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검색 바로가기

7백회 맞은 '민가협 목요집회'

"인권 실현되고 국가보안법 폐지되는 그 날까지 계속할 것"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민가협)가 국가보안법 철폐와 양심수 석방을 주장하며 매주 개최해온 목요집회가 13일로 7백회를 맞았다.

민가협은 13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앞에서 개최한 7백번째 목요집회에서 발표한 '700회 인권촉구문'을 통해 "제정된 지 60년이 된 국가보안법과 함께 목요집회도 15년을 이어왔다"며 "새 정부는 출범하자마자 젊은 활동가와 전교조 선생들을 구속시키고 탄압을 일삼았다"고 이명박 정부를 맹비난했다.

민가협은 "93년 9월 23일 시작하여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매주 목요일마다 열어온 '양심수 석방과 국가보안법 철폐를 위한 목요집회'가 7백회를 맞았다. 잠시만 서 있어도 꽁꽁 얼 것 같은 엄동설한의 추위에도, 한발자욱 떼기 어려운 폭설이 쏟아지는 날에도, 거센 폭우가 쏟아지는 장마철에도, 비지땀 줄줄 흘러내리는 한여름 뙤약볕 아래에서도 고난과 희망을 상징하는 보랏빛 수건을 두른 어머니들은 꿋꿋이 이 집회를 지켜왔다"고 그동안의 집회를 회고했다.

민가협은 "다리가 저려 양심수의 사진을 부여안고 쪼그려 앉아 있을 지라도 목요일 오후 2시면 어김없이 모여들던 어머니들의 집회가 어느덧 햇수로 15년째가 됐다"며 "매주 한번씩 7백번을 맞는 동안 탑골공원 앞에서 울고 웃었던 많은 사람들, 그 사람들의 절규했던 상처들을 되짚어 본다. 그 때 그 사람들은 잘 지내는 지, 그 때 그 문제는 해결됐는지..."라고 최근 상황을 우려했다.

민가협은 "6백14회, 6백77회, 6백90회 목요집회에서 이주노동자들은 외국인보호소에서 화재로 허망하게 죽은 친구를 위해 눈물을 흘렸고, 노조 지도부에 대한 강제출국에 분노했었다"며 "그러나 바로 얼마 전에도 보호소에서 치료를 받지 못한 이주노동자가 병으로 사망하였고 강제출국은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가협은 "국가보안법과 양심수 석방을 주제로 다양한 내용과 형식으로 집회를 진행해 왔다. 15년간 이어져온 집회에서 늘 주요한 주제가 되어온 것은 여전히 연행되고 구속되기 때문"이라며 "국가보안법이 올해로 제정60년을 맞이했다. 우리가 그토록 인권침해를 이유로 폐지를 주장했지만 60년을 살아남아 구속자와 그 가족들에게 고통을 주고 있다"고 밝혔다.

민가협은 "목요집회에 참가하는 가장 젊은 청년들은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들로, 이들이 2002년에 처음 목요집회에 참가하기 시작하여 햇수로 7년이 됐다. 그 세월 속에도 많은 청년들이 감옥을 가고 출소를 하는 일이 줄을 이었다"며 "드디어 지난해 국방부가 대체복무제 도입 발표를 했고 더 이상 평화를 사랑하는 젊은이들이 감옥에 가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안도 했지만 새 대통령이 양심에따른병역거부자들의 대체복무를 반대한다고 하니 이 젊은이들이 감옥에 가지 않아도 되는 날이 오는 것은 요원한가 보다"고 우려했다.

민가협은 "목요집회가 지나 온 길을 되돌아보면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멀어 보인다. 목요집회를 처음 시작할 때, 그 누구도 이렇게 오랜 세월 계속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며 "하지만 지속적인 노력없이 인권이 향상 될 수 없기에 지금 우리의 행진을 멈출 수 없다. 인권이 실현되고 국가보안법이 폐지되는 그 날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에서 범청학련 사건으로 10년 동안 수배 생활을 하다 지난달 16일 국보법 위반 혐의로 잡혀간 윤기진씨(33)의 부인 황선씨(34)는 "신념이 다르다는 이유로 지난 10년간 남편은 병원도 갈 수 없었고 가족과 같이 살 수도 없었다"며 "남편보다 더 큰 잘못을 한 사람을 각료로 임명하는 정부를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황씨는 "결혼식도 경찰의 원천 봉쇄 속에서 학교 안에서 했지만 지난 세월을 후회하지 않는다"며 "신념이 다르다고 탄압하는 것보다 사상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이 사회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심회 사건으로 2006년 10월 구속된 이정훈씨(46)의 부인 구선옥씨(43)도 호소문을 통해 "양심수가 줄었다고 하지만 감옥에는 남편을 비롯한 60여명의 사람들이 아직 있다"며 "새정부 들어서도 여전히 독방수감, 면회시간 제한 등의 차별로 고통 받고 있다"고 양심수 석방을 위해 노력해 줄 것을 호소하며 눈물을 흘렸다.

이날 집회에는 '이주노동자 차별 철폐'를 주장한 이주노조관계자 리장씨와 '여성노동자 인권향상'을 강조한 허장휘 여성노조 서울지부장, '양심적 병역 거부자의 평등한 권리보장'을 외친 이용석 활동가도 참가했다.

한편 집회가 열린 탑골공원 앞에는 '함께 만드는 인권 세상을 위하여'라는 현수막과 양심수 사진 14개가 배치됐으며, 15년 동안 목요집회에서 노래를 불렀던 '꽃다지'의 축하무대도 열렸다.
최병성 기자

댓글이 0 개 있습니다.

↑ 맨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