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부격차 사상최대, 서민 '벼랑끝' 서다
물가-세금 폭증, 서민-중산층 시간 흐를수록 '고통지수' 악화
계속 심화되는 양극화
통계청이 23일 발표한 '1.4분기 가계수지동향'에 따르면, 2인 이상 전국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341만5천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0% 증가했다.
그러나 물가폭등분을 뺀 실질소득 증가율은 1.2% 증가에 그쳐 지난해 1.4분기 증가율 4.0%에 비해 급감했다. 실질소득 증가율은 지난 2006년 2.8%, 2007년에는 2.5%였다.
소득을 5분위로 나눠 살펴보면, 최상위 5분위(상위 20%)의 월평균 소득은 731만2천원이었으며 최하위인 1분위(하위 20%)는 86만9천원으로 나타났다. 최상위층이 최하위층보다 8.41배 더 벌었다는 얘기로, 이는 2003년 관련 통계가 작성된 이후 가장 큰 격차다.
최상-최하위간 빈부격차 비율은 2003년 7.81배에서 2004년 7.75배로 다소 개선됐으나 2005년 8.22배, 2006년 8.36배, 2007년 8.40배, 2008년 8.41배로 계속 확대되고 있다.
물가-세금 폭등으로 서민 고통 가중
더욱 심각한 것은 최근의 물가폭등으로 최하위층을 포함한 다수 국민이 극심한 고통을 겪으며 최빈층의 경우 고리대 등 악성 빚을 내서 생활하는 벼랑끝으로 몰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전국가구의 1.4분기 월평균 소비지출은 241만9천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3% 늘어났다. 그러나 지난해 4.4분기에 1.6%에 그쳤던 소비지출이 급증한 것은 주머니 사정이 나아졌기 때문이 아니라 소비자물가가 폭등했기 때문이다. 씀씀이를 줄여도 물가 폭등으로 지출이 늘어났다는 얘기다.
항목별로는 연료비.전기료 등 광열.수도비 지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4.6% 늘었다. 국제유가 폭등으로 연료비 지출은 16.6%, 전기료 12.7%, 개인교통비 10.8%, 수도료 6.0%가 늘었다.
조세와 준조세인 사회보험료 등으로 구성된 비소비지출도 45만8천원으로 작년동기대비 12.6%나 폭증했다. 조세(소득세, 재산세 등 직접세)는 13.1% 급증했고, 건강보험-고용보험 등 사회보험료는 9.4%,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은 5%가 늘어났다.
이같은 물가-세금 폭등의 최대 희생자는 서민층으로, 최하위 소득 1분위는 처분가능소득(77만1천원)보다 소비지출(121만6천원)이 많아 월평균 44만4천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빚을 내 생활하고 있다는 얘기다.
반면에 최상위 5분위는 220만2천원의 흑자를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평균 흑자액은 53만8천원으로 지난해 1.4분기(54만7천원)에 비해 1.6% 감소했고, 흑자율 역시 같은 기간 19.2%에서 18.2%로 1.0%포인트 떨어졌다.
서민-중산층 고통 시작에 불과
문제는 1.4분기 고통은 시작에 불과하다는 사실이다.
지금 2.4분기는 국제원자재 폭등에다가 원-달러환율까지 가세해 최악의 물가폭등이 진행중이며, 3.4분기에는 정부가 전기료-가스료 및 각종 공공요금 인상을 예고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처럼 물가가 폭등할 경우 고통지수는 서민층에게 가장 클 게 불을 보듯 훤하다. 한 예로 라면값이 오르면 서민과 부자가 느끼는 고통은 강도가 다르다. 빚을 내 살아가는 극빈층에겐 부자로선 상상 안될 고통과 부담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때문에 전문가들 사이에선 수출 성장을 위해 물가를 희생시키고 있는 전세계 유일의 '나홀로 원화 약세' 정책의 전면수정이 가장 시급한 과제로 지적되고 있으나, 아직 정부는 마이동풍이다.
한나라당 초비상
그러나 내달초 공식적으로 제1 집권당이 될 한나라당에는 초비상이 걸렸다. 민생경제가 벼랑끝으로 몰릴 경우 가뜩이나 위험한 정부여당의 지지율이 폭락하면서 정치적 위기상황에 몰릴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임태희 신임 정책위의장은 23일 KBS라디오 '라디오정보센터 이규원입니다'와 인터뷰에서 서민물가 안정에 총력전을 펴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임태희 의장은 기획재정부의 추경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며 그대신 추경에 쓸 4조8천여억원을 생필품 부가가치세 인하, 전기-가스값 인상 최소화 비용으로 사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는 우선 한나라당이 총선때 공약으로 내걸었던 생필품 부가가치세 인하와 관련, "부가가치세의 세율을 달리하는, 흔히 생필품이나 뭐 장애인 용품이나 흔히 하는 연구용품이나 뭐 이런 부분들에 대해서 지금 달리하는 부분들이 논의되고 있는데 나는 기본적으로 그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며 "지금 내가 이해하기로는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재정부는 그러나 부가세 인하에 반대하고 있다.
그는 또 하반기 전기-가스료 인상이 불가피함을 밝히면서도 "워낙 국민기초생활에 영향을 주는 전기, 가스의 경우에는 정부가 좀 어떤 원가요인이나 절감요인이 없는지 최대한 찾아보고 그다음에 아까 내가 말한 어떤 여유재원이 있을 때 이런 부분들을 좀 덜 올리는 재원으로 쓸 수 있지 않을까,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고 말해, 추경예산분을 전기-가스료 인상 최소화 비용으로 사용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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