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가 단기 급등하자 주식시장이 바닥을 확인하였는지에 대한 논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그러나 금융시장의 다른 한 축인 채권시장의 상황은 주식시장의 저점논쟁이 시기상조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과거 약세장에서 20%의 반등은 추세전환을 나타낸 적이 많았던 사례에 비추어 다우존스가 3월9일 이후 단기간에 20% 이상 상승하자 이미 저점을 확인한 것이라는 강세론자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3월 단기 급등의 원동력은 극단적인 금융완화정책과 천문학적인 규모의 구제금융 및 경기부양책에 있다. 엄청난 규모로 돈이 풀리고 사상초유의 제로금리를 상당기간 유지하자 금융시장이 안정기미를 보이고 실물경제에서도 바닥징후를 보이는 몇 개의 지표들이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바닥징후를 보고 공격적인 성향의 투자가들이 선제적으로 주식에 베팅하기 시작한 것이 3월 주식시장 급등을 이끌었다는 데는 모두가 동의한다.

이런 상승추세가 얼마나 지속될지 그리고 주가가 하락으로 돌아설 경우 3월9일 저점을 다시 깨고 내려가지 않을지에 대한 논쟁, 즉 증시바닥 논쟁의 승패는 결국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의 향후 동향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향후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을 전망하는 데 지침이 될 중요한 지표 중 하나가 채권시장이다. 채권투자가들이 향후 미국경제를 어떻게 전망하는지가 채권가격과 수익률(금리)에 그대로 반영되어 나타나기 때문이다.

결론을 먼저 말하면 채권시장은 상당히 부정적이다. 바닥을 벗어나고 있는 징후가 전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만약 3월 주식시장의 단기급등에 반영되었던 미국경제에 대한 믿음, 즉 실물경제가 최악의 국면을 지났고 회복국면-회복세가 빠르던 느리던 관계없이-에 진입할 것이라는 생각을 채권투자가들도 공유한다면 채권시장 역시 안정세를 보였어야 한다.

다시 말하면 채권투자가들이 미국경제가 더 이상 크게 나빠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채권시장으로 자금이 유입되고 채권수익률(금리)은 내려가야 한다는 것이다.

채권투자가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투자원금을 날리는 것이다. 채권발행자가 부도 내지 파산하여 이자는커녕 원금도 못 갚는 상황이 채권투자가들에게 가장 큰 리스크이다.

만약 실물경제가 최악의 상황을 지났다면 이런 부도위험이 줄어들 것이 명백하므로 채권투자에 더 많은 돈이 몰리고, 그 결과 채권수익률(금리)은 하향 안정될 것이다. 그리고 부도위험이 줄었다고 생각하면 더 낮은 수익률에도 채권투자를 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런 징후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투자가들의 위험인지도를 나타내는 지표로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CDS(Credit Default Swap) Rate이고, 다른 하나는 채권수익률을 구성하는 Risk Premium이다.
회사채 투자가는 부도위험을 부담하는 대가로 더 높은 수익률을 요구한다. 회사채 수익률과 미재무성증권의 수익률의 차이가 이 때문에 생기는데 이 차이를 부도위험에 대한 대가라 해서 Risk Premium이라 부른다.

3월 들어 주식시장이 급등하여 바닥논쟁이 뜨겁게 일고 있는데도 채권시장에서의 Risk Premium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 주식시장의 일부 공격적인 투자가들이 베팅하고 있는 실물경제의 바닥확인에 대해 채권투자가들은 동의할 수 없다는 의사표시를 하고 있는 셈이다.

미국 채권시장의 올 1분기 동향에 대해서는 내일 자 ‘마켓 뷰’에서 자세히 논의하기로 한다.

필자 약력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1982), 동원증권 런던현지법인 대표, 코스닥시장 상장팀장, 코스모창업투자 대표, 경기신용보증재단 신용보증본부장, (현) 기업금융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