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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도쿄 제치고 '세계서 가장 물가 비싼 도시'

부동산값 급등-원高 때문. 외국기업들 '한국 엑소더스' 본격화

서울이 사상최초로 도쿄를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물가가 높고 생활비가 많이 드는 도시 2위에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이 이렇게 된 것은 최근 원.달러환율의 하락 등 원화 강세와 함께 부동산 급등에 따른 주거비용의 급등이 주원인으로 분석됐다.

이처럼 살기가 힘들어짐에 따라 서울에서 해외로 이전하는 외국 기업-언론기관들이 줄이어, 서울 등 한국을 '동북아 허브'로 만들겠다던 정부 구상이 백일몽으로 끝나가는 분위기다.

서울 2위. 도쿄는 3위로 하락. 모스크바가 1위

26일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세계적인 컨설팅회사인 <머서 휴먼 리소스 컨설팅>의 최근 조사 결과, 모스크바와 서울이 일본 도쿄(東京)를 꺾고 세계에서 가장 물가가 싼 도시 1~2위로 집계됐으며, 지난 2년간 1위를 기록했던 도쿄는 3위로 두 계단이 밀려났다.

<머서 휴먼 리소스 컨설팅>은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이번 조사에서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모스크바가 세계에서 가장 물가가 비싼 도시라는 점과 함께, 서울이 그동안 세계 최고의 살인적 고물가로 유명한 도쿄를 제치고 아시아에서 물가가 가장 비싼 도시가 됐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작년 5위였던 서울은 도쿄를 3위로 밀어내고 2위로 올라섰다. 서울이 도쿄를 제친 가장 큰 이유는 도쿄의 경우 부동산값이 거의 오르지 않은 경우 서울은 지난 4년간 '단군이래 최대'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아파트-오피스텔 등 부동산값이 폭등을 거듭해왔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같은 부동산값 폭등은 곧바로 임대료 부담 증가에 따른 물가상승으로 이어져, 조사 결과 서비스료를 포함한 커피 한 잔 비용이 모스크바에서 3.07달러로 가장 비쌌으며, 서울에선 2.94달러로 나타났다. 뉴욕에서는 2.26달러, 런던에서는 1.9달러로 집계됐다.

북악산에서 바라본 서울 전경. 지난 수년간의 부동산값 폭등으로 서울은 이제 도쿄를 제치고 세계에서 두번째로 물가가 비싼, 살기 힘든 도시가 됐다. ⓒ연합뉴스


서울-모스크바에 인력파견 기피할 듯

이번 조사에서 지난해 4위를 기록했던 모스크바가 1위로 3계단 뛰어 올랐다. 모스크바도 서울과 마찬가지로, 주거비용의 급상승이 가장 큰 원인으로 분석됐다.

반면 파라과이의 수도인 아순시온은 작년에 이어 1백44개 도시중 가장 물가가 싼 도시로 나타났다. 패션의 중심지인 미국의 뉴욕은 10위로 3계단 올라섰다.

<머서 휴먼 리소스 컨설팅>은 지난 3월 전세계 1백44개 주요 도시의 각 2백개 이상의 제품가격을 기준으로 물가를 조사했으며 이같은 조사결과는 각국 기업 및 정부가 해외 인력 파견 비용 등을 산정할 때 사용돼 왔다.

이에 레베카 파워스 머서 컨설턴트는 "전통적으로 스위스나 일본으로 인력을 파견하는 것이 가장 비용이 많이 든다고 생각해 왔으나, 이제 러시아나 한국으로 보내는 데 더 많은 돈이 들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는 앞으로 한국으로의 인력 파견을 기피할 것이라는 분석이어서, 가뜩이나 외국인 투자유치 실적이 저조한 우리나라에게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국 엑소더스' 이미 시작돼

벌써부터 살인적 물가에 놀라 한국으로의 파견을 백지화하는 것은 물론, 종전에 한국에 지점 등을 두었던 외국 언론기관이나 기업들도 잇따라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기 시작한 상황이다.

한 예로 미국의 주간잡지 <타임>의 경우 서울 특파원을 폐지하고 모스크바에서 업무를 하도록 해 특파원 도널드 매킨타이어 기자가 한국을 떠났고, 일간지 <뉴욕타임스>도 도쿄 특파원이 한국 관련 현안이 생길 경우에만 한국에 취재를 오도록 하고 있다.

해외기업들도 잇따라 한국을 떠나고 있어, 완구업체 레고가 지난해 8월 한국 공장을 철수시켰고, 모토로라는 지난해말 한국 휴대전화 공장 설비를 중국으로 이전했다. 또 세계 최대 제약사 화이자는 오는 7월부터 한국에서 생산을 중단할 계획이다.

이밖에 세계적인 전화업체 노키아와 일본의 세계적 전자업체인 소니도 올 하반기부터 한국에서의 생산량 일부를 중국.인도.동남아로 돌리기로 최근 확정했다.

한 외국투자기관의 CEO는 이와 관련,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서울 강남의 아파트값은 뉴욕 맨허튼의 아파트값과 거의 맞먹는 수준"이라며 "과연 강남의 산업 경쟁력이 세계 경제중심인 뉴욕의 경쟁력과 맞먹는다고 생각하냐"고 반문했다. 서울의 부동산 거품이 존재하는 한, '한국 엑소더스'는 계속될 것이라는 경고다.

환율 강세로 아시아 도시들 순위 급상승

한편 이번 설문조사 결과 서울외에도 아시아의 주요 도시들이 환율 강세 및 부동산값 급등으로 대거 상위권에 진입했다. 서울과 도쿄 외에도 홍콩(4위), 오사카(6위)가 10위권내에 들었으며, 중국와 베이징(14위)과 상하이(20위)도 상위권에 발을 들였다.

반면 유럽지역 도시들은 거주 비용이 점차 낮아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유로화가 주요 환율 대비 약세를 나타냄에 따라 상대적으로 물가가 낮아졌기 때문으로, 유로화는 지난해 3월1일이후 1년간 달러화대비 9.6% 하락했다. 안나 크로토바 선임연구원은 “모스크바의 경우 주거비용이 급격히 상승했고 특히 임대료가 급격하게 높아지면서 갈수록 물가가 올라가는 반면 런런 등은 유로화 약세로 인해 거주비용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들은 중국-인도의 경우 앞으로도 초고속 성장을 거듭할 것인만큼 주거비용 등 물가가 오르더라도 외국계 진출이 계속될 것이나, 서울의 경우 주거비 상승분에 비례할만한 '매력 요소'가 없어 '한국 엑소더스'는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부동산값 폭등이 초래한 또하나의 '한국 위기'다.

다음은 <머서 휴먼 리소스 컨설팅>이 발표한 물가가 비싼 세계도시 20개 순위

1. 모스크바
2. 서울
3. 도쿄
4. 홍콩
5. 런던
6. 오사카
7. 제네바
8. 코펜하겐
9. 취리히
10. 오슬로
10 뉴욕
12. 생 페테르스부르크
13. 밀라노
14. 베이징
15. 이스탄불
15. 파리
17. 싱가포르
18. 더블린
19. 시드니
20. 상하이
김홍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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