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당정협의에서 배제된 데 항의하며 지난 21일부터 당무 보이콧중인 정몽준 한나라당 최고위원이 23일 "'소인은 혈기로 화를 내지만 의(義)로써 분노할 줄 모르면 군자가 아니다'라는 선현의 말씀을 생각해본다"며 '당무 보이콧'에 관한 입장을 밝혔다.

정 최고위원은 이날 자신의 공식 홈페이지에 올린 '민주적인 당 운영에 관하여'란 제하의 글을 통해 이같이 밝힌 뒤 고위당정협의에 최고위원들을 배제한 데 대한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그는 "한나라당의 당헌을 보면 최고위원회의는 당내 최고의결․집행기관이자 당무를 통할․조정하는 기구라고 되어 있다. 이것이 제가 전당대회에 출마한 이유이기도 하다"고 강조한 뒤 "지난 20일 일요일 아침 우리나라의 중요현안인 독도 문제와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건을 논의하는 고위당정회의에 다수의 임명직 당직자들이 참석했음에도 불구하고 유독 최고위원들만 배제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총리실 훈령을 근거로 최고위원 배제 이유를 설명하는데 당이 총리실의 하위 기관이라는 말인지 상식에 맞지 않는 얘기"라고 질타한 뒤, "국가의 중요 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고위당정회의에 당의 최고의결․집행기관인 최고위원회의 구성원들이 배제된다면 과연 당이 민주적이고 투명하게 운영된다고 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또 "요즈음 같은 국가적 위기상황에서 동지적 연대감을 살려나가기보다 오히려 분열시키려는 풍토가 남아있다면 이는 반드시 시정되어야 한다"며 당 지도부에 의혹의 눈길을 보내기도 했다.
 
그는 끝으로 "경제도 어렵고 날씨도 무더운데 이런 문제를 제기해서 송구스럽다"며 "저도 며칠 동안 이 사안에 대해 고민해보겠다"며 당장 당무 보이콧을 풀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정가에서는 정 최고위원의 당무 보이콧이 외형상 당정협의 배제에서 비롯됐으나, 속내는 최고위원 경선때와 그이후 자신이 당내 주류로부터 소외되는 데 대한 불만 토로가 아니냐는 해석을 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