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매케인, '에너지재벌 규제' 놓고 격돌
[김동석의 뉴욕통신] 고유가로 '에너지투기 규제' 대선 쟁점화
이와 같이 각광을 받아오던 미국의 세계적인 대기업인 엔론이 2002년 12월2일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파산을 기록하며 붕괴했다. 초기에 엔론은 가스중개업을 통해서 많은 돈을 벌어 들였다. 그러나 공격적인 경영을 통해 사업을 방만하게 키워 나갔다. 전기와 가스 이외에도 수도, 광섬유, 석탄, 신문용지, 통신 등 다양한 분야로 사업을 확장했다. 그러나 이러한 분야에서는 적자를 기록했다. 엔론의 파산은 큰 파장을 일으켰다. 당장에 5천여 명이 일자리를 잃게 되었고 2만여 명의 직원이 퇴직 연금마저 제대로 받을 수 없게 되었다. 엔론의 회계 감사를 맡았던 미국의 5대 회계법인중의 하나인 '아더 앤더슨'이 심각한 타격을 받았고 심지어는 앤더슨사의 일부 직원들이 관련 서류를 파기하는 일까지 벌어져서 회사가 심각한 타격을 받기도 했다.
예상치 않았던 거대 기업이 붕괴했다는 점 말고도 큰 관심을 끈 이유는 엔론사 경영진의 부도덕한 경영, 또한 이들과 워싱턴 권력(정치인들)과의 유착이 밝혀졌기 때문이었다. 엔론사의 소유주인 '켄 레이'가 부시 가문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딕 체니 부통령과 칼 로브 대통령 정치고문은 워싱턴서 엔론사 간부들과 늘 즐겨 어울렸던 것이 밝혀졌다. 로버트 죌릭 당시 무역대표부의 대표, 대통령 경제고문인 로렌스 렌지는 엔론사 컨설턴트 출신이고 연방에너지규제위원회 팻 우드 위원장은 엔론사 사장이 대통령에게 추천한 인물이었다. 가장 결정적인 정경유착은 공화당 전국의장인 마크 라시콧이 엔론사 로비스트였고 탐 딜레이 공화당 하원 원내총무와 필 그램 상원의원이 엔론사로 부터 정치자금을 기부 받은 것이었다.
엔론사는 워싱턴 권력자들을 돈으로 활용하는 수완을 발휘하였다. 정치인들을 활용하여 연방정부의 에너지산업에 대한 규제를 완화 시키면서 에너지산업 시장을 점유해 온 것이었다. 특히 한국계인 '필 그램' 상원의원의 부인인 '웬디 그램'여사는 상품거래위원회 위원장으로 있으면서 엔론에 유리한 조치를 통과시켜 준 것이 밝혀지기도 했다. 당시에 이와 같이 엔론사가 워싱턴의 권력자들을 동원시켜서 에너지산업 규제를 크게 완화시키는 법을 제정해서 통과 시켰는데 그것이 바로 '엔론루프홀(Enron Loophole)'이다. '엔론루프홀'은 대형 투자자들이 에너지 상품과 관련된 거래를 할 때에 규제를 면제받도록 하는 규정이다. '엔론루프홀'은 입법과정에서 어떤 공청회나 공개토론이 열리지 않아 그동안 공정성에 대한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다.
민주당 대선 후보인 바락 오바마 상원의원이 지난 22일 특정세력의 이익을 대변하는 에너지 조항인 '엔론루프홀'이 유가 폭등의 원인이 되고 있다며 '엔론루프홀' 전면폐지 등 원유시장의 투기세력 단속을 위한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성명에서 '엔론루프홀'조항이 석유회사들만의 이익에 혜택을 부여했지 대부분의 시민들은 천정부지의 유가에 곤란을 겪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오바마 후보는 존 맥케인 후보의 경제참모인 필 그램 전 상원의원이 엔론 로비스트들의 후원을 받아서 제정한 '엔론루프홀'을 쟁점화 시키면서 매케인 캠프를 공격했다.
그는 성명에서 이같은 문제점을 지적하고 ▲미국 전체 에너지 상품의 거래 규제 부활 ▲상품 시장 투명성 확보를 위한 인덱스펀드 관련 정보 공개 확대 ▲엔론 루프홀 전면 폐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거래 증거금 인상 ▲연방거래위원회(FTC)의 가격 조작 혐의 조사 ▲연방 법무부의 시장거래 감시 등 6가지 해법을 제시했다.
반면 오바마 진영이 제기한 공화당 대선후보인 존 매케인 상원의원 진영의 '엘론 루프홀' 조항 제정 개입 의혹에 대해 매케인 후보의 터커 바운즈 대변인은 "매케인 의원은 '엔론 루프홀'조항이 통과되지 않도록 노력했다"며 "'엔론 루프홀' 조항은 민주당 소속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서명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매케인 상원의원도 원유시장의 투기세력을 우려하며 지난 17일 휴스턴 연설에서 "투기사례 수사는 물론 석유선물시장에 대한 규제의 전체적인 개혁이 필요하다"고 제안한 바 있다.
반면 공화당 내 대다수 의원들은 "투기세력의 영향력이 과장돼 있다. 고유가는 수급 불균형에 따른 결과"라며 정부 규제 방침을 반대하고 있고, 제임스 뉴섬 뉴욕상품거래소(NYMEX) 회장은 "규제를 강화하면 (대규모 투기자금이 지하경제로 흘러가) 투명성이 떨어질 것"이라며 "득보다 실이 많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고유가로 인한 경기불황의 조짐이 점점 확산되고 있다. 유권자들은 원성을 높이면서 정치적인 책임을 묻기 시작했다. 대선후보가 내 놓을 수 있는 경기활성화 방안의 묘책이 없다. 고통에 공감하고 원인과 책임의 소재를 따지는 것이 공약이다. 오바마 후보가 상대방인 존 맥케인 후보를 가르켜 '부시3기'라고 목청을 높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고유가가 경제위기에 빠진 미국대선에서 최대의 쟁점 중 하나로 급부상함에 따라 에너지정책과 시장의 투기를 둘러싼 대선후보 간 공방도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필자
김동석 미 뉴욕.뉴저지 한인유권자센터 소장 겸 본지 편집위원은 1985년 미국으로 건너간 뒤 한인들의 정치 참여를 통한 권리 찾기와 한인들의 정치적 위상 높이기를 목표로 93년 뉴욕 등 미 동부 대도시에 ‘한인유권자센터’를 만들어 15년째 활동해온 대표적인 정치 비정부기구(NGO) 운동가다.
한인들의 정치력을 높여온 김 소장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93년 당시 7%에 불과하던 한인들의 평균 투표율은 2004년 25%로 뛰어올랐다. 최근에는 미하원의 '종군위안부 결의안' 통과와 한국국민 비자면제프로그램(VWP) 성사에 주도적 역할을 하면서, 워싱턴 정가에서 미국 정치에 영향을 미치는 대표적인 한국인 출신 시민운동가로 꼽히고 있다. 2008년 미국 대선이 열리는 코커스와 프라이머리 현장을 모두 찾아 대선 현장을 생중계하고, 이를 한국과 한인들의 미국내 정치력을 높일 기회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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