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부, '미국의 대북특사 만류' 파문
"美여기자들만 석방되면 유씨 석방 못한 비난여론 의식"?
그러나 미국정부는 이를 일축하고 앨 고어 전 부통령 등을 대북특사로 파견하겠다는 메시지를 북한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져, 또 한차례 아마추어 외교 논란이 일 전망이다.
<RFA> "한국정부, 미국에 대북특사 파견 유보 요청"
8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한국 정부는 두 달 넘게 북한에 억류된 유 모 씨 문제에 진척이 없는 상황에서 미국이 여기자 두 명의 석방 문제를 논의하려고 북한에 특사를 파견하려 하자, 이를 만류했던 사실이 밝혀졌다.
서울에 있는 외교 소식통은 8일 <RFA>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주 미국의 제임스 스타인버그 국무부 부장관 일행이 한국에 왔을 때 미국 측이 앨 고어 전 부통령을 북한에 특사로 보내는 방안을 한국 측에 알리자, 한국 정부가 유씨 문제를 거론하며 일정을 보류해 달라고 요청한 걸로 안다”고 말했다.
이는 미국인 여기자의 억류 문제를 놓고 북-미 간에 진척이 있을 경우, 소재도 확인되지 않고 있는 유 씨 문제가 한국내 여론에 미칠 영향을 고려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이 소식통은 설명했다고 <RFA>는 전했다.
보도가 사실일 경우, 미국이 대북특사 파견을 통해 자국 기자들을 석방시킬 경우 유씨를 석방시키지 못하고 있는 한국정부에 대한 국내 비난여론이 비등할 것을 우려한 게 아니냐는 분석인 셈이다.
<CNN> "미국, 이미 북한에 앨 고어 등 파견 전달"
하지만 미국정부가 한국정부 요청을 일축했음을 보여주는 징후가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미국의 <CNN>은 8일(현지시간) 미 정부가 북한에 앨 고어 전 부통령과 빌 리처드슨 뉴멕시코 주지사 가운데 한 명을 특사로 파견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CNN>은 복수의 미국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미 정부는 고어 전 부통령과 리처드슨 주지사 가운데 한 명을 북한 측에 특사로 제안했다"며 "하지만 아직까지 북한 측으로부터 어떠한 대답도 듣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도 이날 하산 위라주다 인도네시아 외무장관과의 공동 기자회견 자리에서 <CNN>의 대북 특사 파견 추진 보도와 관련, "민간차원의 외교노력에 대해 언급하지 않으려고 한다"면서도 "북한을 설득해 이들을 석방하기 위해 모든 가능한 접근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해 보도가 사실임을 확인했다.
클린턴 장관은 "여기자들의 석방을 위해 모든 가능한 채널을 통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면서 "북한이 온정을 베풀어 그들을 추방하길 희망한다"고 호소했다.
미국정부는 또한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할 것이란 보도에 대해서도 사실이 아니라고 강력부인,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려 애썼다.
자국의 억류기자들 석방을 위해 미국정부가 최대한 자세를 낮춰 북한을 설득중임을 보여주는 증거들이다. 이런 마당에 한국정부가 <RFA> 보도대로 한국 인질 문제가 한국에 미칠 정치적 후폭풍을 우려해 대북특사 파견을 늦춰달라고 했다면 이는 애당초 번지수를 잘못 찾은 접근이 아닐 수 없어,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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