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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턴, 벼랑끝 힐러리 구하다!

[김동석의 뉴햄프셔 프라이머리 현장] 클린턴, 선거 총지휘

지난 3일(현지시간) 밤, 아이오와 코커스의 결과에 대해 오히려 오바마 캠프가 스스로 놀랐다. 오바마 바람을 충분히 기대했지만 힐러리와의 격차가 예상외로 컸기 때문이었다. 곧바로 뉴햄프셔로 이동하면서도 상승세 바람몰이 이외에는 특별한 전략을 생각할 수가 없었다.

조직으로만 투표하기로 소문난 뉴햄프셔 민주당 유권자들은 이미 힐러리측에게 거의 넘어가 있는 상항이었다. 유권자가 밀집한 남동부의 맨체스터, 로체스터 부근의 큰 덩어리 조직이 이미 힐러리 지지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인구의 97%가 백인인 곳이다.

기대할 곳은 젊은층이 몰려있는 다트머스 대학가와 무당적 유권자들이었다. 오바마측이 기대해 볼만한 요건은 비교적 무당적 유권자가 많다는 조건이었다. 캠프의 전략가들은 5% 이내의 차이로 줄이면 이긴 것이며 그렇게 하기 위해서의 유일한 방법은 젊은층과 무당적 유권자를 집중 공략하고 전국에서 바람잡이 역할의 지지자들을 최대한 불러오는 일이었다.

힐러리 측은 일생일대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 뉴햄프셔가 그녀의 전략지역임에도 불구하고 선거 5일전부터는 지지율 조사에서 오히려 오바마가 앞서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대세론에 치명적인 타격을 받은 아이오와 코커스에 이어서 만일에 뉴햄프셔에서도 패한다면 그것은 회생불능의 상황이 되기 때문이다.

드디어 남편인 ‘빌 클린턴’이 나섰다. 뉴햄프셔에 도착한 4일부터는 뉴햄프셔 캠프의 지휘봉을 빌 클린턴이 잡았다. 그는 북동부지역의 힐러리 운동원들을 최대한 동원했다. 4일과 5일 이틀만에 7천여명의 힐러리 운동원들이 뉴햄프셔 콘코드와 맨체스터, 그리고 레바논시에 모여들었다. 1992년, 96년에 클린턴에게 투표한 8만여 명의 유권자에게 전화를 걸었고 5만여명의 민주당적 여성유권자를 가가호호 찾아 나섰다.

또 9회의 유세를 남겨둔 힐러리에게 그는 절대로 감정을 속이지 말고 속내를 드러내라, 그리고 여성유권자들을 자극시켜야 한다, 힘들고 초조한 마음을 감추려고 하지 말고 그것을 자연스럽게 TV를 통해서 드러내야 한다, 뉴햄프셔 민주당원들에게 살려달라고 애걸복걸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포기해야 할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힐러리 클린턴(왼쪽) 후보와 바락 오바마 후보 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작년 7월 열린 행사에서 힐러리가 오바마의 말에 귀 기울이고 있다. ⓒ 위키피디아

남편 클린턴은 힐러리의 유세를 따라 다니면서 거의 절규에 가깝게 살려 달라고 애원을 했다. 그것이 민주당원들에게 전달이 되었다. 한편 힐러리는 남편의 그러한 처절한 노력에 이성보다는 감정을 앞세우게 되었고, 급기야는 어느 지지자의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힘들고 어렵다는 솔직한 감정을 이야기하면서 눈물을 보였다. 그것이 선거 하루 전날의 극적인 효과를 내게 되었다. 힐러리의 눈물을 목격한 민주당원들과 특히 여성유권자들이 대거 선거에 참가했다. 9일자 <뉴욕타임스>에선 “힐러리의 눈물이 극적인 효과를 냈다”고 했고, 맨체스터의 현지 유력지인 <유니온리더>에선 "힐러리의 눈물이 최소한 2명을 불렀다"고 하기도 했다.

