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버블타령' 할 때냐고? 할 때다"
[송기균의 '마켓 뷰'] 정부당국의 '유동성 거품' 외면을 보고
“시중에 800조원의 과잉 유동성이 있는 거는 맞다. (그것이 위험할 수도 있으므로) 예의주시해야 한다. 그러나 통화를 긴축(과잉유동성을 회수)할 때는 아니다. 왜냐면 실업자가 100만명에 육박하기 때문이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22일 재정부 출입 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그는 “1가구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폐지는 정부의 계획대로 통과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이도 했다.
버블의 위험성이 얼마나 크고 그것이 붕괴되었을 때 국가경제와 국민들, 특히 경제력이 취약한 하위계층이 받는 타격이 얼마나 심대한지는 지금 우리 두 눈으로 똑똑히 보고 있는 현실이다.
미국의 실업률이 8.5%로 급등하면서 지난 1년 간 추가로 늘어난 실업자수만 600만명이 넘고, 이 실업률이 올해 안에 두 자릿수가 될 것이 틀림없고, 큰 기업들이 줄줄이 파산하고 있고, 살던 집이 경매에 넘어가서 길거리로 내쫓긴 사람들이 줄을 잇는 등등. 그 경제적 참상을 다 표현하기에는 지면이 부족할 정도다.
이런 경제적 참상의 원인은 서브프라임 버블에 있고, 그 서브프라임 버블이 생겨나고 팽창한 근본원인은 과다한 통화량 급증이라는 것은 이제는 경제적 상식이 되었다.
그 나라 사람들은 묻는다. 통화량 관리를 책임진 정부와 중앙은행은 도대체 뭘 한 거냐고. 이런 대참상이 일어날 줄을 정말 몰랐었던 거냐고. 아니면 그 가능성을 알고도 어떤 더 중요한 피치 못할 사정이 있어서 그런 거냐고.
이에 당국자들은 답한다. 우리들은 정말 잘 해보려고 했는데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그래서 죄송하다고.
사람들은 다시 묻는다. 정말 잘 해보려고 했다는 것이 도대체 무슨 말이냐고. 정말 잘 해보려고 했는데 의도하지 않은 이런 처참한 결과를 낳았다는 게 말이 되는 소리냐고.
미국 정부와 중앙은행의 고위직에 있던 인사들은 대답한다.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였다고. 실업자를 줄이기 위해서는 돈을 풀 수밖에 없었다고. 경제를 살려 실업자가 느는 것을 막는 것이 중요했기 때문에 당시에는 버블 같은 것을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고.
이 대답을 들은 사람들은 더 이상 할 말을 잃는다. 그들의 무능력과 무책임을 확인하고는, 그들에게 그런 권한을 맡겼던 자신들의 부주의를 탓하는 것 외에는 달리 책임을 물을 방도가 없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 경제에 버블이 상당한 규모로 커졌기 때문에 버블 붕괴에 따른 경제적 충격이 엄청날 것이라고 걱정하는 목소리에 대한 우리 정부의 답변도 똑같다. "지금 실업자가 100만명을 육박하는데 버블타령이나 하고 있을 정도로 한가하지 않다"고.
우리 정부는 한 술 더 뜬다. ‘1가구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폐지’해야만 경제가 살아난다고 정부와 집권여당이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 분양가 상한제 폐지 등 부동산 투기를 부추키는 정책들도 줄줄이 내놓을 태세다.
돈 가진 사람들은 부동산에 맘껏 투자하라고, 세금걱정일랑 하지 말라고, 부동산에 버블을 만들어도 좋으니 제발 경제만 살려달라고 독려하는 모습으로 비치는 것은 비단 나 혼자만의 속 좁은 시각일까?
버블이라도 키워서 실업자 증가를 막아보겠다는 노력을 눈물겹다고 표현하기에는 버블붕괴 이후의 참상이 너무나도 눈에 선하다. 지금 우리 두 눈으로 똑똑히 보고 있는 미국의 현실이기에 더 그렇다.
더 중요한 사실은 통화량을 늘리면 늘릴수록 버블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겠지만, 그래서 조만간 닥칠 붕괴 이후의 경제적 충격 역시 엄청날 것이지만, 정부가 바라는 실업자 감소효과는 아주 미미할 것이다. 왜 그런지 다음 글에서 따져 보겠다.
필자 약력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1982), 동원증권 런던현지법인 대표, 코스닥시장 상장팀장, 코스모창업투자 대표, 경기신용보증재단 신용보증본부장, (현) 기업금융연구소 소장. 저서 <불황에서 살아남는 금융의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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