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공포의 상인'들이 공포 조장"
조현욱 논설위원, 비판언론-야당-시민단체 매도해 파문
조현욱 <중앙> 논설위원, "'공포의 상인'들이 공포 조장"
조현욱 논설위원은 이날 '공포의 문화'라는 칼럼을 통해 미국의 NBC가 1982년 4월 19일백일회 백신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DPT: 백신 룰렛’이라는 프로그램 방영후 식품의약국(FDA)이 45쪽에 달하는 반박자료를 통해 과장보도임을 해명했음에도 항의 집회, 피해자 단체의 청문회 증언, 대형 소송으로 DPT 백신 제조업체 세 곳 가운데 두 곳이 문을 닫은 사례를 소개했다.
조 위원은 이어 "이 사태는 한국에서 벌어지는 미국산 쇠고기 파동과 비슷한 점이 많다"며 "우선, 사태를 촉발한 결정적인 보도가 있었다. MBC PD수첩이 4월 29일 방영한 ‘긴급 취재!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였다. 정부와 전문가들이 나서서 해명했지만 대다수 언론이 이를 축소 보도하고 위험을 과장해서 파헤쳤다. 시민들은 ‘위험한’ 미국 쇠고기를 자신도 모르는 새 먹게 될지 모른다는 공포에 사로잡혀 연일 시위를 벌였다"며 MBC <PD수첩>을 정조준했다.
그는 이어 "피해는?"이라고 반문한 뒤, "미국에선 백신 접종을 꺼린 탓에 백일해에 걸리는 아이들이 늘어났다. 한국에선 쇠고기 협상을 다시 해야 할 처지가 됐다. 국가 신인도가 떨어지고 미 의회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을 감수하고"라고 주장했다.
그는 "백신이든 광우병이든 실질적인 위험이 그토록 작은데도 대중이 쉽게, 커다란 공포심을 느끼는 이유는 무엇일까"라고 물은 뒤, "<공포의 문화(The Culture of Fear)>를 쓴 미국 사회학자 배리 글래스너는 ‘공포의 상인’들을 지목한다. 판매부수와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 새로운 공포를 선전하는 언론매체, 공포 분위기를 조장해 표를 얻고 정작 중요한 사회 이슈로부터 국민의 이목을 돌려놓는 정치인, 사회의 공포를 자신의 마케팅에 동원하는 각종 단체들에 주된 책임이 있다는 것"이라며 우회적으로 광우병 보도를 적극적으로 해온 신문, 방송과 야당, 시민단체들을 싸잡아 '공포의 상인'으로 규정했다.
조 위원 칼럼의 결론은 요컨대 미국 쇠고기는 안전한데도 언론과 야당, 시민단체 등이 국민들의 공포를 부풀림으로써 반사이익을 얻으려 하고 있다는 주장에 다름아닌 셈이다.
김선택 교수 "생명을 놓고 확률을 이야기하는 것, 얼마나 비인간적인가"
반면에 조 위원의 칼럼 바로 위에 자리잡은 김선택 고대교수의 칼럼 '되살아난 제왕적 대통령의 폐습'은 쇠고기 파동과 관련, "한 사람의 생명이 전 지구의 무게보다 더 소중한 것이라는 명제가 맞다면, 단 한 사람의 생명이라도 위협하는 식품이라면 반입을 금지하는 것이 옳을 것"이라며 "생명을 놓고 확률을 이야기하는 것은 얼마나 비인도적인가"라고 조 위원과 정반대 주장을 폈다.
김 교수는 "물론 위험을 제로로 만드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라며 "그러나 최소한 알려진 위험을 제로로 가깝게 만드는 것은 가능할 뿐만 아니라 마땅히 그래야 하는 것"이라며 거듭 국민의 안전을 백안시한 정부의 쇠고기 졸속협상을 질타했다.
그는 또 미국에 대해서도 "미국산 쇠고기는 품질에 따라 8개 등급으로 나뉘어 판매된다고 하는데, 우리가 그 모든 등급의 쇠고기를 수입해야만 하는 필연적 이유가 어디에 있는가(도축할 때 30개월 이상 된 쇠고기는 여덟번째 등급이라고 한다)"고 질타하기도 했다.
같은 오피니언 31면의 상하단 칼럼에서 목격된 이같은 혼란상은 <중앙일보>가 지금 얼마나 극심한 정신적 공황상태에 빠져있는가를 보여주는 또하나의 증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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