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희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 상임대표의 방송위원 내정과 관련 <조선일보>가 민언련을 “민언련은 권력의 사냥개”라고 공격한 데 대해 민언련이 반격에 나섰다.

민언련 "<조선>, 우리에게 저주에 가까운 악담 퍼부어"

민언련은 29일 논평을 통해 “‘탈세신문’이 민언련 흔들 여력 있나”고 <조선일보>를 비난했다.

민언련은 “28일 동아일보에 이어 29일 조선일보가 우리 단체 최민희 상임대표의 방송위원 추천을 두고 우리 단체에 저주에 가까운 악담을 퍼부었다”며 “우리는 이들 신문의 태도를 보며 우리 조직이 어려움을 감수하더라도 최민희 상임대표가 방송위원이 되는 것이 방송계의 큰 현안을 해결하는 데 바람직한 선택이라는 확신을 갖게 됐다. 이 점에 대해 조선일보에 고맙게 생각한다”고 비꼬았다.

민언련은 “일찍이 우리가 ‘민주사회의 정상적인 언론’으로 취급하지 않았던 조선일보가 지극히 감정적이고 정략적이며 악의적인 주장을 펴는 것이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면서 “게다가 어떻게든 방송에 진출해보겠다는 야심을 갖고 있는 조선일보로서는 우리 단체 최민희 상임대표나 언론개혁에 직간접으로 관여해온 인사들이 방송위원으로 거론된다는 자체가 괴로울 것”이라고 <조선일보>를 공격했다.

특히 민언련은 “그러나 방송위원으로 거명되는 인사들이 ‘민언련과 어떤 관계를 맺어 왔는가’를 기준으로 그들의 정체성을 규정해 ‘민언련 출신’ 군(群)을 만들어낸 후, 이를 ‘민언련 흔들기’에 악용하는 것을 보며 조선일보가 ‘민언련 중심주의’에 빠진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며 <조선일보>의 ‘민언련 출신 인사론’을 반박했다.

그러면서 민언련은 <조선일보>의 민언련 비판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민언련은 <조선일보>가 ‘민언련 출신’이라고 지목한 이상희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방문진 이사장, 주동황 광운대 교수 등에 대해 “방송위원장으로 거론되는 이상희 방문진 이사장을 ‘민언련 출신’으로 규정하는 것은 우리 단체에는 매우 고마운 일이나 오랫동안 학계에서 명망을 쌓아온 학자에게 누를 끼치는 것 같아 민망할 따름”이라며 “언론개혁시민연대, 언론정보학회 등 여러 언론관련 단체에서 활동해 왔고, 본업이 언론학자인 주동황 교수를 ‘민언련 출신’이라고 소개한 것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라고 반박했다.

또 민언련은 “우리 단체는 지난 84년 창립해 20년 이상 언론운동을 해 왔기 때문에 ‘민언련 출신’ 인사가 너무 많아 그들을 다 배제하고 방송위원을 고르는 것은 매우 어려울 것”이라며 “‘민언련 고문’, ‘민언련 지도위원’, ‘민언련 이사’, ‘민언련 정책위원’, ‘민언련 언론학교 강사’, ‘민언련이 발행하는 잡지의 편집위원’ 등등 ‘민언련 출신’의 폭은 대단히 넓고 크다. 이 가운데에는 한나라당 국회의원도 있다”고 지적했다.

민언련은 “이상희 이사장과 주동황 교수는 ‘민언련의 무엇’으로 방송위원에 거명되는 것이 아니다”며 “이 분들은 언론학자로서의 전문성만으로도 방송위원 혹은 방송위원장이 될 수 있는 자격을 갖고 있다”고 못박았다.

민언련은 “조선일보가 악의적인 의도로 ‘민언련 출신’을 양산하고 이를 근거로 우리 단체를 음해하는 것은 매우 졸렬해 보일뿐 아니라 역설적으로 ‘민언련의 위상’을 실제 이상으로 키워주는 꼴”이라고 비꼬았다.

"최민희 상임대표 방송위원입성, 부담스러운 자신의 선택일 뿐"

또 민언련은 “‘민언련 출신’인 성유보 전 이사장, 현 최민희 상임대표가 방송위원이 되는 것 자체가 ‘민언련의 정체성’을 훼손하는 일이라고 보지 않는다”며 “오히려 언론개혁운동, 방송개혁운동에 참여해 온 인사들이 방송위원에 추천되는 것은 자연스럽고 환영할만한 일”이라고 논평했다.

민언련은 “오랫동안 방송의 공공성을 지키고 강화하기 위해 애쓴 언론계 인사들을 다 배제한 채 구성된 방송위원회가 어떻게 제 역할을 할 것이며, 이런 방송위원회가 수립하는 잘못된 정책에 대해 반대하고 저지하는 것이 언론운동의 능동적 임무라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민언련은 "조선일보에게야 방송위원 자리가 ‘돈과 감투’로 밖에 보이지 않겠지만, 언론자유를 위해 독재권력과 맞서 싸우고, 사재를 털면서까지 시민운동에 투신해 온 사람에게 방송위원 자리는 방송의 공공성을 지키기 위해 분투해야 하는 ‘부담스러운 선택’일 뿐"이라며 거듭 최민희 상임대표의 방송위원 입성이 문제없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일제시대에는 일제부역, 독재시절에는 군사정권에 부역“

그러면서 민언련은 <조선일보>의 과거사를 거론하며 대반격에 나섰다.

민언련은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는 속담을 조선일보도 잘 알 것”이라며 “일제시대에는 일제에 부역하고, 군부권위주의 시절에는 독재정권에 부역하면서 오직 일신의 안일만 추구해온 조선일보는 방송위원이 누리는 세속적 권한만 보이겠지만, 모든 사람들이 조선일보처럼 세상을 살아가지는 않는다”고 일침을 가했다.

민언련은 이같은 <조선일보>의 과거사를 들어 “우리는 조선일보가 이런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할 수 있다는 데 대해 놀라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민언련은 “과거 얼마나 많은 조선일보 직원 출신들이 정치권에 진출하고, 정부 요직에 앉았는지는 굳이 언급하지 않겠다”며 “지금도 국회 문화관광위원회에 소속된 ‘조선일보 직원 출신’의 한나라당 의원은 조선일보와 ‘찰떡공조’를 이루며 ‘공영방송 흔들기’, ‘수구신문 편들기’에 앞장서고 있다”고 <조선일보> 출신 권력 인사들을 하나하나 지목했다.

민언련은 또 “어디 그뿐인가. 자신들과 코드가 맞는 인물을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 온갖 악의적 편파 왜곡보도를 서슴지 않았으며, 수구정당의 대변자가 되어 개혁정책의 좌절을 위해 여전히 왜곡보도에 앞장서는 조선일보가 무슨 낯으로 ‘권력의 근처를 얼쩡거리지 말라’는 말을 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민언련은 “대법원이 조세포탈 및 횡령 등의 혐의로 기소된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에 대해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며 “조선일보가 지금 느긋하게 ‘시민단체의 윤리’를 훈수 둘 때인가”라고 반문했다.

결론적으로 민언련은 “우리는 조선일보가 쓸 데 없는 ‘민언련 흔들기’에 열을 올릴 것이 아니라 자칭 ‘일등신문’ 사주의 범죄를 당장 내일 신문에 어떻게 보도할지부터 고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탈세사주’ 문제를 해결해야 할 조선일보가 우리 단체를 비난할 여력이 있다는 게 놀라울 뿐”이라고 비아냥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