플레이션' 시대가 도래할 것이란 얘기다.

<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로저스는 8일(현지시각) 뉴욕에서 열린 EFT 증권 주최 세미나에서 "미 국채시장에 다음번 거품이 쌓이고 있다는 판단"이라면서 "연 수익률 3~6%에 계속해서 30년 만기 미 국채를 살 사람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언젠가는 거품이 폭발할 것"이라면서 "만약 미 국채를 갖고 있다면 너무 걱정되기 때문에 처분하라고 권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달러화의 운명에 대해서도 "돈은 가지고 있어봤자 정부에서 계속 찍어내는 종잇장에 불과하다"며 달러화 가치 급락을 기정사실화했다.

그는 주가 전망 역시 "나는 2년 전부터 중국주식 이외의 주식에는 투자하지 않았다"며 "주가가 6개월 연속 상승했기 때문에 조정이 온다 해도 놀랍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대부분 주식들이 너무 고평가돼 있다"며 "버블 붕괴를 목격하면 그때 가서 매수를 고려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그러나 상품시장에 대해선 "어떤 상품시장도 향후 10~20년 동안 공급이 충분히 유지될 수는 없다"면서 "상품 붐은 끝나지 않을 것이고, 수년 동안 강세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최근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중인 금값에 대해 "달러화 가치 급락과 향후 높은 인플레 상승률 등을 감안할 때 온스당 2300달러를 넘어서게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특히 식량과 관련, "농산물 재고는 수십년 만에 최저수준"이라며 "예컨대 최근 설탕값이 28년 반 만에 최고치로 급등했지만 앞으로 10년간은 더 상승할 것"이라고 농산물값 폭등을 강조했다. 국제유가에 대해서도 배럴당 150~200달러까지 예상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나는 아직 달러를 팔지 않고 있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달러 급등랠리가 한번은 더 남았고 나는 그때 달러를 내다 팔 것"이라는 묘한 말을 했다. 지난해 미국발 금융위기가 터졌을 때 달러화가 초강세를 보였었다. 신흥시장에서 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면서 달러화를 구하려 신흥국가들이 아우성을 친 결과다. 요컨대 '달러 급등랠리'가 한번 더 올 것이란 얘기는 또 한차례 글로벌 금융위기가 도래할 것이란 전망에 다름 아닌 것이다.

짐 로저스는 '헤지펀드 제왕' 조지 소로스와 함께 퀀텀펀드를 만들었던 동업자다. 동물적 투기에 관한 한, 일가를 이루고 있는 거물이란 의미다. 그의 주장은 자신이 배팅한 상품의 수익률을 극도로 끌어 올리려는 '아나운서 효과'를 노린 과장화법인 측면도 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그와 비슷하게 향후 세계경제의 대혼란을 전망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원유는 한 방울도 안 남고, 식량자립률은 20%대 초반에 불과하며, 수출 빼고는 먹고살 길이 없는 우리에게 '하이퍼인플레이션' 도래란 대재앙일 수밖에 없다. 국가생존 전략 차원의 대응이 시급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