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대약진', <블룸버그><FT>중 누가 맞나
<블룸버그> "소비자심리 간파" vs <FT> "독이 될 수도"
현대차 미 판매법인(HMA)는 3일(현지시간) 지난달 미국 시장 판매량이 전년동기 대비 14.3% 늘어난 2만4천512대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기아차 역시 3.5% 늘어난 2만2천96대를 판매했다. 현대-기아차 전체 판매대수는 4만6천608대로 전년 대비 8.9% 증가하는 동시에, 시장점유율은 현대차가 3.7%, 기아차가 3.4%로 1986년 미국 시장 진출 이후 처음으로 7%를 넘어섰다.
현대차는 지난해 12월 미국판매가 전년동기대비 반토막나 초비상이 걸렸었다. 그러나 불과 한달만에 대역전을 이룬 것은 고객이 차를 구입한 뒤 1년내에 실직할 경우 차를 되사주는 'Hyundai Assurance(현대 보장프로그램)'과 최대 5천달러에 달하는 대대적인 할인 판매가 결정적 기여를 했다.
현대차의 약진은 미국, 일본자동차의 판매가 급감한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더욱 빛을 발한다. GM은 전년 동기대비 -48.9%, 포드는 -40.2%, 크라이슬러는 -54.8% 격감했다. 일본의 도요타도 -31.7%, 닛산은 -29.7%, 혼다는 -27.9%가 줄었다.
현대차 약진에 <블룸버그 통신>은 경이롭다는 반응을 보였다. <블룸버그>는 4일자 기사를 통해 일본차들이 평균 -30%를 기록한 반면에 현대차는 14% 성장을 사실을 소개하며 "도요타와 혼다가 현대차의 '바이백 프로그램'에 의해 압력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며 "현대차의 프로그램은 구매시 보다 안전을 보장받고 싶어하는 소비자의 핵심심리를 정확하게 꿰뚫은 것으로 보인다"며 긍정평가했다.
<블룸버그>는 또 원화 환율이 지난해 달러화에 대해 31% 절하된 반면, 엔화는 달러화에 대해 19% 절상되면서 한국과 일본사이에 생긴 가격경쟁력도 현대차 약진의 큰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현대차가 앞으로도 계속 약진을 할 것인지에 대해선 신중론이 많다. 현대차 약진의 견인차였던 할인판매를 계속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이며, 특히 '바이백 프로그램'이 안고 있는 위험성을 경계하는 시각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한 예로 지난달 15일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바이백 프로그램'을 지적하며 "새로운 마케팅이 독(毒)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현대차는 이같은 우려에 대해 반납 차 1대당 7천500달러까지 손실을 보더라도 보험으로 완전히 충당된다고 반박하나, <FT>는 "올해 미국의 자동차 반납 비율이 10% 정도 된다고 가정할 때 현대차는 차량을 종합관리해주는 플리트 리스차량을 중심으로 5만여대 정도를 되사들여야할 것"으로 전망했다. <FT>는 "이럴 경우 현대차는 이 마케팅을 통한 판매에 부담을 느낄 것"이라며 결국 담보 가치 하락과 대손상각, 그리고 신용등급 하락에 따른 유동성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대차의 약진에 대해 <블룸버그>와 <FT>의 상반된 평가 중 어떤 쪽이 맞을지는 아직 속단하기 이르다. 하지만 모든 수출 주력상품들이 세계경제가 동반침몰하면서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는 상황에서 일단 현대차의 대약진은 어둠속 한가닥 빛과 같은 낭보임에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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