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내 유태인들은 미국시민으로서의 책무 말고도 전 세계에 흩어져있는 유태인들의 안녕을 책임져야 하는 삶의 부담을 안고 있다. 그들은 그들이 만들고 모은 재원과 여타의 물리적인 힘을 동족에게 직접 나누어 주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일임을 잘 안다.
그래서 그들이 짜낸 지혜는 세계 초강대국인 미국이 그것을 감당해 주도록 하는 방법을 택하도록 하는 것이다. 첫째는 미국의 이익과 이스라엘의 국익을 일치시키는 일이다. 둘째는 이스라엘의 적은 반드시 미국의 적국이 되도록 만드는 일이다. 1948년 이스라엘 건국이후 60여 년 동안의 중동지역 분쟁의 역사를 자세히 살펴보면 위와 같은 유태인들의 두 가지 전략은 명확하게 입증된다. 심지어는 산업국가로서 안정된 원유 확보가 미국의 국가경영의 핵심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을 위해서라면 산유국들과 적대적인 관계도 불사해 왔다. 미국내 유태인들(American Jewish)의 탁월한 전략적 결집이 이러한 역사를 만들어 낸 것이다.
미국 대외정책의 가장 핵심은 중동정책이다. '이스라엘의 안전'이란 과제를 중심에 놓고서 중동지역 아랍 국가들과의 관계를 설정하는 것이 미국정부의 외교정책이다. 미국의 권력이 바뀔 때 마다 이스라엘은 늘 불안하다. 어느 당의 어떤 권력과 관계없이 미국의 대외정책은 별로 큰 차이점이 없다. 국제사회에서의 실리추구란 명제에 늘 수렴되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의 권력이 국제주의(민주당)를 채택하는냐, 아니면 예외주의(공화당)를 택하는가에 따라서 이스라엘과 주변 아랍국가간의 관계의 변화가 크게 달라진다. 따라서 미국의 정치권력 교체는 미국내 유태인들에겐 그들의 생업만큼이나 민감한 사안이다.
차기 미국의 대통령으로 가장 유력하게 떠 올라있는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 가 정치신인이고 더구나 대외정책에서는 경험이 전무한 그야말로 원칙주의에 가까운 입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오바마 후보는 각 지역의 안정과 평화는 인류사회에 필수불가결한 조건이고 동시에 그것이 미국의 국익에도 일치하는 것이란 주장을 반복해서 표방하고 있기도 하다. 이스라엘 건국60주년 기념식에 직접 참가한 조지 W. 부시대통령은 이스라엘을 위협하는 테러조직인 팔레스타인의 하마스가 오바마를 지지한다고 발언 하면서 이스라엘을 위해서는 오바마 후보가 적격이 아니라는 뉘앙스의 발언을 했다. 공화당의 존 맥케인 후보가 그것을 받아서 미국내 유태인들에게 " 그러면 과연 누구를 지지해야 하는가? " 란 질문으로 구체적으로 유태계 공략에 나섰다.
5월22일 목요일, 전국의 유태계 지도자들은 유태인들의 입장을 구체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이스라엘 관련 전문가들을 선발해서 플로리다에 집결시켰다. 미국유태인공공정책위원회(AIPAC)을 비롯한 각종 유태계 시민단체의 핵심 두뇌들이 총집결한 자리에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 후보를 불러낸 것이다. 그냥 그들은 오바마 후보의 대외정책 입장을 재차 확인하려는 것이라 강변하지만, 오바마에게 들이대는 그들의 정치적 압력은 볼수 없는 태산만큼의 무게다. 그는 "나와 경쟁하는 후보와 그들의 측근들이 아무리 나에게 그러한 네가티브(캠페인)를 가해도 이스라엘과 유태계에 대한 나의 책임과 애정엔 변함이 없다"라고 분명하게 입장을 표했다. 오바마를 만났던 유태계 지도자들이 안도하고 만족감을 표했다는 보도가 있다.
미국의 대외정책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미국유태인공공정책위원회(AIPAC)"는 그래서 지금 가장 긴박한 순간을 맞이했다. AIPAC은 오는 6월1일부터 워싱턴 DC 컨벤션센타에서 2008년 정책수련회( 2008, AIPAC Policy Conference)를 개최한다고 공지했다. 회원들에게만 참가를 허용하는 이번 정책수련회에는 연방의회의 상.하원 지도자들과 3명의 대통령후보, 그리고 그들의 핵심 참모들이 행사장에서 이스라엘 총리를 만나게 된다고 이메일로 알려왔다. 유태계들의 결집과 그들의 수면 아래의 기동성은 그야말로 혀를 내둘게 한다. 분쟁지역 출신의 같은 소수계인 한국인들이 그야말로 그들과 꼭 닮은꼴 처지이다. 오늘도 필자는 "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란 말을 실감하고, 더불어 고국 한반도를 겹쳐 떠올리면서 감탄과 감상만을 반복해야 하는 무력감에 괴롭다.
사상 첫 흑인대통령에 대한 꿈을 키워가고 있는 오바마 ⓒ 위키피디어 에이팩의 행사에는 보수 정치인 뿐 아니라 진보 정치인들도 모두 총출동한다. 작년 '2007년 에이팩 정책 컨퍼런스'에서 연설하는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 에이팩
필자
김동석 미 뉴욕.뉴저지 한인유권자센터 소장 ⓒ 미 뉴욕.뉴저지 한인유권자센터김동석 미 뉴욕.뉴저지 한인유권자센터 소장 겸 본지 편집위원은 1985년 미국으로 건너간 뒤 한인들의 정치 참여를 통한 권리 찾기와 한인들의 정치적 위상 높이기를 목표로 93년 뉴욕 등 미 동부 대도시에 ‘한인유권자센터’를 만들어 15년째 활동해온 대표적인 정치 비정부기구(NGO) 운동가다.
한인들의 정치력을 높여온 김 소장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93년 당시 7%에 불과하던 한인들의 평균 투표율은 2004년 25%로 뛰어올랐다. 최근에는 미하원의 '종군위안부 결의안' 통과와 한국국민 비자면제프로그램(VWP) 성사에 주도적 역할을 하면서, 워싱턴 정가에서 미국 정치에 영향을 미치는 대표적인 한국인 출신 시민운동가로 꼽히고 있다. 2008년 미국 대선이 열리는 코커스와 프라이머리 현장을 모두 찾아 대선 현장을 생중계하고, 이를 한국과 한인들의 미국내 정치력을 높일 기회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