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조 부동자금, 과연 '불패신화'일까
[송기균의 마켓뷰] "강남아파트 평당 1억원이 상투라고?"
그들이 믿는 것은 시중에 넘쳐나는 '돈의 힘'이다. 쉽게 말해 800조 원의 부동자금이 있으니 ‘유동성 파티’가 쉽게 꺼지지 않을 거라는 절대 믿음이다. 그러나 그런 믿음은 부동자금의 실체를 알고 나면 안개처럼 사라질 허망한 것이다.
부동자금은 통화량의 일부다. 통화량은 단기간에 현금화가 가능한 자산을 합한 것인데, 그 통화량 중에서 현금과 만기가 6개월 미만인 예금 및 펀드를 합한 것을 부동자금이라 부른다.
중요한 것은 통화량이 증가하는 메커니즘이다. 우리나라의 통화량을 누가 결정하냐고 물으면 한국은행이라고 대답할 사람이 많을 것이다. 맞는 대답이긴 하지만 정답은 아니다. 한국은행이 통화량을 늘리거나 줄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맞지만 실제로 통화를 공급하는 일은 은행이 담당하고 있다.
고등학교 경제 시간에 배운 ‘통화창출’이 바로 통화량 증가의 메커니즘이다. 이를 간략히 설명하면 이렇다. 한국은행이 100의 현금을 공급한다. 그러면 통화량이 100만큼 증가한다. 이 돈이 은행에 예금으로 예치된다. 은행은 지급준비금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을 대출한다. 지급준비율이 5%라고 하면 은행은 95를 대출하고 그 즉시 통화량이 95만큼 증가한다. 대출받은 금액이 다시 은행에 예치되면 또 은행은 지급준비금을 제외한 90.25를 대출한다. 대출이 발생하는 순간 통화량은 90.25만큼 증가한다. 이런 과정이 계속 반복되면 통화량은 한국은행이 공급한 현금의 20배인 2,000만큼 증가한다.
한국은행은 100을 공급하였는데 통화창출에 의해 2,000이 증가하였으므로 통화량 증가의 핵심은 은행대출이다. 이 사실은 통계수치에서도 금방 확인할 수 있다. 2005~2008년의 4년간 금융기관 대출은 465조 원 증가하였는데 같은 기간 총통화(M2)는 471조 원 증가하였다.
통화량의 일부인 부동자금 800조 원도 알고 보면 은행대출을 받은 돈들이 모인 것이다. ‘빚낸 돈’은 ‘자기 돈’과 달리 투자를 결정하기에 앞서 한 번 더 리스크를 생각하게 된다. 주식과 부동산 가격이 하락으로 돌아섰을 때의 상황까지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주식과 부동산이 하락세로 돌아서고, 향후 전망 역시 어둡다고 판단되면 ‘빚낸 돈’은 신속하게 빠져나오려 할 것이다. 그리고 이런 판단을 하는 투자가들이 늘어나면 주식과 부동산 가격은 더 하락하고, 가격하락은 더 많은 매도를 불러오는 악순환에 진입하게 된다.
이런 악순환의 시작이 과거 모든 버블붕괴의 시작이었고, 미국의 서브프라임 버블도 그렇게 시작되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합리적인 투자자라면 800조 원의 부동자금을 믿고 주식과 부동산에 올인하면 안 된다. 악순환의 과정이 시작되기 전에 한발 앞서 ‘유동성 파티’를 빠져나오는 것이 현명한 사람들의 자산운용 결정일 것이다.
필자 약력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1982), 동원증권 런던현지법인 대표, 코스닥시장 상장팀장, 코스모창업투자 대표, 경기신용보증재단 신용보증본부장, (현) 송기균경제연구소 소장. 저서 <불황에서 살아남는 금융의 기술>과 <유동성파티> 최근 출간.
<저작권자ⓒ뷰스앤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