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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파문'과 '김병준 파문'의 차이

[김진홍의 정치 in] <4> 우리당 "차기대선이 코앞이다"

흔히들 당청관계를 빗대 '순망치한'(脣亡齒寒)이라고 표현한다. 혹자는 사랑으로 신뢰가 깊어가는 연인관계라고 정의했다. 어느 한 쪽이 무너지면 다른 한 쪽도 필연적으로 영향을 받아 흔들리게 되는 공동운명체라는 얘기다. 수긍가는 말이다. 청와대와 여당 어느 한 쪽이라도 잘못한다면 그 여파가 곧바로 여권 전체로 번지게 마련이다.

김병준 교육부총리 파동을 계기로 당청관계가 정치권의 관심사로 다시 등장했다. 굳이 '다시 등장했다'고 언급한 것은 열린우리당에서 당청관계 재정립 주장이 나온 것이 지금까지 한 두번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 만큼 현정부 들어 당청관계가 매끄럽지 못했다. 오히려 껄끄럽기까지 했다. 사례는 많다.

지난 1월 유시민 의원 입각 파동때를 회고해보자. 지난해 10.26 국회의원 재선거에서 패배한 열린우리당은 해가 바뀌면서 국정쇄신을 잔뜩 기대하다가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 기용설이 나돌자 발끈했다. 독설을 구사해온 유 의원의 입각은 민심과 배치되며,국민통합에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논지였다. 일부 의원들은 서명작업까지 벌였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유 의원의 입각을 밀어부쳤다. 유 의원을 차세대 지도자로 키우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까지 곁들였다. 그러자 열린우리당 일부 의원들은 "노 대통령이 당을 버렸다. 우리는 버림받은 자식들"이러간 "대통령이 당을 졸(卒)로 본다"는 등의 격한 감정들을 쏟아냈다. 당의장이던 정세균 의원을 산업자원부 장관에 덜컥 임명해 여당의 울분은 더욱 심했다. 결론은 당청관계 재정립으로 모아졌다. 청와대 중심의 당청관계를 그대로 방치해선 안되다는 것이었다. 여당도 이제 대통령에게 노(NO)라고 말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일각에선 정무수석이나 정무장관의 부활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 갈등은 1월11일 청와대에서 열린 노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간 회동을 통해 봉합됐다. 전병헌 당시 열린우리당 대변인은 회동 결과를 다음과 같이 발표했다. "노 대통령은 당정청 관련 제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당정청 관계개선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해서 당정청 관계를 발전적으로 정립하는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제도와 방향에 대해서도 연구해 발전적으로 채택키로 했다." 이후 며칠 뒤 열린우리당 정책위의장과 청와대 정책실장,국무조정실장 3인으로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키로 했다는 발표까지 있었다. 그러나 이후 태스크포스팀이 어떤 활동을 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관심을 갖고 챙긴 여권 인사도 없었다. 그래서 유야무야됐다.

보건복지부장관 시절 김근태 의장과 노무현 대통령. 이제는 상생이 힘든 관계로 바뀐 양상이다. ⓒ연합뉴스


지난해 10.26 국회의원 재보선에서 패했을 때에도 열린우리당내에선 청와대 인적 신론과 민주당과의 합당론이 제기됐다. 내각 총사퇴 주장도 나왔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대통령의 국정운영 평가로 받아들인다"고 밝힌 게 전부였다. 새로 발표된 국정쇄신책은 없었다. 같은 해 4.30 재보선 이후에도 열린우리당내에선 청와대의 국정운영 방식을 비판하며 당청관계를 재정립하자는 요구가 나왔으나 청와대의 거부로 슬그머니 자취를 감췄다.

이렇듯 당청관계를 재정립하겠다는 열린우리당의 거듭된 다짐은 구두선에 그쳐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열린우리당내에서 예전과는 다른 분위기가 감지된다. 결코 청와대에 밀릴 수 없다는 강한 의지가 읽힌다. 종전처럼 용두사미의 모습을 보이면 열린우리당 존립조차 위기를 맞을 것이라는 공감대도 있다.

김병준 부총리가 사표를 제출하기까지 열린우리당은 청와대를 압박했다. 청와대와의 의견조율 작업도 있었지만 열린우리당은 김 부총리를 둘러싼 의혹들이 줄줄이 제기되고 있는 만큼 정치적으로라도 사퇴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열린우리당이 여론에 휘둘린다"는 청와대의 불만에도 불구하고 열린우리당은 독자행보를 계속해 김 부총리의 자진사퇴를 관철시켰다. 물론 여기에는 여론의 뒷받침이 있었다. 김 부총리가 사표를 제출한 이후 이병완 청와대 비서실장이 열린우리당을 겨냥해 "정치적으로 사퇴하라는 건 옳지 않은 접근"이라고 직격탄을 날렸을 때에도 열린우리당은 여당을 무시한 발언이라며 물러서지 않고 있다.

열린우리당의 강공에는 차기 대선이 가까워졌다는 점이 작용하고 있다. 열린우리당 의원들 사이에서는 대통령이 국정운영 방식에 변화를 주지 않는 한 정권 재창출은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청와대에 대한 열린우리당의 대응은 강도를 점차 높여갈 것같다.

문제는 당청관계의 한 축인 노 대통령의 선택이다. 지금까지 당정분리를 강조해온 노 대통령이다. 좀처럼 양보하지 않는 스타일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때문에 조심스럽게 탈당 가능성도 거론된다.

향후 당청관계의 향배는 '문재인 법무장관 카드'가 어떻게 결론지어지느냐에 따라 좌우될 것이다. 크게 구분한다면 문재인 카드의 포기로 당 우위의 당청관계가 정립되는 방향과 문재인 법무장관 기용으로 당청관계가 정면 충돌하는 상황을 상정할 수 있다. 전자의 경우도,후자의 경우도 변수가 많아 단순하게 전개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이런저런 파장도 클 것이다. 당정청 협의체 구성 등 다소 맥빠진 제3의 절충안이 나올 소지도 없지 않다.

노 대통령이 여름휴가를 마치고 업무에 복귀하는 다음주면 앞으로 당청이 어떤 관계로 지내게 될 지 그 윤곽을 드러내게 된다. 현재 당청간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김진홍 국민일보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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