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점기에 일본으로 강탈됐던 <조선왕조실록> 오대산 사고본 47책이 우리나라에 반환된다. 정운찬 서울대총장의 물밑 노력의 산물로 알려지며, 이를 계기로 일본내 지성세력의 약탈 한국문화재 반환 움직임에도 가속이 붙지 않을까 기대를 모으고 있다.

30일 서울대에 따르면, 도쿄(東京)대학이 소장 중이던 조선왕조실록 오대산 사고본 47책을 서울대 규장각에 기증하는 데 양교간 합의가 이뤄졌다. 정운찬 서울대 총장은 31일 오전 서울대 개교 60주년 및 규장각 창립 2백30주년 기념 한국학 국제학술회의 축사에서 이 사실을 공개하고, 도쿄대학도 같은 시간 이 사실을 발표할 예정이다.

반환되는 조선왕조실록은 행정절차 등을 거쳐 약 6주 뒤 도쿄대 귀중서고에서 서울대 규장각으로 옮겨질 예정이다.

국보 151호이자 유네스코 등록 세계문화유산인 조선왕조실록(총 1천8백93권 8백88책)은 임진왜란 이후 태백산, 적상산, 오대산, 강화도 사고 등 4곳에 20세기 초까지 분산ㆍ보관돼 왔으며 이 중 오대산 사고본은 1913년 데라우치 마사다케(寺內正毅) 초대 조선총독에 의해 일본으로 빼돌려졌다.

오대산 사고본은 1923년 관동대지진으로 모두 소실된 것으로 알려졌다가 도쿄대 도서관 귀중서고에 중종대왕실록과 성종실록 등 47책이 소장돼 있다는 사실이 올해초 확인된 이후 양국간 반환 협상이 진행돼 왔다. 불교계도 반환협상을 적극적으로 펼쳐왔으나, 도쿄대를 상대로 '지성의 양심'에 호소한 정운찬 서울대총장의 노력으로 결실을 거두게 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