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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회 무용론’ 외치는 어느 대학총장

손봉호 총장 "총학생회가 반드시 있어야 하는가"

사제간 물리적 충돌로 번진 동덕여대 사태가 좀처럼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학교측은 거듭 신임 총학생회를 인정하지 못하겠다는 입장이고, 학생회측은 손봉호 동덕여대 총장과 일부 보직교수들의 퇴진까지 주장하는 등 양측간 갈등의 골은 깊어만 가고 있다.

동덕여대 총학생회(학생회장 문수연 국사학 4)와 전국교수노동조합 동덕여대 지회(지회장 정창석 일본어과 교수) 등은 5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교육인적자원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손봉호 동덕여대 총장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제간 물리적 충돌, 왜 일어났나?

지난 달 28일 오전 11시,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 동덕여대 총장실 앞에서 벌어진 이 대학 너댓명의 보직교수와 학생들간의 물리적 충돌의 표면적 이유는 지난 해 11월 총학생회 선거를 통해 출범한 제39대 총학생회를 학교측이 인정하고 있지 않는데서 출발한다.

동덕여대는 지난 해 11월 29일부터 30일, 양일간 제39대 총학생회 선거를 치러 이 대학 국사학과 4학년에 재학중인 문수연 씨를 총학생회장으로 선출했다. 그러나 학교측은 학생회측이 선거인명부를 조작했다며 선거의 공정성에 의문을 표시, 총학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학교측은 총학선거가 있은 지, 5개월여만인 지난 달 5일 학생처장 명의로 총학선거의 정당성을 문제삼으며 본격적인 문제제기에 나섰다. 학교측의 입장은 지난 해 총학선거에 참여한 약 2천1백여명의 학생 중 76명의 학생들은 실제 투표를 하지 않았음에도 선거인명부에는 투표를 한 것으로 기재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또 투표에 참가한 9명의 학생들은 이중으로 투표했다고 학교측은 주장했다.

학교측은 이러한 사실을 아르바이트 전화조사원들을 고용, 지난 해 투표에 참가한 2천1백여명의 학생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확인한 결과라고 밝혔다. 이러한 결과에 따라 학교측은 선거 자체가 무효가 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더 나아가 학교당국은 지난 해 총학생회의 2학기 학생회비를 미수납한데 이어 올 1학기에는 학생들의 등록금 내역 중 학생회비 부분을 ‘0'원으로 고지해 사실상 학생회 활동 자체를 무력화시켰다.

이러한 양측간의 지리한 공방은 두달 넘게 지속됐지만 별다른 해법이 도출되지 않고 있다가 급기야 총장실 점거와 물리적 충돌로 까지 이어지게 된 셈이다. 여기다 올 1학기 등록금 인상 문제를 두고서도 양측은 팽팽한 의견 대립을 보여왔다.

동덕여대 교수 및 총학생회 학생들은, 학생회 존재 자체를 불신하는 손봉호 총장의 퇴진을 요구했다 ⓒ김동현


손봉호 총장 “총학생회가 반드시 있어야 하나?”

이번 사태를 표면적으로 바라보면 총학선거의 공정성을 문제삼는 학교측이 상당히 일리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학생자치’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학교측의 독단이 문제의 시발점이 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2004년 9월 제6대 동덕여대 총장으로 부임한 손봉호 전 서울대 명예교수가 ‘학생회 무용론’이라는 반민주적 가치관을 품고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손 총장은 취임후 학생회와 부단히 갈등을 빚어왔다.

손 총장은 지난 달 7일 서울 종로구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연수원에서 열린 기독교공명선거연대 발대식에 참석한 자리에서 ‘학생회 무용론’이라는 자신의 속내를 그대로 표출시켰다.

손 총장은 이 자리에서 “총학생회가 반드시 있어야 하는가”라며 총학 존재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감을 표시하며 “내가 아는 한 전 세계에서 총학생회가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뿐인줄 알고 있다”고 발언했다. 또 “유럽에도 그렇고 미국도 그렇고 일본에도 있다는 소릴 못 들었다”며 “왜 총학생회가 있어야 하는지. 뭐, 학생들이 그만큼 투표하지 않으면 없애버리지”라는 극단적 표현으로 총학에 대한 반감을 여과없이 노출시켰다.

