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보유고 늘려라"? 핫머니만 배 불릴뿐
[송기균의 '마켓 뷰'] 인위적 환율개입, 국부유출만 초래
외환보유고를 늘리기 위해서는 정부가 외환시장에서 달러를 사야 하는데 이는 결국 환율하락을 막기 위해 정부가 외환시장에 개입하라는 주장의 다른 표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외환시장이 향후 불안정해진다는 것은 지금 쏟아져 들어오고 있는 외국인 투자자금이 다시 썰물처럼 빠져나갈 지도 모른다는 것이고, 바꿔 말하면 현재 들어오고 있는 외국인 투자자금이 단기차익을 노린 핫머니라는 것을 뜻한다.
외환보유고를 늘리기 위해 정부가 외환시장에 개입하는 것은 핫머니의 유입을 오히려 더 촉진하는 결과를 낳는다. 핫머니란 단기차익을 노리고 들어오는 돈이다. 그 단기차익에는 환차익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가령 정부가 외환시장에 개입하여 환율을 1300원으로 유지한다고 하자. 핫머니가 국내에 유입하는 1달러를 정부가 1300원에 사주는 셈이 된다. 그리고 얼마의 시간이 흐른 후 예컨대 환율이 1000원까지 하락하여 충분히 이익을 챙긴 핫머니가 빠져나갈 때는 정부가 1달러에 1000원만 받고 핫머니에게 달러를 팔게 된다. 달러를 사고 파는 거래에서 우리 정부는 1달러 당 300원의 손실을 보고, 핫머니는 300원 이익을 본다.
핫머니의 급격한 유출에 대비하여 외환보유고를 더 늘리자는 주장은 자칫하면 이런 어리석은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우리 국민의 세금으로 핫머니의 배를 채워주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는 것이다.
핫머니를 막기 위한 가장 좋은 대처방법은 그 돈들이 들어왔다 나가는 비용을 높이는 것이고, 그 비용을 높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환율이다. 환율을 단기간에 급락하도록 내버려 둠으로써 핫머니가 원화를 비싸게 사도록 하는 것이다. 환율이 1000원까지 내려 간다면 단기간의 환차익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므로 상당수의 핫머니는 국내시장에 들어오는 것을 포기할 것이다. 그리고 일부의 우려처럼 ‘향후 있을지도 모를 외환시장의 불안정’을 방지할 수 있다.
이런 우려를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핫머니 말고 장기투자자금이 국내에 유입되는 것 역시 줄어들 것 아니냐고.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장기투자자금이 국내 증시에 투자할지 여부를 결정할 때는 우리 경제의 장기 성장잠재력과 투자하려는 기업의 경쟁력, 성장성 등을 주로 고려한다. 환율은 큰 고려 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핫머니와 달리 환율이 크게 하락하였다고 해서 국내투자를 번복하는 경우는 많지 않을 것이다.
현재의 2천억 달러가 넘는 외환보유고가 불안하므로 더 늘려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2008년 9월3일 정부의 발표 내용을 인용하겠다. 같은 날 <문화일보>의 <IMF 권고 2배 가까이 외환 보유>라는 기사 내용을 인용하면 이렇다.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IMF가 권고한 수준인 1400억 달러를 훌쩍 뛰어 넘는 2432억 달러(8월 말 현재)에 달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지난 7월과 8월 국제신용평가기관인 피치사와 국제기구인 IMF 모두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이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외화자금 이탈로 달러부족사태가 나더라도 정부가 얼마든지 대응할 수 있다는 점을 이미 국제적으로 인정 받은 셈이다."
정부가 구체적인 수치와 신뢰할 수 있는 국제기관의 평가까지 제시하면서 외환보유고가 충분하다고 역설한지 불과 몇 개월 지나지 않아 다시 외환시장 불안정을 이유로 시장개입을 하는 것은 정책의 일관성을 크게 해치는 일이다. 특히 그때에 비해 국제금융시장이 크게 안정되었고, 우리나라의 경상수지와 자본수지가 사상 최대 흑자로 돌아선 상황이기에 더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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