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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관치금융'에 국민 고통 가중

주택대출 규제에 금리급등. 가계당 연 이자부담 200만원 급증

금융감독당국의 주택담보대출 전면규제라는 '탁상행정'으로 실수요자의 대출이 막히고 대출금리가 급등하는 등 심각한 부작용을 낳으면서 '관치금융 부활' 논란이 일고 있는 것과 관련, 윤증현 금융감독위원장 및 금융감독원장이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최근 사태로 실수요자의 주택계약이 파기 위기를 맞는가 하면, 주택담보대출로 평균 2억원을 빌린 가계의 연간 이자부담액이 2백만원 가까이 급증하는 등 가계에 일대 위기가 발발했기 때문이다.

금감원장 일보 후퇴, "서민대출-집단대출은 종전 그대로"

윤증현 금감원장은 26일 오전 열린 간부회의에서 "그동안 경쟁적으로 자산규모를 확장해 왔던 일부 은행들이 '자체적'으로 주택담보대출을 억제하는 과정에서 금융수요자들과 다소간 마찰이 발생한 것으로 보도됐다"면서 "서민들의 실수요와 관련된 대출과 건설회사 집단대출 등에 대해서는 이용자의 불편함이나 애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일보 후퇴입장을 밝혔다.

윤 위원장은 향후 주택담보대출 감독과 관련, 이른바 '버블세븐' 지역 등에 대한 투기목적 주택담보대출은 더욱 엄격히 감독해 나가되, 아파트 중도금과 잔금대출 등 서민들의 실수요 대출에 대해서는 애로가 발생하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할 것을 당부했다.

윤 위원장은 그러나 "최근 콜금리 인상과 부동산 하락 가능성 등 금융경제여건이 변화함에 따라 이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최근 자산규모가 증가하고 주택담보대출편중이 심한 6개 은행에 대해 현장검사를 실시하는 동시에 전 은행 앞으로 리스크 관리 업무를 철저히 이행토록 지도공문을 발송했다"고 밝혀, 앞서 "은행들이 '자체적으로' 대출을 억제했다"는 주장의 허구성을 스스로 입증했다.

일관성없는 감독정책으로 '관치금융 부활' 비난을 자초한 윤증현 금감위원장. ⓒ연합뉴스


'관치금융' 재연으로 대출중단-금리인상 등 부작용

이같은 윤 위원장의 일보 후퇴는 금감원의 공문 발송후 신규주택담보대출이 전면 중단되고 금리가 급등하는 등 각종 부작용을 낳으며, '관치금융' 재연 논란이 일었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청와대의 '부동산투기와의 전쟁'에도 불구하고 부동산값이 계속 오르자, 지난주 우리은행을 제외한 국민-하나-신한 등 국내 주요은행 6곳에 공문을 보내 은행별로 정해진 한도 이상의 주택담보대출을 하지말 것을 지시했다. 이에 따라 이미 한도를 소진한 대다수 은행은 신규대출을 중단했고, 이는 가뜩이나 한국은행의 콜금리 인상으로 불안한 시중금리를 급등시키는 결정적 악재로 작용했다.

26일 은행권에 따르면, 일부 은행의 경우 주택담보대출금리가 최근 보름 동안 최고 연 1%포인트 가까이 올랐다. 보름 전 1억원을 연 5.5% 수준으로 대출받을 수 있었던 고객의 경우 6.5% 조건으로 대출을 받게되면서 연간 이자 부담이 5백50만원에서 6백60만원으로 1백만원이 늘어났다.

한국은행 조사에 따르면, 주택담보대출을 통해 제집 장만을 한 서민-중산층의 가구당 평균 주택담보대출액은 2억원이다. 최근 보름새 대출금리가 1%포인트 가까이 오름에 따라 연간 이자부담액이 2백만원이나 급증한 것이다. 이같은 이자부담 급증은 그만큼 소비력을 감퇴시키며 내수침체로 이어질 게 훤하다.

설상가상으로 일부 은행 지점은 주택담보대출 규제의 영향을 받지 않는 주택금융공사의 '보금자리론' 취급까지 중단했다. 최근 신한은행 하나은행 기업은행의 일부 점포는 보금자리론 신규 대출을 7월 이후 신청하라며 고객을 돌려보내고 있다. 보금자리론은 서민의 주택 구입자금을 지원하기 위한 것으로, 은행이 대출을 대행만 할뿐 주택금융공사 자금이다. 하지만 주택금융공사의 자산으로 넘어가기 전 2개월 동안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으로 잡히기 때문에 일부 점포에서는 이를 기피하고 있는 것이다.

