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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호 경질하고 국정브리핑 없애라"

보수-진보 일제히 "국정홍보처는 국정사기처" 비난

국정홍보처 인터넷 사이트 <국정브리핑>(www.news.go.kr)이 하지도 않은 인터뷰를 허위로 조작한 파문과 관련, 보수-진보 진영이 한 목소리로 책임자인 김창호 국정홍보처장의 경질과 노무현대통령의 대국민 사과, <국정브리핑> 및 국정홍보처의 폐지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인터뷰 조작의 비윤리성은 말할 것도 없고, 조작된 인터뷰 내용도 한미FTA 반대 농민 및 시민단체 등을 악의적으로 매도하는 내용으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참여정부의 도덕성에 근원적 의문을 갖게 만든 이번 사태에 과연 내주초 개각을 단행하려는 노 대통령이 어떻게 대응할지 예의주시할 일이다.

국정홍보처 "인터뷰 조작은 사실. 사과한다"

국정홍보처는 30일 오후 <국정 브리핑> 메인화면 머리기사를 통해 "사과한다. 국정브리핑은 6월14일 한미 FTA에 관해 대학생들의 의견을 소개하는 '언론도 쟁점만 다루지 말고 객관적 정보 줬으면' 제하의 기획물 중에서 연세대학교 학생들의 인터뷰가 없었음에도 인터뷰를 한 것 같은 내용을 게재했다. 이 과정에서 인터뷰를 하지 않은 일부의 학생이 포함된 것은 명백한 잘못이다"라고 인터뷰 조작 사실을 시인했다.

국정홍보처는 이어 "한미 FTA에 관해 대학생들의 의견을 소개하는 과정에서 실제 인터뷰를 하지 않은 연세대생 이름을 무작위로 붙인 후 국정브리핑을 통해 서비스했다"고 재차 조작 사실을 시인한 뒤, "직무윤리를 어기고 인터뷰하지 않은 연세대학교 학생들의 이름이 포함된 기획물을 서비스한 점에 대해 거듭 사과한다. 향후 이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엄정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인터뷰 조작 파문으로 사퇴 압력을 받고 있는 김창호 국정홍보처장. ⓒ연합뉴스


블랙 코미디의 극치

<국정브리핑>은 지난 6월14일자 '언론도 쟁점만 다루지 말고 객관적 정보 줬으면'이란 기사에서 한미 FTA에 대한 대학생들의 의견을 소개했다. 문제가 된 대목은 이대, 서강대, 연대 등 3개 대학 학생 4명씩 총 12명의 FTA에 대한 인터뷰 내용을 소개하면서 연세대 학생들은 인터뷰를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조작된 내용을 게재한 것.

기사를 작성한 국정홍보처 직원 백창훈씨(7급 특채)는 연세대 정외과 사무실에 '한미 FTA에 관심 많은 학생을 추천해 달라'며 강모 군 등 4명의 학생들 이름과 연락처를 받은 뒤 인터뷰를 하지 않고 마치 연대 학생들이 한 자리에 모여 토론을 한 것처럼 발언 내용을 거짓으로 작성해 보도했다.

블랙 코미디는 이 인터뷰를 본 또다른 국영매체인 KTV가 내용에 감탄(?), 한 학생에게 인터뷰를 요청을 하면서 비로소 학생들이 자신의 이름 도용 사실을 알게 됐다는 사실이다.

조작 사실을 확인한 해당 학생들은 6월22일 기사를 쓴 백씨에게 항의했고, 그러자 백씨는 이번엔 발언내용을 그대로 둔 채 발언자만 자신의 모교인 순천향대의 후배학생들로 바꾸는 '제2차 조작'을 했다.

이같은 거듭된 조작 행위는 30일 학생들의 제보로 <조선일보>릍 통해 보도되면서 외부에 알려지게 됐고, 이에 국정홍보처는 이날 오후 사과문를 게재하고 문제 기사를 삭제하기에 이르렀다. 국정홍보처는 그러나 30일 오후 7시부터 1일 오전 10시까지 사이트 개편을 이유로 국정브리핑을 폐쇄했다. 조작 사실이 드러난 30일 오전부터 국정브리핑에는 네티즌의 비난글이 쇄도했다.

악의적 '조작 인터뷰' 내용

이같은 조작 인터뷰는 아무리 <국정브리핑>이 언론과는 거리가 먼 '관제 매체'라 할 지라도 너무나 '상식밖'이라는 점에서 개탄을 낳고 있다. 특히 조작이 드러난 뒤에도 시정을 하기는커녕 지방대 학생 이름을 2차 도용해 기사를 계속 내보낸 대목은 경악스러울 따름이다.

여기서 또하나 간과해선 안되는 대목은 조작된 인터뷰 내용의 '악의성'이다. <국정브리핑>은 3명의 연대 학생 이름으로 다음과 같이 주장하고 있다.

조모 학생: "시위하는 사람들의 정체성도 문제가 있지 않아?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을 보면 맨날 똑같은 사람이야. 평택문제로 시위했던 사람이 FTA 관련 시위를 하고 있고, 직업적으로 시위를 주도한다는 생각도 든다니까."

정모 학생: "그러게요. 언론에서도 시위하는 모습과 부정적인 보도만 하니까 뉴스를 보는 농민들은 정말 거기에 동화돼 버려서 앞뒤 안 따지고 시위에 참가하고 반대한다고 생각해요. 이런 것들은 분명히 바뀌어야 할 문제점이죠."

김모 학생: "최근 한 언론사에서 설문조사한 결과 국민 60%가량이 한미FTA에 대해 찬성한다는 기사를 봤어. 앞으로는 좀 더 객관적이고 건전한 내용들을 볼 수 있겠지."


