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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부총리 "부시 행정부는 똥"

인디펜던트 “노동당 기분 좋을 것” 가디언 “노동당 일반 견해”

최근 레바논의 무장 이슬람조직인 헤즈볼라를 “똥(Shit)"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욕설로 비하해 물의를 빚었던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이번에는 미국의 대표적인 우방국인 영국의 부총리로부터 ”똥(Crap)"이라는 욕설을 들었다. 인과응보인 셈이다.

헤즈볼라 공격했던 부시, 영국 부총리에게 당해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17일자 1면에 사진과 함께 기사를 싣고 존 프레스콧 영국 부총리가 16일(현지시간) 부총리 집무실에서 이슬람계 출신 의원들과 이슬람계 유권자가 많은 지역구의 노동당 의원들을 면담한 자리에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 행정부를 '똥'이라고 비하해 물의를 빚고 있다고 보도했다.

프레스콧 부총리는 “부시 행정부가 (이-팔 분쟁을 해결할) 로드맵을 약속했기 때문에 이라크전을 지지했으나 부시 행정부는 (로드맵 이행에 있어서) ‘똥’이었다”고 말했다.

<인디펜던트>는 "프레스콧 부총리의 비하 발언이 외교적 논란을 초래할 소지가 있지만 레바논 사태를 둘러싸고 시종 미국을 편드는 토니 블레어 총리의 태도에 분노하고 있는 노동당 의원들에게는 기분 좋은 일로 받아들여질 것"이라고 논평했다.

이 신문은 교토의정서 협상을 통해 앨 고어 전 미 부통령과 친분을 쌓은 것으로 알려진 프레스콧 부총리는 그동안에도 부시 정부에 대한 개인적인 ‘감정’을 드러내는 발언으로 일각의 비판을 받은 바 있다고 전했다.

존 프레스콧 영국 부총리가 부시 미국 행정부를 비하한 '똥(Crap)' 발언이 실린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 17일자 1면 ⓒ 인디펜던트


이 신문에 따르면, 당시 모임에 참석한 일부 의원들은 "부총리가 이같은 발언을 했는지에 대해 잘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으나, 최근 지역구에서 액체폭탄 테러 음모와 관련해 대대적 수색이 이뤄진 바 있는 해리 코언 의원만은 "분명히 부총리가 '똥'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고 전하고 있다. 코언 의원은 프레스콧 총리가 중동 평화 로드맵에 대해 얘기하는 대목에서 "부시 행정부는 로드맵 위의 ‘똥’이라고 말해 우리는 모두 웃었다"면서 "부총리는 배석자에게 이를 메모하지 말라고 요구하기도 했다"고 당시 면담 내용을 소개했다.

코언 의원은 또 프레스콧 부총리가 부시를 "'스테트슨 모자(챙이 넓고 운두가 높은 펠트 모자)를 쓴 카우보이'"라고 말해 또다시 좌중에서 웃음이 나왔다고 전하기도 했다.

부총리 집무실은 사실 여부를 묻는 질문에 "당시 모임은 사적이었다"는 점만을 강조하면서 '똥'이라는 속된 단어를 사용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확인도 부인도 하지 않았다.

부총리는 이달초 미국의 재벌 필립 안슈비츠가 '밀레니엄 돔' 슈퍼 카지노사업에 입찰한 것과 관련한 추문으로 자신이 사임할 수도 있다고 주장하자 그를 "똥덩어리"라며 격렬히 비난한 바 있다.

한편 프레스콧 부총리에게 '똥'이라는 욕설을 들은 부시 대통령은 지난달 17일 러시아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주요8개국(G8ㆍ서방선진7개국+러시아) 정상회의 폐막 오찬 중 헤즈볼라 등 이슬람 무장세력과 시리아에 대해 “넌더리가 난다(disgust)”고 말한 뒤 “그들(유엔)이 시리아로 하여금 헤즈볼라가 ‘염병할 똥 같은 짓(shit)’을 못하도록 막으면 다 끝나는 것을”이라고 막말을 했었다.

‘shit’은 미국에서도 대표적으로 저급한 욕설로 꼽힐 정도로 대통령이 사용하기에는 대단히 부적절한 용어로, 당시 <AP통신>은 부시 대통령이 자신이 앉아 있던 헤드테이블의 마이크가 켜져 있는 줄 모르고 편한 사이인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에게 격의 없이 말하다가 마이크에 연결된 공식 TV중계기에 잡혀 알려지게 됐다고 보도했다.
김홍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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