오전 7시 투표가 시작되고서 필자는 뉴햄프셔 최대 도시인 맨체스터 다운타운 내의 어느 작고 허름한 다이너 식당을 찾았다. 오바마 캠프의 관계자가 양 진영의 전략을 들여다 보려면 그곳을 가 보라고 알려 주었다. 민주당의 에드먼드 머스키, 공화당의 리차드 닉슨이 예비선거를 치룬 1972년 3월7일 투표가 개시된 직후에 양당의 선거참모들이 우연히 바로 이 식당에서 아침을 함께 먹었다. 거기서 자신들의 전략과 후보들에 관련해서 서로의 이야기를 한 것이 전통으로 이어지게 됐고, 그 후 부터 지금까지 4년마다 한 번씩 치루는 뉴햄프셔 예비선거일 아침엔 각 후보군의 중요한 캠페인 전략가가 한,두명씩은 찾아 온다는 ‘다이너’이다.

아니나 다를까, 취재기자들이 문전에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한 시간 남짓 기다려서 들어갔다. 뉴욕에 본부를 둔 ‘시리우스 위성라디오(Sirius Satellite Radio)’란 공중파 라디오방송이 구석의 두 자리를 점유해서 식당 안에서 생방송 토크쇼를 진행하고 있었다. 그 라디오 생방송 현장의 바로 옆자리에서 치열하게 벌어지는 오바마와 힐러리 양진영의 뉴햄프셔 캠페인 내막을 귀동냥으로 들을 수 있었다.

뉴햄프셔 프라이머리 결과는 역시 남동부 지역의 대도시인 맨체스터, 나슈아, 포스머스, 도버, 로체스터..등지에선 힐러리가 압도적인 표차로 이겼다. 이곳은 양당의 조직표가 몰려있는 곳이다. 비당원 유권자들의 지지를 받는 공화당의 매케인도 역시 이곳서는 미트 롬니에 밀렸다. 조직을 섭렵한 힐러리와 미트 롬니가 여기서 이겼고 매케인과 오바마는 전 지역의 부동층과 젊은 층들의 몰표를 받았다. 그야말로 오바마가 이겼고 힐러리가 살아난 결과였다.

선거직전인 7일 밤에 구글과 유튜브가 공동으로 맨체스터의 과학박물관에서 대대적인 유튜브 파티를 열었다. 미디어와 전략가들, 그리고 양당의 간부들이 몰려들었다. 이구동성은 빌 클린턴이 비상조치를 취하고 있다는 것이고, 그래서 힐러리측이 캠페인 전략의 전면적인 검토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했다. 빌 클린턴은 “오바마 측이 내 방식을 배워서 이렇게 파죽지세인데 정작 우리는 어떠한가?” 버럭버럭 소리를 지르면서 선거전략가인 ‘마크 펜’을 닥달하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의 결과는 오바마가 이겼고 힐러리가 살아난 것이었다. 두 사람 모두가 승자인 셈이다. 선거의 여정은 이제 19일 네바다 코커스(당원대회), 26일 남부의 관문 사우스캐롤라이나 예비선거(프라이머리)를 거쳐 사실상 후보가 결정될 오는 2월5일 슈퍼화요일을 향해 치닫고 있다.

뉴햄프셔 최대 도시인 맨체스터 다운타운 내의 다이너 식당에서 각 후보군의 중요한 캠페인 전략가들이 생방송 토크쇼를 진행하고 있다. ⓒ 김동석 미 뉴욕.뉴저지 한인유권자센터 소장

필자

김동석 미 뉴욕.뉴저지 한인유권자센터 소장 ⓒ 김홍국 기자


김동석 미 뉴욕.뉴저지 한인유권자센터 소장 겸 본지 편집위원은 1985년 미국으로 건너간 뒤 한인들의 정치 참여를 통한 권리 찾기와 한인들의 정치적 위상 높이기를 목표로 93년 뉴욕 등 미 동부 대도시에 ‘한인유권자센터’를 만들어 14년째 활동해온 대표적인 정치 비정부기구(NGO) 운동가다.

한인들의 정치력을 높여온 김 소장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93년 당시 7%에 불과하던 한인들의 평균 투표율은 2004년 25%로 뛰어올랐고, 미국의 상원과 하원의원들이 한국어 정치광고를 할 정도로 한국의 위상을 높임에 따라 워싱턴 정가에서 미국 정치에 영향을 미치는 대표적인 한국인 출신 시민운동가로 꼽히고 있다. 최근에는 미하원의 '종군위안부 결의안' 통과와 한국국민 비자면제프로그램(VWP) 성사에 주도적 역할을 하면서, 미국 정가의 주목을 받고 있다.
김동석 미 뉴욕.뉴저지 한인유권자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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