금감원 홈피에 비난글 쇄도

당연히 은행 돈을 빌려 제집을 장만했거나 하려는 국민들의 반발이 폭발했다.

ID '양재호'는 금감원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통해 “시중은행에서의 주택담보대출 금지지침이 금감원으로부터 내려온 결정이라고 하여 당장 생계를 위해 '내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고자 하는 계획이 무산되버린 상황"이라고 분노했다. 그는 "정책 책임자의 실무적 기획능력과 자질이 의심스럽지 않을수 없다. 대다수 서민을 위한 실질적이고도 치열한 고민속에서 정책을 기획하고 추진하고자 하는 계획은 없는 것인가!”라고 질타했다.

ID '정의석'도 “너무합니다. 서민들이 돈이 어디 있다고 은행대출을 막습니까 힘없는 서민대상으로 힘쓰지 마세요”라고 금감원의 조치를 비판했다.

ID '남준영'은 “서민들을 죽이는 정책은 이제 그만 하시지요. 얼마 안되는 월급으로 집 조금 늘리려고 국민주택규모 아파트 분양받아 대출받았더니 금리는 천정부지로 오르고 입주가 다되가는데 대출을 못하게 하고 살고 있는 집은 안팔리고 어쩌란 말이냐 죽으라는 얘기냐. 갈수록 이자부담이늘어 생활비를 줄여가야 하는 데 자꾸 목을 조여오니 어찌 살겠소”라고 한탄했다.

ID '신선미'는 “도대체 이게 누구의 생각입니까? 결혼해서 열심히 모아모아 집 한번 사보려고 하는데...계약금 간신히 걸어놓고 왔는데...아니...대출이 안된다니...이런 피해를 입었는데...누가 책임을 질 것입니까? 당신들은 돈 많고, 벌써 집들 다 사서 어쩔지 모르지만...서민을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생각을 바꾸시오!”라고 밝혔다.

ID '황재원'은 “다음달에 담보대출을 받기로 하고 계약을 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 말인지... 정말 걱정입니다. 탁상논리로 일을 해결하지말고 제발 서민들이 걱정하지 않고 살수있는 나라였으면 합니다. 이렇게해서 집값을 잡을수 있나요? 정말이지 계약을 날리지 않으려면 높은 이자를 주고 제2금융권에 대출 신청을 해야 하는데 걱정입니다”라고 피해를 호소했다.

집값 50% 떨어져도 끄떡없다던 금감원, '개각설'에 긴장?

금감원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집값이 50% 떨어져도 은행은 끄떡없다"며 은행 담보대출에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었다.

금감원의 김중회 은행담당 부원장은 지난달 23일 라디오 방송에서 "부동산 가격이 50%까지 떨어져도 금융회사들이 (주택담보대출의) 담보비율을 유지할 수 있어 산술적으로 건전성에 문제가 없다"며 "은행권의 담보인정비율이 2002년의 70% 수준에서 최근 52.1%까지 내려왔다"고 주장했다. 당시 금융계에선 "집값이 50% 폭락하면 멀쩡한 금융기관은 하나도 없을 것"이라고 개탄했다.

김 부원장은 그러나 23일 기자간담회에선 말을 바꿔 "담보대출이 연일 사상 최대로 증가하고 있다"며 "카드사태와 마찬가지로 은행이 부동산 하락으로 위기를 느꼈을 때는 이미 늦기 때문에 위험관리를 강하게 주문하고 있다"고 금감원의 창구지도를 정당화했다. 그는 "미국은 구두로 금융회사를 규제하며, 영국은 정도가 더 심하다"며 "우리는 공문으로 규제한다"는 궤변을 늘어놓기도 했다.

금감원의 이같은 갈짓자 행보는 부동산세금을 골자로 하는 청와대의 3.30대책에도 불구하고 아파트값이 급등하자, 서둘러 금융 창구지도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계 일각에서는 "부동산값 잡기에 실패할 경우 빠르면 내달에 단행될 개각에서 해당경제부처 수장들을 물갈이할 것"이라는 설이 관가에 퍼지면서 금감원이 이런 무리수를 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부동산투기를 막고 거품을 빼야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이를 위해선 정부의 일관되고 현장성 있는 정책 집행이 선행돼야 한다. 탁상위에 앉아 '높은 곳' 눈치만 보고 하는 관치금융은 도리어 상황을 악화시킬 뿐이다. '관치금융'이 여전히 한국경제의 최대 복병으로 작용하고 있는 국면이다.
김홍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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