한미 FTA에 반대하는 시민단체를 '직업 시위꾼', 그리고 농민들을 '부화뇌동하는 우중(愚衆)'으로 묘사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을 바라보는 참여정부의 시각을 그대로 그러낸 셈이다. "국민이 대통령"이라던 참여정부 출범 당시의 캐치프레이즈는 실종된 것이다.

진보-보수언론, 야당들 한 목소리로 "김창호 경질하고 <국정브리핑> 폐간하라"

<국정브리핑> 조작 파문과 관련, 그동안 <국정브리핑>과 적대적 관계에 있었던 조중동 등 보수언론은 물론, 야당들과 한미FTA에 반대하는 진보진영 등 보수-진보 양진영 모두에서 참여정부의 도덕성 상실을 질타하는 비난이 쇄도하고 있다.

<조선><동아> 등은 1일 일제히 사설을 통해 참여정부의 위선을 비아냥대며 <국정브리핑>의 폐간 등을 요구했다. <경향> 등 진보매체도 그동안 청와대-국정홍보처의 홍보 행태를 "오만과 독선이 몸에 밴 자폐적 방식"이라 질타했다.

정치권도 김창호 국정홍보처장 경질과 <국정브리핑> 폐쇄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계진 한나라당 대변인은 30일 인터뷰 조작을 거론하며 "차두리 선수가 대스위스전 심판의 오심을 보고 자기도 모르게 ‘사기다’라고 했는데 바로 <국정브리핑> 인터뷰 조작기사를 보고 많은 국민들이 똑같이 ‘사기다’고 느꼈을 것 같다"며 "어떻게 국가홍보처가 이렇게 조작된 글을 국민에게 버젓이 홍보할 수 있는지 놀랄 국민도 없지 않겠으나 국정홍보처의 기사조작과 여론왜곡은 그렇게 놀라운 일이 아니다"라고 비꼬았다.

이 대변인은 "외국의 사례에서 보면 뉴스 언론기관의 기사 조작에 책임을 지고 언론사 핵심 간부들이 줄줄이 자리를 물러나는 사례를 보아 왔었다"며 "이번 <국정브리핑>의 대국민 사기홍보에 책임을 지고 국정홍보처장은 즉각 사퇴하고 <국정브리핑> 사이트 자체를 폐쇄하고 대통령은 국민 앞에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광위 소속인 정병국 한나라당 의원도 1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상임위에서나 모든 때 국정홍보처의 편향성이나 경직된 내용의 문제점을 지적해왔다. 그런데 이제 왜곡, 조작기사로 국정을 홍보하는 것을 보니 국정홍보처가 더이상 존속할 필요가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며 "국정홍보처의 전면적 구조개편이 아니라면 존속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김창호 국정홍보처장의 경우도 마찬가지다"라며 김 처장 경질을 촉구했다.

민주노동당 박용진 대변인도 " 국민적 공감대도 형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는 일방적으로 밀어붙이식 정책을 추진하고 이를 위해 여론까지 조작하려 하고 있다"며 "김창호 국정홍보처장은 즉각 사퇴하고 청와대 등 고위 당국자들의 사과도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기갑 민노당 의원도 본지와의 통화에서 "놀라거나 새로운 일도 아니다. 정부는 그동안 한미 FTA 체결 뒤 가져올수 있는 무역이익 수치조차 조작했음이 밝혀졌음에도 이를 시인하지 않고 있고, 피해예상 영향 평가조사도 뻥튀기하고 있다"며 "김창호 국정홍보처장의 사퇴는 물론 그동안 정부가 졸속 추진해온 한미 FTA 전반에 대한 재점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이상열 대변인은 "정책홍보를 위해 만들어졌다는 국정브리핑이 자체 취재 인력을 두고 보도와 논평까지 해온 것도 납득이 어려운 일인데 날조 인터뷰까지 만들었다니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다"며 "국정홍보처는 이런 기망의 방법으로 국정을 홍보해온 것인지 묻지 아니할 수 없다. 책임자는 이에 대해 분명한 사과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민단체들 "국정사기처, <조선일보>식으로 홍보"

국정브리핑 조작 기사를 통해 '직업 시위꾼'으로 매도당한 시민사회단체들도 격노하고 있다.

박래군 평택미군기지확장저지 범국민대책위원회 언론담당 위원(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은 1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국정홍보처가 자신들의 정책을 조선일보식으로 홍보하고 있다.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세력에 대해 악의적으로 찍어누르고 있다"며 "국정홍보처라면 직접 기사를 쓸 게 아니라 정확한 자료와 통계에 근거한 보도자료를 내면 될 일인데, 언론도 아니면서 국민의 세금을 낭비하면서까지 이렇게 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다양성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박 위원은 "이번 기회에 국정홍보처를 폐지하고 정부는 책임자에게 정치적 책임을 물어야한다"고 주장했다.

홍성태 참여연대 정책위원장(상지대 교양과 교수)도 "이건 악의보도를 넘어선 대국민 사기"라며 "아예 국정사기처로 이름을 바꾸는 게 낫겠다"고 질타했다. 홍 위원장은 "책임소재를 분명히 따지고 김창호 국정홍보처장이 책임지고 물러나야 한다"며 "이런 대국민 사기는 정부정책에 대한 불신을 가중시키고 기본권과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애쓰는 이들에 대한 심각한 모독행위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최병성, 심형준, 이영섭 기자

댓글이 1 개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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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밌당
    https://youtu.be/bQ_wJeV7MH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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