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의 삐딱한 '재협상 촉구' 사설
"무역보복 엄청날 것이나 국민이 원하니...", '한번 당해보라'?
그러나 <조선일보>는 이 과정에 앞으로 미국의 엄청난 무역 보복이 있을 것이라며 재협상을 요구한 국민들은 이를 감수해야 할 것이란 대국민 경고를 해, '역시 <조선일보>답다'는 힐난을 자초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무역 피해 오더라도 쇠고기 재협상 논의하는 수밖에'라는 삐딱한 제목의 이날자 사설을 통해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민 대다수가 한미 쇠고기 협상을 다시 하라고 요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전날 자사가 의뢰해 실시한 한국갤럽 조사의 높은 재협상 여론을 거론한 뒤, "실제 미국 쇠고기 먹고 광우병 걸린 사람은 미국에서도 한국에서도 단 한 명도 없지만 국민의 인식은 이렇다"고 국민 인식에 불만을 토로했다.
사설은 이어 "코리아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외교 관례상 재협상은 불가능하므로 검역을 강화하는 방안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국민이 34.9%이고, '외교적으로 불이익을 감수하더라도 전면 재협상해야 한다'는 국민이 61.4%였다. 두 배 가까운 국민이 국익에 피해가 오더라도 재협상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전한 뒤, 재협상 요구시 예상되는 미국의 대응을 열거하기 시작했다.
사설은 우선 "우리가 재협상을 요구하면 미국은 아예 응하지 않든지, 아니면 협상 테이블에는 앉되 협정문 개정을 거부하든지 둘 중의 하나로 대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우리 협상 대표단이 빈 손으로 돌아오면 촛불시위 양상은 반정부 데모에다 반미 데모까지 더해질 수 있다"며 미국이 재협상에 사실상 불응할 것이고 그러면서 반미 데모로 발전할 것으로 내다봤다.
사설은 이어 "재협상에서 소득이 없었다고 우리가 한미 쇠고기 협정을 일방적으로 파기하면 한국과 미국은 무역분쟁 상태로 들어가게 된다"며 "대한민국은 작년에 미국에 458억달러어치를 수출했다. 자동차 81억달러, 휴대폰 60억달러 등이다. 그래서 85억달러의 무역 흑자를 봤다. 수십만명, 그 가족까지 포함해 수백만명이 그 혜택을 누리고 있다. 2003년에 우리가 수입한 미국 쇠고기는 8억달러어치였다"며 미국의 대대적 무역보복을 경고했다. 사설은 "이 상황에서 우리가 쇠고기 협정을 먼저 파기하면 한국 제품에 시장과 일자리를 빼앗긴 미국 업계와 노조가 가만 있을 리 없고 그 영향을 받는 미국 의회가 두 손 놓고 있을 리 없다"며 "대한(對韓) 무역 보복이 일어나고 한미 FTA도 파국을 맞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설은 이어 "그 때 국민 모두가 입게 되는 피해는 되돌릴 수가 없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국민의 요구와 현실 상황은 '그렇다고 하더라도 재협상을 하자'는 것이다. 민주주의는 국민이 원하는 대로 해야 한다. 국민이 원한다고 해도 그게 명백히 잘못된 것이면 다른 길로 갈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럴 수 있으려면 위대한 지도자의 리더십이 있어야 한다. 지금 우리는 그런 상황이 아니다"라며 이명박 대통령의 취약한 리더십 때문에 재협상으로 갈 수밖에 없음을 개탄했다.
한마디로 말해, 미국이 얼마나 무서운 무역보복을 할지 모르는 국민들에게 '한번 당해보라'는 식의 논조인 셈이다.
사설은 그러면서도 미국에 대해 "미국도 현명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 미국이 수출하는 쇠고기 물량 중 30개월 이상은 소량에 불과하다. 그 때문에 쇠고기 협상 전체가 흔들려서 미국 입장에서도 좋을 것이 없다. 미국은 30개월 이상도 안전하다는 설명이 통하지 않는 한국 상황을 이해해야 한다"며, 재협상을 요구할 수밖에 없는 한국 정부에 대한 미국의 양해를 구했다.
이날자 <조선일보> 사설은 성난 국민여론에 밀려 재협상으로 부득이 방향 선회를 하면서도 국민에 대해 뒤틀린 심사를 여과없이 드러냈다는 점에서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이날자 사설을 자신의 주장대로 여론이 끌려오지 않는 데 대한 <조선일보>의 울분과, 그리고 '한계'를 드러낸 방증으로 풀이하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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