더 나아가 손 총장은 “물론 재단이나 학교가 엄청나게 부패했을 때 그리고 노조도 없고 그렇다면 총학생회가 있어 가지고 학교를 감시하고 견제도 하는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다”며 “ 학생의 이익을 내세우기도 하고. 사실은 내가 학교에 있어보니까, 총학생회가 있어봐야 학교의 비리를 감시할 수가 없다. 뭐 어떻게 아나. 학생들이 제일 감시를 잘할 수 있는 것은 직원들이지 총학생회가 아니다”며 거듭 ‘학생회 무용론’을 주장했다.

또 손 총장은 “총학생회라는 게 대단한 것도 아닌데...”라는 발언도 했다. 이러한 손 총장의 발언은 당시 현장에 있던 기독교전문매체 <뉴스앤조이> 기자에 의해 뒤늦게 알려지게 되어 파문을 일으켰다.

이는 결국 학교측이 현 총학에 대해 ‘부정선거 시비’를 거론하는 것은 학생자치기구를 폄하하려는 ‘빌미’에 불과하다는 것을 스스로 자임하는 꼴이다. 총장이 노골적으로 ‘학생회 무용론’을 펴고있는 상황에서, 학교측이 부정선거 논란을 제기해 현 총학을 인정하지 못하겠다는 것은 학교측의 뻔한 꼼수라는 지적이다.

이 날 손 총장 규탄기자회견에 참석한 정창석 동덕여대 교수노조 지회장은 “손 총장의 ‘학생회 무용론’은 그야말로 학생자치에 대한 자신의 ‘무지’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침묵이 곧 미덕? 위험한 대학가"

한편 총학과 대학측간의 격렬한 공방 속에서도 이를 바라보는 동덕여대의 일반 학생들은 대체로 관적자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일반 학생들의 이러한 소극적 대응에 대해 문수연 동덕여대 총학생회장은 "총학이나 자유게시판에 보면 일반 학우들이 '혹시나 이번 사태가 갈수록 커져서 동덕여대 이미지가 나빠지는 것 아니냐'는 의견을 많이 올리고 있다"며 학생들의 심경을 전했다.

문 학생회장은 "지금 학생들의 가장 큰 불안 중의 하나가 '이러다 우리 학교 학생들이 취업에 불이익을 받는거 아니냐'는 것"이라며 "이런 측면에서 학생들이 이번 사태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도 사실"이라고 밝혔다.

조권익 동덕여대 교수도 "학생들 뿐만아니라 학교 역시 최대한 이번 사태를 조용히 넘기려 하는 분위기"라며 "부당함에 대해 지속적인 문제제기를 하는 것을 가르치는 것이 대학이고, 대학 교육이지, 어떻게 문제제기 자체를 원천봉쇄하고 침묵을 강요하냐"며 학교측의 태도를 비난했다. 그는 "손 총장이 학생회 무용론을 들고 나오는 것은 아예 잡음의 소지를 처음부터 없애겠다는 것과 같다"고 주장했다.

이 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한 교수는 "학교가 잘하든 못하든, 대학교육이 제대로 되든 안되든 오로지 취업만 잘 시키면 그게 좋은 학교가 되는 대학 사회의 풍토가 이번 사태를 야기했다"면서 "지금 대학은 '침묵은 곧 미덕'으로 취급받고 있다"고 갈수록 무비판적 사고를 보이고 있는 대학 현실을 개탄했다.
김동현 기자

댓글이 2 개 있습니다.

  • 17 9
    동덕여대생

    밑글?의 글쓴님께
    선거내용을 싫지않은건 기사내용과 좀 벗어나니 싣지 않은게 아닐까요?
    선거의혹에 대한 이야기는 학생회 측에서 해명 많이 했었고,
    간담회때는 (토론회였으나 학교측의 불참으로 간담회...) 더더욱 자세히 알수
    있었구요.
    총학측은 객관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설명했습니다.
    만약 의문이 나시면
    메일이나 총학익게를 이용해서 문의해보시지요
    자료를 요구하든가,
    기사를 통해 얻는것도 좋지만 한계는 있으니까요

  • 19 10
    침묵

    누가 침묵을 강요하는가?
    이 기사에서도 끝끝내 학생회장 선거 부정에 대한 학생회측의 입장이 무엇인지 나와 있지 않군요. 총장이 학생회 없애려는 음모를 가졌다는 건 알겠는데, 빌미를 준 건 사실 아닌가요? 동덕 관련 기사들이나 홈피들 어디를 봐도 부정선거에 대한 속시원한 해명이 없습니다.
    누가 침묵을 강요하나요? 학우들 사이에 학생회 선거에 대한 문제제기도 많습니다. 하지만 해명은 하지 않고 무조건 인정만 하라고 하니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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