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일 오지 않을 것처럼 돈 마구 찍어내"
[송기균의 '마켓 뷰'] 초인플레이션에 대비해야
미국이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제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해 무리하게 추진한 금융완화와 재정정책의 후유증이 이번에는 인플레라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고 있다.
인플레이션 우려는 이미 영국과 미국의 국채시장에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 지난 주 25일 영국 정부의 40년 만기 국채발행이 14년 만에 처음으로 실패한 것은 투자가들의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국채투자 수요의 위축으로 나타난 결과였다.
천문학적인 규모의 재정적자와 제로 금리라는 전대미문의 저금리 정책은 당초부터 인플레이션 리스크를 잉태하고 있었다. 인플레이션 리스크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분야는 바로 장기국채 투자가들이다. 인플레이션이 현실화되어 시장금리가 오르면 채권가격은 하락한다. 그리고 만기가 길수록 가격하락폭은 커진다. 올해 들어 3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미국은 15% 하락하고, 영국은 9% 하락한 것이 단적인 예다.
제로 금리로도 경제가 회복할 기미를 보이지 않자 미국과 영국 정부가 더 극단적인 방법을 내놓은 것이 양적완화정책(quantitative easing)이다. 미국은 향후 6개월 간 3천억 달러의 국채를 사들이고, 영국은 6백50억 파운드(9백40억 달러)를 사들일 계획이다.
중앙은행의 국채매입 재원은 돈을 찍어서 마련하므로 인플레이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경기가 침체를 지속하는 동안에는 돈을 아무리 많이 풀어도 걱정이 없지만 경기회복으로 돌아서면 곧바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급증한다.
3월29일자 <월스트리트저널>의 재미있는 표현을 그대로 인용하면 이렇다.
"미국 정부가 마치 내일이 오지 않을 것처럼 마구 돈을 찍어서 써댄다면 물건의 숫자는 그대로인데 돈은 늘어나니까 물가는 오를 수밖에."
미국경제가 조만간 회복세로 반전될 것으로 전망하는 사람은 아직 없다. 소비지출이 1, 2월 두 달 연속 미미한 상승을 보인 것과 주택가격의 하락폭이 준 것 정도의 극히 미미한 반등기미가 보이자 곧바로 인플레이션 논쟁이 터져 나오고 있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얼마나 큰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하겠다.
인플레이션 국면으로 접어들면 상승속도가 아주 가파를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의견이다.
더욱 우려되는 점은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이 동시에 진행되는 상황이다. 즉 경기는 침체국면을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에서 물가가 오르는 최악의 상황이 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전반적인 디플레이션이 진행됨과 동시에 원자재 가격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이 같이 올 수 있다고 우리는 믿습니다.”
3월29일자 <월스트리트저널>이 인용한 스트라티가스 연구소의 최고투자전략가인 트레너트의 말이다.
물가가 오를 것이 확실하다면 채권보다는 주식이 유리하다. 그러나 경기가 확실히 상승세로 돌아서지 않으면 주식투자는 위험하다. 아직은 경기하강이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므로 주식투자 위험은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또한 인플레이션이 현실화되면 중앙은행이 곧 바로 금리를 인상할 것이므로 이 역시 주식투자에는 리스크다.
이런 경우 리스크를 적게 지면서 인플레이션 위험도 피할 수 있는 투자방법으로 원자재 투자를 전문가들은 추천한다. 개인투자가들도 자산의 일부를 원자재에 투자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아직은 전망이 불확실하므로 그 비중을 과다하게 가져가는 것은 위험하지만, 향후 1~2년을 대비하여 인플레이션 헤지를 위한 준비를 지금부터 해야 된다는 전문가들의 조언에 귀 기울여야 할 시점이다.
필자 약력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1982), 동원증권 런던현지법인 대표, 코스닥시장 상장팀장, 코스모창업투자 대표, 경기신용보증재단 신용보증본부장, (현) 기업금융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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