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학생과의 전쟁'에 올인
촛불제에 감시교사 수천명 동원, "참석하면 정학" 경고도
요즘 인터넷상의 최대 유행어다. 실제로 요즘 상황은 한마디로 정부가 '학생과의 전쟁'에 올인하는 양상이다.
정부, 대중연예인 촛불제 참석에 초긴장
주말인 17일 촛불집회를 앞두고 정부에 초비상이 걸렸다. 학생들이 대거 참석할 것이란 판단에서다. 특히 정부를 긴장케 하는 것은 청소년들 사이에 영향력이 큰 김장훈, 윤도현, 신해철 등 대중연예인들이 촛불집회에 대거 참석, 광우병 콘서트를 열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이들의 막강한 대중동원력을 알고 있는 정부에겐 충격적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더욱 이날 주최측은 시가행진까지 할 계획이다. 주최측은 "최소한 10만명이 가두행진을 해야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며 총동원령을 내린 상황이다.
정부당국도 맞불 총동원령을 내렸다. 서울시교육청은 서울시내 전체 중ㆍ고교 교감 670명을 비롯해 본청과 각 지역교육청 장학사 222명 등 총 892명에 대해 17일 촛불제 현장에서 학생지도를 하라고 지시했다. 지시를 받은 교감은 생활지도주임 등 몇명씩의 교사를 동행케 한다는 계획이어서, 촛불제에 수천명의 교감-교사들이 모여들 전망이다.
가정통신문 보내고 홍보만화 뿌리고
서울의 교장들은 앞서 9일에는 학부모들에게 가정통신문을 보내, 5.17 촛불제에 자녀들이 참석하지 못하도록 해줄 것을 호소하기도 했다. 이틀전인 7일 교육과학기술부가 소집한 전국 시.도교육감대책회의에서 학생들의 촛불제 참석 차단 결정을 내린 데 따른 조치다.
서울 모사범대학 부속고등학교의 교장이 보낸 통신문은 "심야에는 학생들이 모든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며 "학교밖의 행사에는 학생보호를 위한 교원의 손길이 일일이 미치기 어려운만큼 자녀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도심집회에 참석하지 않고 일찍 귀가하도록 가정에서 확인하고 지도해 주실 것을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교장들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통신문에 정부가 만든 '광우병 괴담 10문10답'을 첨부하기도 했다.
이같은 '심야 안전 우려' 통신문에 대해 학생들은 "우리들이 평소 학원에서 나오는 시간은 밤 1~2시"라며 힐난했다.
학교는 또한 농림부가 만든 홍보만화를 대량 배포하기도 했다. 2페이지 분량의 만화 '엄마의마음'에는 광우병을 걱정하는 엄마에게 자식과 남편이 훈계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이 만화에는 '특정한 유전자 하나때문에 광우병에 걸릴 수는 없다', '한국에서 (미국산쇠고기를) 추가로 검역하기 때문에 안전하다', '미국산 쇠고기의 95%를 미국인들이 먹고 있어 안전하다'는 등 논란이 되고 있는 사안에 대해 정부의 주장을 홍보하는 내용이 담겼다. 화장품이나 기저귀를 통해 광우병이 옮을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도 홍보만화는 '근거없는 헛소문'이라거나 '뜬소문이 부풀려지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촛불제 참석하면 정학" 방송도
서울 등 수도권의 일부 학교에서는 학생들에게 집회 참석시 정학 등 징계를 내리겠다는 교내방송을 해, 학생들의 반발을 사고 있기도 하다.
고양 A고, 인천 B중 등 일부 학교에서는 교내 방송을 통해 “집회에 참여할 경우 학칙에 따라 징계하겠다”고 경고했다.
또한 경기도 화성교육청은 "집회 참가 학생들의 인적사항 및 주장 내용을 파악하라"는 내용의 지도공문을 40여개 중·고교에 보내기도 했다.
이같은 교육당국 및 학교의 위압적 태도는 최근 전주 우석고에서 수업중인 고3 학생의 귀를 담임이 끌고가 형사에게 조사를 받게 하고, 파문이 일자 학생에게 그런 일이 없었다고 거짓해명을 하도록 종용한 사건 등과 맞물리면서 교육계에 대한 학생-학부모들의 불신을 증폭시키는 반작용을 낳는 양상이다.
<저작권자ⓒ뷰스앤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